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시민 포스코, 사회적 책임 ‘강조’ 이면에 우리사주 희생 ‘강요’

우리사주 주식을 보유한 전직 엔투비 임직원이 포스코를 방문해 항의 서한을 전달하고 있다. [이창환 기자]
우리사주 주식을 보유한 전직 엔투비 임직원이 포스코를 방문해 항의 서한을 전달하고 있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포스코가 계열사 엔투비(eNtoB)의 사회적 기업 전환을 앞두고 소동에 휘말리고 있다. 사회적 기업 전환에 앞서 주식을 거둬들이는 과정에서 우리사주를 보유하고 있는 전현직 임직원들이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당했다며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나섰다. 본지를 찾아온 제보자들은 이와 관련 최정우 포스코 회장의 직접 해명을 요구했으나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최정우 회장의 연임을 위한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 엔투비 전현직 임직원들은 희생양이 됐다고 주장했다. 

지난 8월14일 포스코의 계열사 엔투비는 ‘개인주주 주식 매수에 관한 안내 및 개인정보 제공 동의 안내’라는 제목으로 엔투비의 사회적 기업 전환에 따른 주식 매수를 위해 우리사주를 보유하고 있는 주주들의 주식을 매수하겠다고 공문을 보냈다. 사회적 기업 전환 시 ‘주식 거래가 수월하지 않다’는 점을 언급하며 당시 우리사주 보유분 주식에 대해 외부 회사가 매입 의사를 알려왔다고 밝혔다. 

우리사주조합(현재 퇴직자들이 대부분이므로 편의상 우리사주조합이라 칭한다)은 엔투비의 전현직 임직원으로 구성돼 있다. 현재 우리사주조합이 해당 주식을 보유하게 된 원인이 된 배경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무이자 대출까지 지원하며 매입 강요하더니

2000년 엔투비 설립 후 4년째가 되던 해에 일부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현대종합상사가 당시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과정에서 더 이상 이를 유지할 수 없게 되자 급하게 인수자를 찾던 상황. 우리사주조합에 따르면 포스코와 엔투비 등은 당시 임직원들에게 우리사주로 매입할 것을 종용했다. 

우리사주조합 관계자 A씨는 “현대종합상사 보유 지분의 매수자를 찾는다는 사실은 회사(엔투비)를 통해서 알았으나 우리 같은 월급쟁이가 대기업 보유 주식을 어떻게 매입할 수 있었겠나”라며 “당시 사측은 기업공개(IPO)를 약속하고 무이자 대출까지 지원해 우리 입장에서는 매입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엔투비는 2000년 포스코를 비롯해, KT, 한진(대한항공), 현대(KCC, 하이닉스, 현대종합상사)등이 공동으로 출자해서 만든 전자상거래 기반의 구매 및 공급을 담당하는 전형적인 MRO(유지, 보수, 운영 대행) 기업으로 비투비(BtoB, 기업 간 거래) 전문 회사다. 

2007년 언론들은 엔투비가 기업공개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며 우리사주조합 배정 지분도 6%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당시 엔투비 관계자의 말을 빌어 “지금까지 주주사들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더라도 상위 5개 e마켓들이 대부분 IPO에 욕심을 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우리사주조합 지분을 배정한 것도 머지않아 IPO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2016년 엔투비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특수관계사인 한진, KCC 등과 거래가 증가하면서 연매출은 7000억 원 규모까지 확대됐다. 이 가운데 포스코와 포스코건설을 상대로 각각 약 2700억 원, 1300억 원 등의 매출을 올렸다. 

주식 매수 관련 공문에서 엔투비 측이 주식매수 와는 관계가 없다고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이후 엔투비 측은 주식매수 외부기업이 모기업인 포스코O&M이라고 밝혔다. [이창환 기자]
주식 매수 관련 공문에서 엔투비 측이 주식매수 와는 관계가 없다고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이후 엔투비 측은 주식매수 외부기업이 모기업인 포스코O&M이라고 밝혔다. [이창환 기자]

엔투비 장외 주식 가치 24만 원까지도 평가돼

지난해 기준 엔투비의 순영업자본회전율과 유동 비율 등을 고려해 받은 NICE 평가 정보에 의하면 산업 내에서 상위에 랭크됐다. 매출 규모는 7300억 원으로 업계 평균대비 1만1522%에 이르고 영업이익은 41억9000만 원으로 업계 평균의 1만1442%에 달했다. 당기순이익도 35억 원을 넘어서며 업계평균의 2600%를 기록했다. 

몇 년 전 엔투비를 정년퇴직했다는 A씨는 “엔투비는 나무랄 데 없는 양질의 기업으로 약속했던 대로 기업공개를 했더라면 훨씬 더 성장했을 것”이라며 “엔투비 측이 매입가로 제시한 금액 1만3114원은 16년간 보유하고 있던 우리사주를 헐값에 그저 버리는 것과도 다를바 없다”고 주장했다. 

장외 거래 관련 사이트 일부에서는 엔투비의 주식가치에 대해 지난해 기준 매출액과 이익기준으로의 산정을 통해 각각 24만원 또는 3~9만원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 했다. 기업공개를 통한 상장 시 액면가 500원 기준으로 최소 1만6000원에서 4만 원에 이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엔투비는 지난 8월 보낸 공문에서 “9월21일부터 단 4일간 1만3114원의 가격으로 매입을 진행한다”며 “엔투비는 매각의사 및 정보제공 동의를 한 주주의 정보를 매수의향자에게만 전달할 뿐, 주식 매매계약 체결에 일체의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우리사주조합원들은 포스코 본사를 찾아가 항의했고, 책임 있는 답변을 할 수 있는 이를 만나길 원했으나, 포스코 측은 질의서만 수령하고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후 최정우 회장이 직접 보고 답하는 것으로 알려진 포스코의 ‘기업시민 러브레터’를 통해 최정우 회장에게 공개의견으로 질의했다. 

하지만 답변은 그간 주식 매수와 관계가 없다며 발뺌하던 엔투비에서 왔다. 김태억 엔투비 사장이 직접 우리사주조합원들을 만났다. 하지만 제보자 A씨 등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김태억 사장은 방문한 우리사주조합원들에게 “다른 소액주주들을 설득해 달라”고 말했다. 

A씨는 “최정우 회장은 공개의견으로 올린 질의를 비공개로 전환했고, 황당하게도 엔투비 측이 이에 대한 답을 하겠다고 불러 갔으나 전혀 대화가 되지 않는 상황만 반복됐다”고 푸념했다.

사회적 기업전환은 최정우 회장의 의지

우리사주조합 측은 이런 과정의 배경이 최정우 포스코 회장의 연임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내년 3월이면 임기가 종료되는 최정우 회장이 그간 강조해 오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해 보임으로써 연임의 가능성을 높이는 초석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오는 12월이면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이른바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구성이 되는데 그 이전에 최정우 회장의 공적을 늘리기 위한 이유로 엔투비가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게 됐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부분이다. 

특히 지난해 최정우 회장이 최태원 SK회장과의 만남을 통해 계열사의 사회적 기업 전환에 대한 방안을 듣고 공유했을 가능성도 나왔다. SK는 과거 MRO전문 계열사 MRO코리아를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시킨바 있다. 

한편 엔투비 관계자는 일요서울신문에 “포스코가 기존의 사회공헌이나 CSR을 넘어 큰 틀의 계획을 추진하면서 엔투비를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시켜 그룹의 대표성을 띠고 사회 공헌에 앞장서게 된다”며 “이는 그간 최정우 회장이 강조해 온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엔투비 주장, ‘비상장 주식’ 상속세 평가 방법이 일반적…“배려 차원에서 매도 기회 마련한 것“이라고 전해

해당 사안에 대해 엔투비 측은 “주식 매입 건은 소액주주들의 지속적 매도기회 요구를 반영해 매수자가 삼일회계법인을 통해 객관적인 방법으로 주식 가치를 평가한 것“이라며 “유통이 제한적인 비상장주식의 가치평가는 임의의 방법을 활용하면 세무 관련 문제 발생 소지가 있어 제3자 거래 가격 또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법)상 평가방법으로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엔투비의 제3자 거래는 최근 수년 동안 1만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주당 6000원으로 단 1건에 머물렀다. 
 
아울러 “기사 내에 언급한 ‘기업공개(IPOP)'는 본질적으로 약속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사항”이라며 “일부 주주들이 구체적인 증빙 없이 확인되지 않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으며 매출,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에 대한 주장도 비교 대상에 관한 구체적인 근거를 확인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엔투비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기 위해 법적 의무사항이 아님에도 배려 차원에서 주식매도를 요구해온 소액주주들의 주식에 대해 매도 기회를 마련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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