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패러다임 '대전환'전망 "신재생·LNG 뜬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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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감사원이 지난 20일 조기 폐쇄 결정의 타당성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하면서 월성 1호기는 예정대로 해체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모든 절차가 마무리되려면 15년 정도 걸린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한편 이날 감사원의 감사 발표로 우리나라는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등 에너지 정책 전환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월성1호기' 결국 해체 수순…15년간 최소 8천억 들어
 "2030년까지 신재생 비중 20%...LNG도 20%→37%로 확대"


월성 1호기는 영구 정지된 고리 1호기에 이은 국내 두 번째 원전이다. 1983년 상업 운전을 시작했고 2012년 설계수명이 끝나 가동이 중단됐다. 이후 개보수를 통해 한 차례 재가동했지만, 2018년 조기 폐쇄가 결정된 데 이어 지난해 영구정지 승인을 받았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예정대로 월성1호기를 해체하는 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해체가 마무리되는 시점은 2032년쯤으로 예상된다.

한수원은 부지 복원까지 마무리되려면 15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해체 비용은 8000억 원 정도로 잡혀 있지만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재생에너지 적극 육성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이 지속되면서 현재 전력의 19.2%를 공급하는 원전의 비중은 9.9%로 축소된다. 현재 60기인 석탄발전소는 30기가 폐쇄되고, 폐쇄한 석탄발전 일부는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으로 대체할 방침이다.

지난해 3월 출범한 민간 전문가 기구인 총괄분과위원회는 지난 5월8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주요내용을 발표했다. 에너지·경제·법학·기후·환경 전문가와 시민단체 관계자 등 21명으로 구성된 총괄분과위원회는 에너지 수요와 전력 설비 등 총 6개의 워킹그룹을 꾸려 9차 전력수요기본계획의 뼈대를 짰다.

위원회에 따르면 2034년 우리나라 최대전력수요는 104.2GW로 도출됐으며, 2020~2034년 최대전력수요의 연평균 증가율은 1.0%로 전망됐다. 이는 지난 8차 계획(2017~2031년)의 연평균 증가율 1.3%보다 0.3%포인트 낮은 것이다.

위원회는 "에너지공급자 효율향상 의무화제도(EERS) 법제화, 현행 에너지효율 관리제도 강화와 함께 전기차를 활용한 전력망 V2G, 스마트 조명 등 신규 기술을 활용해 적극적인 수요 관리에 나서겠다"며 "지난 8차 계획(14.2GW) 대비 0.7GW 높은 14.9GW(기준수요의 12.5%)의 전력 수요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전력 수요 예측에 따라 탈석탄·탈원전,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유지하기로 했다. 현재 56기(34.7GW)가 운영되고 있는 석탄발전은 2034년까지 가동 30년이 도래하는 발전기를 모두 폐지해 발전기를 절반 수준으로 줄이기로 했다. 폐지되는 30기(15.3GW)의 석탄발전 중 24기(12.7GW)는 LNG 발전기로 전환된다. LNG 설비용량은 2020년 41.3GW에서 2034년 60.6GW로 증가한다.

위원회는 석탄발전과 원전을 축소하면서 손실되는 전력 공급은 신재생에너지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2034년까지 62.3GW의 신재생에너지 신규 설비를 확충해, 지난해 15.8GW였던 신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을 올해 19.3GW로 늘리고, 2034년까지 78.1GW로 더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2020년 15.1%에서 2034년 40.0%로 확대된다.

앞서도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6월19일 오전 10시 부산 기장군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원전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원전 중심의 발전정책을 폐기하고 탈핵 시대로 가겠다"며 "현재 수명을 연장해 가동 중인 월성 1호기는 전력 수급 상황을 고려해 가급적 빨리 폐쇄하겠다. 설계 수명이 다한 원전 가동을 연장하는 것은 선박 운항 선령을 연장한 세월호와 같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금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는 안전성과 함께 공정률과 투입·보상 비용, 전력 설비 예비율 등을 종합 고려해 빠른 시일 내에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다"고 말해 신고리 5·6호기에 대한 건설 중단 가능성도 시사했다.

문 대통령은 "고리 1호기의 가동 영구정지는 탈핵 국가로 가는 출발이며,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가는 대전환"이라며 "대신 신재생에너지와 LNG발전, 태양광, 해상풍력 등 대체 에너지 산업을 적극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원전과 함께 석탄화력발전을 줄이고 천연가스 발전설비 가동률을 늘리겠다"며 "석탄화력발전소 신규 건설을 전면 중단하고, 노후한 석탄화력발전소 10기에 대한 폐쇄 조치도 임기 내 완료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까지 높이겠다고 발표한바 있다. 이는 2014년 정부가 발표한 제4차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의 9.7%의 두 배 넘는 수준으로, 앞으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지난달 24일 국정기획위원회 보고에서 2030년까지 매년 10조원, 총 140조원을 재생에너지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NG 비중도 20%에서 37%로 확대된다. 한전에 따르면 지난해 LNG의 이용률은 42.3%로 이를 고려하면 앞으로 LNG 발전 비중을 확대할 수 있는 폭이 크다는 분석이다. 또 미국의 셰일가스 전략적 도입도 LNG 발전의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원전 폐쇄에 따른 비용 국민 부담 논란

에너지 전문가들은 에너지정책의 방향에 대해서는 대부분 수긍하면서도 전력수급과 요금인상 등을 고려한 현실적인 한계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원전 하나 폐쇄할 때마다 수천억규모의 비용을 전기요금으로 충당할 수 밖에 없는 구조여서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신규원전 건설과 기존 원전의 수명연장이 금지될 경우 20.7GW에 달하는 전력공급 설비가 줄면서 2030년 원전의 설비 비중은 현재 21%에서 13%로 축소된다. 또 발전비중도 현재 30%에서 18% 수준으로 낮아진다.

신규 석탄 건설이 중단되고, 기존 석탄발전소가 30년 가동 후 폐지될 경우에도 6.8GW의 전력공급 설비가 축소돼 2030년 석탄 설비 비중은 17%로 줄어들고, 발전비중도 24% 수준으로 떨어진다.

결국 탈원전·탈석탄 정책 추진에 따라 27.5GW의 전력공급 설비가 줄어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요전망(2.2%/년)대로 수요가 늘어날 경우 2029년 설비예비율은 -3%가 된다. 전력소비 증가율이 1.5%로 둔화된다고 해도 2029년 설비예비율은 5% 수준으로 떨어진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에서 약속한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 20%가 달성되려면 추가되는 신재생 설비용량은 33GW다. 하지만 신재생 설비는 피크기여도 비중이 9.8%에 불과해 적정예비율을 확보하려면 양수발전과 ESS 등 다른 백업전원이 많이 필요하다. 또 2030년 가스발전 비중을 37%로 확대해야 해서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신규가스발전 10.1GW외에 20~30GW의 가스발전소가 더 필요하다.

한수원은 정부에 손실 보전을 청구할 계획이며, 정부는 국민이 매달 내는 전기요금에서 3.7%를 떼어내 적립하는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통해 손실 비용을 보전해줄 방침이다. 결국 원전 폐쇄에 따른 비용을 국민이 부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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