허울 좋은 금융소비자보호법, ‘관치금융’ 탈피가 우선 돼야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은 허울 좋은 금융소비자보호법에 앞서 관치금융 탈피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소비자원]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은 허울 좋은 금융소비자보호법에 앞서 관치금융 탈피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소비자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국회는 지난 3월 금융소비자보호법을 통과시켰고, 내년 3월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령 제정안도 입법을 예고하고 있다. 금융감독원도 금융소비자보호법 실행에 대비해 소비자 보호기능 강화를 위한 금융소비자보호처 재편을 단행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라임, 옵티머스 등 대규모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의 불법 행위에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소비자 보호를 넘어 금융기관들의 권리 박탈과 판매 및 경영활동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9년 만의 금융소비자보호법 실현이라는 미명아래 금융 시장이 위축이라는 지적까지 이어지고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에게 금융소비자보호법의 배경 및 장·단점 등에 대해 들어봤다. 

금융·감독당국의 은행 등 금융기관에 대한 개입 ‘너무’ 커
멀리 보지 못하고 판매사만 잡는 ‘금소법’ 단기 정책 불과 

- 현재의 금융 시장 상황은
▲ 최근 소비자들의 대규모 피해를 발생시킨 사모펀드 사태에 편승하면서 금융기업을 위축시킬 수 있는 관치금융의 형태가 뚜렷해지고 있다. 이미 금융시장 위축이 일어나고 있다고 본다. 이를 반영하듯 금융지주사들의 주가도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 전망도 밝지 않다. 경제 흐름이 자율적 기능을 잃고 타율적으로 움직이면서 유연성과 탄력을 잃고 사회 전반의 경제 활동 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 금융권과 정부의 관계는
▲ 정부의 보이지 않는 개입이 심하다. 지나치다. 이런 개입은 금융기업의 신용 회복보다 정책을 강제로 주입시키려는 행위로 보인다. 뉴딜 펀드나 기업의 대출 유예 등에 대한 부분은 금융사가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일 수도 있는데 이를 강제하고 있다. 가시적인 결과를 보여주기 위한 의지가 강해 어려움에 놓인 금융사를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큰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 지금의 금융 관련 정책은
▲ 금융 관련 정책은 정교해야 하는데 지금 상황은 너무 터프하다. 어설프다는 의미다. 1~2년 후를 보지 못하고 지금 당장 앞에 놓인 상황만을 보면서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여겨진다. 

- DLF나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로 정부 개입 여지가 생겼는데
▲ 물론 그것은 분명 문제가 있었던 것들이다. 다만 이를 위한 핀셋정책을 펴야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은행이나 금융사들의 문제도 있으나 상품을 만드는 자본시장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도 있다. 10대 혹은 5대 증권사 내부의 나쁜 관행과 비리 구조가 이런 상황을 야기시켰다고 본다. 

- 시스템의 나쁜 관행이란
▲ A 증권사가 상품을 만들면 B 증권사에서 사주는 등 서로 묵과하는 가운데 부정적 또는 편법적 거래 형태가 시장 내에 고질화 됐고 은행의 판매망과 연결되면서 문제를 발생시켰다. 관행적으로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감독당국은 이를 가려내고 판매 행위를 지적해야 하는데 단순 판매 행위만을 다루고 있다. 근본적 문제에는 접근도 못했다는 판단이다. 

- 문제 해결이 전혀 되지 못했나
▲ 한 사건의 경우, 분쟁 조정도 제대로 하지 않고 은행들이 자체적인 능력을 갖고 있다며 기준에도 없는 자율적 협의를 통한 해결을 허락한 바 있다. 감독당국이 이런 문제를 은행기업들이 사적으로 해결하라고 하는 것은 원칙이 없다는 의미다.


“은행권에서는 키코 사태의 추가 분쟁 자율조정 문제를 다룰 은행협의체를 구성해 가동할 예정이지만, 배상 권고를 받은 6개 은행 가운데 5곳이 거절 또는 기한 연기 의사를 밝혀 피해기업에 대한 배상이 불투명해졌다” (일요서울 3월6일자 기사)


- 분쟁조정이 되고 있지 않나
▲  분쟁조정이라는 시스템을 제대로 작동 시키고 문제를 파악해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맞다. 다만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받아들이도록 내버려두니 은행들이 옆구리 찔려서 사적으로 방안을 마련하는 상황에 불과하다. 이를 하나의 방법으로도 볼 수 있지만 과거에 없던 (근거 없는) 방법이다. 손 안대고 코푸는 격이다. 감독기관이 어떤 원칙과 기준으로 소비자 보호에 나서고 있는지 알 수 없다. 

- 사모펀드 사태의 소비자 보호에 나서고 있지 않나
▲ 소비자가 금융사를 상대로 소송하면서 법원이 감독기관에 사실 조회나 의견을 요청하고, 소비자도 법원을 통해 요청했으나 대답하지 않았다, 소비자보호를 내세우면서도 소비자가 어렵게 변호사 비용을 대면서 소송을 하고 있는 상황에 법원의 의견 요청에도 답하지 않았다. 소비자보호라고 할 수 없다. 그런데 갑자기 소비자 피해에 대해 금융사에 이래라 저래라 하고 있다. 원칙이 없는 인기관리라고 본다. 그리고는 이렇게 금융사들에게 지시했다고 변명하고 있다. 오히려 소비자의 이익이 줄어드는(피해 보상이 부족한) 결과가 나온다.

- 새로운 금융소비자보호법에서 판매사 책임 강화와 징벌적 손해배상 등이 포함됐다
▲ 징벌적 손해배상은 금소법에서 다루지 않아도 집단소송제와 손해배상법이 전 분야에 걸쳐 적용되므로 자동 도입이 됐다고 본다. 금소법에서 손해배상, 집단소송, 입증책임의 문제 등 세 가지가 주요 사안이었는데, 입증 책임의 금융사 책임 부분이 약하다. 입증 책임을 100으로 둘 때 지금은 금융사의 입증 책임이 15~20 정도의 수준이다. 보완돼야 한다. 그런데 또 이 법안의 시행도 전에 이를 고치겠다고 관련 법안이 5가지나 발의됐다.

- 어떤 의미인가
▲ 당시에 엉터리로 입안했다고 보는 부분이다. 손해배상이나 입증책임을 더 보완했더라면 선도적 법안이었다고 평가될 수 있었을 텐데 핵심 사항은 모두 미루고 준수사항과 원칙만을 앞세워 판매회사 제재만 앞세웠다. 금융사 직원들의 부정적 행태는 규명도 못하고 있다. 자본시장법을 보완해야 하는데 접근조차 못하고 은행의 판매 원칙과 모범 기준만을 정하고 있다. 방향성을 잃고 관치금융의 모습을 드러낸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 금융소비자보호법이 9년 만에 통과됐다
▲ 내용면에서 단순히 판매사만 제한하는 정도의 수준에 머무르고, 현재의 소비자 기본법 관련 부분에서 진전이 없다고 본다. 과징금, 과태료 제도 등의 금융위원회 권한만 늘었다. 손아귀에 더욱 쥐면서 관치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고, 처벌권도 강화되지 않았다. 실속이 없다. 자본시장법까지 아우를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내실 없이 허울 좋은 법이라고 본다. 

- 해결책은 뭐라고 보나
▲ 처벌은 솜방망이고 손 안에서 움직이게 하던 관치금융을 탈피해 규제는 풀되, 철저한 감시·감독 기능과 가혹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본다. 자율성을 주더라도 편법이나 불법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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