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윤사랑 기자] 대선주자 기근에 허덕이던 야권에서 조금씩 태동이 시작되고 있다. 야권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지난 대선에서 패배하면서 인물난에 시달려왔다. 스스로 잠룡을 자임하는 주자들은 있지만 대선주자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바닥을 면치 못하면서 전혀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야권 대선주자들은 여권의 유력한 대권주자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열띤 경쟁을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그랬던 야권 대선주자들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차기 대선이 15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넋을 놓고 바라만 보고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서둘러 먼저 움직여 기선을 제압해야 대권 레이스 기반도 더 탄탄히 닦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원희룡 지사와 유승민 전의원, 뉴시스
원희룡 지사와 유승민 전의원, 뉴시스

-이젠 스타트해야 대선 레이스 기선 제압판단하에 움직임 가시화 
- ‘김종인-김무성투트랙 킹메이커들의 대선 판 깔기도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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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2017년 대선과 올해 총선에서 연이어 패배하면서 지리멸렬하던 야권에서 조금씩 생기가 돌기 시작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대권 레이스는 양강 구도를 형성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핵심으로 한 여권 주자 중심으로 가동됐다. 한때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대표가 대선후보 지지율 1위에 오르며 보수진영의 기대를 한 몸에 받기도 했다. 그러나 황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섰던 지난 4·15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이 참패했고 황 전 대표도 서울 종로구에서 이낙연 대표에게 패배하면서 지지율은 한자릿수로 급락했다.

이후 야권은 대권 레이스에서 존재감을 상실했다. 그러나 최근 대권을 향한 총성이 울리고 물밑에서 눈치를 보며 기회를 노리던 야권 잠룡들이 움직임을 시작했다.

원희룡 가장 적극적 대권 도전 공식화

가장 먼저 치고나간 주자는 원희룡 제주지사다. 원 지사는 지난 15일 대권 도전을 공식화했다. 원 지사는 이날 김무성 전 국민의힘 의원이 주도하는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들의 모임인 더 좋은 세상으로’(마포포럼)에서 야권 집권 전략을 주제로 강연하면서 우리 팀의 대표선수로 나가고 싶다. 자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의 경쟁력에 대해 국회의원과 도지사 등 다섯 번의 선거에서 한 번도 져본 적이 없다. 이기는 방법을 알기 때문이라며 과거사, 도덕성, 막말 등 상대방이 샅바를 잡을 게 없고, 흙수저이기 때문에 개천 용 이런 이야기에 안 밀릴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원 지사는 또 집권전략과 관련해서는 반문 연대를 중심으로 보수가 결집하는 방안, 보수를 청산하고 중도 반문으로 가는 방안, 중도와 보수가 하나 되는 원 플러스 원원희룡 모델 등 3가지 선택지가 있다고 제시한 뒤 원희룡 모델로만 이길 수 있다원희룡 모델을 구현할 수 있기만 하면 홍준표, 안철수 다 좋다고 주장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도 대권 행보 본격화가 임박한 상황이다. 유 전 의원은 지난 5월 자신의 팬카페인 유심초에 올린 5주년 기념 영상 메시지를 통해 차기 대선에 대해 저의 마지막 남은 정치의 도전이라며 제가 보수 쪽의 단일후보가 돼 본선에 진출해 민주당 후보를 반드시 이기겠다고 대선 재도전 의지를 분명히 했다.

유 전 의원은 최근 국회의사당 맞은 편에 사무실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의원은 경제·복지 관련 자신의 구상을 정리한 저서 집필이 조만간 마무리되는 대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유승민계 인사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는 협동조합 방식의 정치카페 하우스’(how's)가 유 전 의원의 활동을 뒷받침해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오는 26일 문을 열 예정인 하우스는 유 전 의원과 가까운 오신환 전 의원이 점장을 맡고 있다.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가능성이 거론됐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경우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지 않고 대권 직행 의지를 밝히고 있다. 오 전 시장은 최근 한 언론을 통해 차기 대선으로 바로 가겠다고 밝혔다.

오 전 시장은 대선 출마를 위해 정책 어젠다 발굴에도 힘쓰고 있다. 오 전 시장은 최근 원외 당협위원장들과 함께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기본소득의 우파 버전이라며 안심소득제를 꺼내들었다.

보수 궤멸 위기 속에 박근혜 정부 마지막 총리와 대통령 권한대행이라는 이력으로 한때 보수진영 지지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도 곧 움직임을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유승민 오세훈 황교안 등도 출전 채비 

오세훈 전 시장, 뉴시스
오세훈 전 시장, 뉴시스

황 전 대표는 총선 패배 이후에도 종로를 떠나지 않고 장학재단 설립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가 종로를 정치적 근거지로 삼아 대권 도전에 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해석됐다.

추석 전인 지난달 16일 황 전 대표가 국민의힘 김승수김희곤박수영엄태영 의원 등 초선 의원 일부 함께 만찬 회동을 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황 전 대표가 정치 재개를 위해 당내 의원들과의 스킨십 강화에 나선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날 만찬 회동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일요서울통화에서 황 전 대표가 사람들을 만나는 행보를 보인다는 것은 뭔가 모색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페이스북 정치를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는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국민의힘 복당 후 대권 행보를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홍 의원은 지난 4월 총선 과정에서 지도부와 공천 갈등을 겪다가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바 있다.

보폭 넓히는 안철수윤석열·최재형 다크호스?’

국민의힘 밖에서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국민의힘과 교집합을 형성하며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안 대표는 최근 국민의힘과 접촉면을 부쩍 넓히고 있다. 안 대표는 내달 12일 김무성 전 국민의힘 의원이 주도하는 마포포럼 연단에 오를 예정이다. 또 내달 6일에는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의원들이 함께 하고 있는 국민미래포럼에서 강연하기로 했다. 안 대표는 지난달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주도하는 미래혁신포럼에서도 야권 혁신을 주제로 강연 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안 대표의 의사와 무관하게 그가 국민의힘과 통합해 차기 대선에 재도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장제원 의원은 지난 7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당 37대 정책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같은 목표를 가진 두 당이, 개혁과제들을 구체적인 정책으로 녹여내 하나하나 관철해 나간다면 작은 다름을 극복하고 결국엔 함께 할 수 있는 날이 올 거라 믿는다면서 안철수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이와 함께 윤석열 검찰총장이 인물난에 허덕이고 있는 보수진영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가운데보수야권에서는 최재형 감사원장에 대한 기대감도 표출되고 있다. 최 감사원장은 최근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탈원전 정책을 놓고 여권과 갈등을 표출하면서 2의 윤석열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보수진영 일각에서는 최 감사원장을 대권주자로 보고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한다.

김종인-김무성’, ‘대선 판깔기팔 걷어붙여

이처럼 야권 대선주자들의 움직임이 본격화된 가운데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김무성 전 의원, ‘투트랙킹메이커들의 대권 판 깔기작업도 가시화되고 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지금까지 누구는 안된다라는 화법으로 대권주자들에 대해 평론을 하면서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야권 주자들을 키우지는 못할 망정 사실상 죽이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었다.

그러나 최근 김 비대위원장의 화법에 변화가 생겼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8일 김무성 전 의원이 주도하는 마포포럼강연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여기 모임에 원희룡이라든지, 유승민 오세훈이 대권에 대한 포부를 말할 것이다. 대권군이 만들어지지 않을까라며 대권에 관심이 있는 당내 분들이 차례차례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비공개로 진행된 강연에서는 안철수 대표에 대해 옛날부터 봤는데, 대통령감이 아닌 것 같다고 혹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찌감치 킹메이커를 자처한 김무성 전 의원은 전현직 의원 60여명이 참여하고 있는 마포포럼잠룡 플랫폼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마포포럼은 지난 15일 강연에 나선 원희룡 지사에 이어 오세훈 전 시장(22), 안철수 대표(1112), 유승민 전 의원(11월 중하순)을 차례로 초청해 강연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등 당 밖 주자들에게도 강연 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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