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 화2천명의 여자를 능욕한 보스턴의 살인광

데살보의 호색 행위를 신문 보도를 통해 알게 된 여자들은 치수 재는 사나이는 위험이 전혀 없다고 생각하고 데살보를 자신의 육체 안에 깊숙이 받아들이고 싶다는 망상을 하고 있었다. 강한 남자, 플레이보이에 대한 여자들의 위험한 ‘선망’이었다. 치수 재는 사나이는 교도소에서 돌아온 뒤에 섹스의 영웅이 아니라 광포한 살인마로 변해 있었다.

안나 슬레진저는 40대의 중년부인이었다. 그녀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라트비아에서 미국에 망명하여 보스턴의 제인즈버리 가(街)에서 살고 있었다. 1962년 6월14일, 그녀는 집에서 쉬고 있었는데 그린 사나이 데살보의 방문을 받았다.

“이민국에서 왔습니다. 영주권 문제로 조사할 일이 있으니 문을 열어 주십시오.”

안나 슬레진저는 문을 열었다. 그러자 그린 사나이가 현관 문 앞에 서 있다가 그녀의 머리를 납으로 된 추로 내리쳤다. 그녀는 짧은 비명을 지르고 쓰러졌다. 데살보는 그녀의 다리를 질질 끌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나 슬레진저는 아직 숨이 끊어지지 않았다. 머리에서 피가 흘러내렸으나 사망에 이르지는 않고 있었다. 데살보는 그녀를 폭행하고 목을 졸라 살해했다. 치수 재는 사나이가 그린 사나이로 변신해 저지른 최초의 살인사건이었다.

안나 슬레진저는 옷이 모두 벗겨져 대(大)자로 누워 있는 시체로 발견되었다. 안나 슬레진저의 목에는 브래지어로 나비 모양의 매듭이 만들어져 있었다. 교살과 나비 모양의 매듭은 앞으로 보스턴의 교살마가 저지르는 모든 살인사건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6월28일이 되었다. 안나 슬레진저 살인사건에서 2주일이 지난 후였다. 보스턴의 교살마 그린 사나이는 보스턴 동쪽 아파트의 문을 두드린 뒤에 하수도의 배관을 손보러 왔다고 말했다. 그러자 85세의 할머니가 문을 열었다. 데살보가 목으로 손을 가져가자 할머니는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놀라서 데살보의 품으로 쓰러졌다. 메리 알렌이라는 할머니였다. 데살보는 이 할머니가 너무 늙었기 때문에 아파트를 그냥 빠져 나오고 말았다.

6월30일 아침, 데살보는 다시 어떤 아파트의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65세의 간호부 헬렌 블레이크가 문을 열었다.

“무슨 일이오?”

헬렌이 의아한 기색으로 물었다.

“가스 배관을 점검하러 왔습니다.”

“나는 배관공을 부르지 않았는데?”

헬렌 블레이크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데살보를 살폈다.

“아래층에서 불렀습니다. 하수도의 배관이 녹슬어서 물이 샌다고 합니다.”

데살보가 아파트의 현관문을 닫고 말했다. 헬렌 블레이크가 투덜거리며 녹색바지를 입은 사내를 거실로 안내했다. 데살보는 재빨리 헬렌 블레이크를 뒤에서 덮쳐서 목을 졸랐다. 헬렌 블레이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쓰러졌고 그녀의 방으로 옮겨져 폭행을 당했다. 데살보는 목적을 이루자 유유히 아파트를 빠져 나가서 사라졌다.

헬렌 블레이크의 알몸 시체는 침대에 엎드려 있는 모양으로 발견되었다. 양쪽 다리가 잔뜩 벌어져 있었고 브래지어와 양말이 목에 감겨 있었다.

그녀의 알몸 둔부에서 이빨 자국도 하나 발견되었다. 데살보는 오전에 성욕을 해소하기 위해 살인을 저질렀다. 그러나 하루 5, 6회의 관계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데살보는 한 번의 관계로 만족할 수 없었다. 오후가 되자 데살보는 다시 사냥감을 찾아 나섰다. 이번에 데살보의 마수에 걸려든 여자는 60세의 여자 니나 니콜즈였다. 그녀는 데살보에게 완강하게 저항했다. 그녀가 어찌나 완강하게 저항했는지 목에 감은 벨트가 끊어지기까지 했다. 그러나 데살보의 완력을 당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끝내 데살보에게 폭행을 당한 뒤에 교살되었다.

데살보는 니나 니콜즈를 살해한 뒤에 그날의 세 번째 사냥감을 찾아 나섰으나 그날은 마땅한 사냥감을 찾을 수가 없었다. 데살보는 7월 한 달 동안을 조용히 지냈다. 아니 작업원을 가장하여 아파트에 침입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으나 살인은 하지 않았다. 그는 7월 한 달 동안 치수 재는 사나이의 일만 계속했다.

8월19일 75세의 아이다 이르가라는 노파가 시체로 발견되었다. 그녀의 양쪽 다리는 하의가 벗겨져 대(大)자로 벌려진 채 의자의 다리에 묶여 있었다. 엉덩이 밑에는 베개가 깔려 있었고 목에는 베갯잎이 감겨져 교살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8월20일 67세의 제인 설리번이 여섯 번째 희생자가 되었다. 그녀는 최후까지 격렬하게 저항했기 때문에 데살보로부터 사체를 훼손당했다. 그녀는 다른 여자들과 달리 실내의가 벗겨져 목에 감기고 그 아래는 나체였다. 그녀는 욕실의 타일 바닥에 무릎이 꿇린 상태로 죽어 있었다. 그녀는 폭행을 당하고 빗자루가 국부 가운데에 꽂혀 있어서 교살마가 점점 잔인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보스턴은 발칵 뒤집혔다. 불과 2개월 만에 여섯 명의 노인들이 강간을 당하고 교살되었기 때문에 주민들은 공포에 떨었다.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그린 사나이 데살보를 사람들은 ‘보스턴의 교살마’라고 불렀다. 희생자들은 한결같이 목이 졸린 상태로 죽어 있었다. 보스턴의 시민들은 분노했다. 힘없는 노인들만 전문적으로 교살한 뒤에 폭행하는 흉악한 교살마에게 누구나 분노를 터트렸다. 60대 이상의 힘없는 노인들을 교살하고 폭행하는 행위는 비열하기 짝이 없는 짓이었다.

여섯 번째 사건 이후 데살보는 한동안 잠잠하게 지냈다. 아내 일름 가르트와의 관계도 복원되었다. 색마 데살보에게 어느 정도 길들여진 일름 가르트는 오랫동안의 금욕을 견딜 수가 없었다.

1962년 12월5일은 데살보와 일름 가르트 부부의 결혼기념일이었다. 데살보는 참을 수 없을 정도의 맹렬한 성욕이 일어나 일름 가르트에게 관계를 요구했다. 일름 가르트는 데살보의 요구를 거절했다. 데살보는 화가 나서 밖으로 나왔다. 그는 어느 아파트의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아무도 응답을 하지 않았다. 그는 미친 듯이 아파트의 문을 두드리며 돌아다녔다. 25세의 흑인 여성 소피 클라크가 아파트의 현관문을 열었다. 흰 드레스에 검은 스타킹을 신고 있었다. 흑인이지만 타이트한 몸매를 갖고 있는 여자였다.

“모델 회사에서 나왔습니다. 혹시 모델을 하고 싶으신 의향이 없습니까?”

데살보는 치수 재는 사나이의 수법을 사용했다.

“필요 없어요.”

소피 클라크는 데살보의 아래위를 훑어보고는 냉정하게 잘라 말하고 돌아섰다. 데살보는 재빨리 그녀의 뒤에서 두 팔로 목을 감았다. 소피 클라크는 일곱 번째 희생자가 되었다.

12월30일 23세의 비서 패트리시아 빈센트가 여덟 번째 희생자가 되었다. 그녀는 데살보가 치수 재는 사나이라는 별명으로 활약을 할 때도 강간을 당한 일이 있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데살보를 안으로 끌어들여 살해를 당했다. 치수 재는 사나이가 어떤 위해도 가하지 않았기 때문에 젊고 아름다운 패트리시아는 그에게 기꺼이 문을 열어주었다.

“어머.”

패트리시아는 깜작 놀라는 시늉을 했다. 그러나 패트리시아보다 더욱 놀란 것은 교살마 데살보였다. 그는 한 번 강간한 여자의 아파트를 두 번 다시 침입하지 않는 기묘한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너무나 많은 여자를 농락한 데살보는 패트리시아의 아파트가 예전에 자신이 강간한 여
자의 아파트라는 것을 깜빡했던 것이다.

“커피를 끓이고 있던 참인데… 들어오세요.”

패트리시아가 데살보에게 상냥하게 말하고 등을 들렸다. 데살보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그녀의 목에 팔을 감아서 살해했다

보스턴은 젊은 여자들마저 잇달아 살해되자 공포의 도시가 되었다. 처음에는 교살마가 노인들만 폭행하고 살해했으나 이제는 젊은 여자들에게까지 악마의 손길을 뻗치고 있었다. 여자들은 문을 꼭꼭 닫아걸고 희대의 교살마에게서 도망치려고 했다. 대부분의 사건이 낮에 이루어졌기 때문에 남자들은 직장에 출근하면 하루에 수십 차례씩 전화를 걸어 집에 있는 여자들의 안전을 확인해야 했다. 패닉 상태에 가까운 공포가 보스턴의 시민들을 떨게 했다.

경찰은 교살마를 검거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순찰이 강화되고 형사들이 수상한 사나이를 찾아서 보스턴 시내를 누볐다. 그러나 이 희대의 살인마는 경찰의 용의자에도 오르지 않았다.

1963년 2월18일 메리 브라운이라는 69세의 노파가 또 다시 교살마에게 폭행을 당하고 살해되었다. 아홉 번째 희생자였다.

1963년 5월6일 이번에는 23세의 비버리 사먼즈가 살해되었다. 그녀는 열 번째 희생자로 기록되었다.

1963년 9월8일 58세의 이혼녀 에블린 코번이 열한 번 번째로 살해되었다.

그린 사나이, 보스턴의 교살마는 이제 미국에서 전국적인 악명을 떨치게 되었다. 보스턴의 교살마를 뒤쫓는 경찰은 새로운 사태에 직면했다. 보스턴의 교살마가 전국적으로 유명해지자 유사한 모방범죄가 잇따라 발생하고 자신이 보스턴의 교살마라고 주장하는 정신이상자들까지 나타나 이들을 조사하느라고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보스턴의 시민들은 백주에 유령처럼 돌아다니는 교살마 때문에 공포에 떨었다. 교살마 특별수사본부가 설치되고 경찰이 대대적으로 투입되어 순찰을 돌았다. 매사추세츠 주(州)에서 직접 수사를 지휘하고 FBI는 노련한 수사관을 보내서 보스턴 경찰을 도왔다. 경찰은 동일 수법의 전과자들을 집중적으로 수사했다. 그러나 데살보는 주거 침입 미수의 전과만 있었기 때문에 한 번도 경찰의 조사를 받지 않았다.

1963년 11월22일 존 에프 케네디 대통령이 텍사스에서 오스왈드에게 암살되었다. 미국은 충격과 슬픔에 잠겼으며 애도기간이 선포되었다. 존슨 부통령이 대통령 전용기에서 대통령직을 승계하고 재클린은 하염없이 울었다. 데살보는 대통령의 암살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11월23일, 많은 미국 시민들이 슬픔에 잠겨 있는데도 보스턴의 교살마 데살보는 주일학교 교사인 23세의 존 그라프를 교살하고 폭행했다. 검은 레오타드(타이즈)가 그녀의 목에 감겨 있었다.

마지막 희생자, 열세 번째 희생자는 19세의 메리 셜리번이었다. 1964년 1월4일 그녀는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무심결에 문을 열었다. 그러나 데살보의 쇠망치 같은 주먹이 메리 셜리번을 때려 눕혔다. 메리 셜리번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데살보는 그녀의 옷을 벗기고 강간한 뒤에 이번에도 목을 졸랐다.

경찰이 메리 셜리번의 시체를 발견했을 때 처참한 모습에 눈을 돌려야 했다. 19세의 아름다운 처녀가 옷이 벗겨진 나신으로 두 다리를 쩍 벌리고 침대에 묶여 있었다. 이번에도 가운데에 빗자루가 꽂혀 있었다. 그러나 현장에는 놀랍게도 지문 하나 남아 있지 않았다.

보스턴의 교살마 데살보는 열세 번째 살인사건을 저지른 뒤에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갑자기 교살 행위를 중단했다. 그가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것이 무엇 때문인지는 전혀 밝혀지지 않았다. 보스턴의 교살마는 난폭한 그린 사나이에서 치수 재는 사나이로 돌아와 또 다시 수많은 여자들에게 엽색 행각을 벌이기 시작했다. 그가 그린 사나이에서 치수 재는 사나이로 돌아와 경찰에 체포될 때까지 그가 농락한 여자들의 숫자는 1,000명에 이르고 있었다.

보스턴의 교살마 데살보의 주장에 따르면 13명의 여자를 살해했고 2,000명의 여자들을 농락한 셈이 되는 것이다.

데살보는 강간 혐의로 기소되었다. 검찰은 그의 일급살인을 증명하는 일이 어려웠다. 살인에 대한 증거가 아무 것도 없었다. 검찰은 변호사쪽과 타협을 하여 데살보를 감옥에 보내는 대신 정신병원으로 보내기로 합의하고 살인을 자백받았다. 13명의 여인을 살해한 데살보는 정신병원으로 보내졌으나 어느 정신병자의 칼에 찔려 기이한 일생을 마쳤다. 그러나 그를 칼로 찌른 죄수가 누구인지는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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