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조주형 기자] ‘맹탕 국감’으로 전락한 국정감사보다 ‘국감 이후’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헌정 사상 세 번째 법무부 장관 발(發) 수사지휘권이 발동된 ‘옵티머스·라임 사태’, 그로 인한 ‘특검론’ 등이 야권에서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서울·부산 재보궐 선거까지 다가오면서 야권에서는 누가 그 자리에 나설 것인지 눈치싸움이 한창이다. 그야말로 본말전도(本末顚倒)다. 일요서울이 ‘포스트 국감’을 전망해 봤다.
 

국회의사당, 뉴시스
국회의사당, 뉴시스

 

-라스게이트·추미애 수사지휘 남발···‘격돌’

일명 ‘맹탕 국감’이 된 이유는 정작 국정감사에 있지 않다. 우선 ‘야권의 불리한 형세’가 한몫 한다. 문재인 정부가 후반기에 들어섰지만, 이미 200석에 가까운 국회의원 자리를 여권이 차지한 데다 2018년 지방선거로 지자체장 자리도 대부분 가져갔다. 당연히 야권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다. 설사 전투력이 뛰어난 인물이더라도 이를 뒤집기에는 너무 늦은 모양새다.

이번 국감에서 피감기관을 향해 “오만방자하다”라는 혹평이 나온다. ‘피감기관의 비협조’ 때문이라는 성토가 야권에서 쏟아진다. 그 이유는 ‘연이은 선거 패배’의 여파인데, 국정감사에 임하는 여권의 태도를 두고 ‘콧대가 세다’라는 세간의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다른 이유는 여권의 태도 외 국감장 밖의 ‘옵티머스·라임 사태’ 때문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옵티머스 수사 관련 자료를 바라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0.22. [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옵티머스 수사 관련 자료를 바라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0.22. [뉴시스]


심지어 청와대·더불어민주당·정부를 비롯해 수사기관까지 이 사건에 얽힌 가운데, 지금껏 헌정 사상 유례를 찾기 힘들었던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까지 발동됐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의 단골 표현을 빌리자면, 비록 본말이 전도됐지만 '매우 엄중한' 상황이 됐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옵티머스·라임 사건’으로 인해 사태가 더욱 ‘엄중’해졌다. 역대 어느 정권도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두 번씩이나 휘두른 적이 없거니와, 국민의힘에서 ‘특별검사 법안’까지 발의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국정감사는 ‘맹탕’이 됐다. 그야말로 ‘본말전도(本末顚倒)’다.

여여 간 갈등은 ‘국정감사 이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특별검사 등으로 그 골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일요서울은 그 단초가 된 ‘옵티머스·라임 사태’가 향후 정치권에 어떤 구도를 형성할 지 전망해 봤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라임·옵티머스 펀드 금융사기 피해 및 권력형 비리 게이트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제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0.22.[뉴시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라임·옵티머스 펀드 금융사기 피해 및 권력형 비리 게이트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제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0.22.[뉴시스]


‘라스게이트’···與 공수처 vs 野 특검?

‘옵티머스·라임 사태’는 5000명이 넘는 피해자, 피해액은 무려 2조 원이 넘는 초대형 금융사기 사건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2일 오전 ‘옵티머스·라임 사태 특별검사 임명안(의안번호 2104602)’을 발의했는데, ‘국감 이후’ 여야 간 진통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검안 발의에 앞서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는 이들 피해자들의 호소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수사를 지체했다”면서 “올해 초 사모펀드 피해 문제가 불거지자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전문수사기구인 서울남부지검의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해체시켜 버렸고,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옵티머스 펀드 사건을 전문성이 부족한 조사1부에 배당을 해 시간을 끌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면서 특검안 발의에 이와 같은 정당성이 있음을 설명했다.

국민의힘이 특검법까지 추진한 배경에는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우려에서 기인한다. 이번 특검법 추진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권성동 국민의힘 라임·옵티머스 권력 비리 게이트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8일 기자들에게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지휘하는 수사팀은 독립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면서 “제대로 된 수사를 위해선 정부·여당이 특검을 수용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의힘 김종인(가운데)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왼쪽)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실로 들어오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0.22. [뉴시스]
국민의힘 김종인(가운데)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왼쪽)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실로 들어오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0.22. [뉴시스]

 

특검법이 발의된 22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진행된 여야 원내대표 회동 이후 기자들에게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무소속 의원 등 110명이 제출한 라임·옵티머스 사건 특검법을 수용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특검법 수용이)어렵다고 말했다”고 알렸다.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검찰 수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특검을 고려하기에 적절한 시점이 아니라는 입장을 이야기했다”며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출범할 수 있도록 26일까지 야당이 추천위원을 추천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고 전했다.

즉, 야권에서 추진 중인 ‘라임·옵티머스 사태’에 대해 여권의 시각이 다를 뿐만 아니라 이를 ‘공수처 추진’과 엮으려는 모양새다. 총선 전부터 여야 정쟁의 단초로 작용했던 ‘공수처’가 국정감사를 뒤집고 ‘국감 이후’에도 계속 정쟁의 소용돌이로 남은 것이다. 그런데, 왜 야당은 ‘라임·옵티머스 사태’를 두고 특검법까지 발의했을까.
 

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검찰 타임캡슐(법무부, 대검찰청)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2020.07.05. [뉴시스]
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검찰 타임캡슐(법무부, 대검찰청)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2020.07.05. [뉴시스]


“법무장관도 검찰총장 지휘감독권 보장해야”

바로 ‘검찰 수사의 공정성’을 믿을 수 없어서다. 국민의힘은 특검법 제안 이유에 대해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행사해 검찰총장의 수사지휘를 배제시켰다”면서 “이번 사건은 거대 범죄임에도 정부·여당은 사건 실체를 밝히기보다는 사건을 은폐·축소하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피고인의 진술만 취사선택하는 모습을 보여, 사건의 진실을 알고 싶은 국민적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 강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밝힌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 19일 사모펀드 ‘라임 자산 운용사건’ 등에 대해 수사지휘를 중단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청와대는 다음날인 20일 윤 총장에 대한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가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추 장관에게 힘을 실은 것이 검찰 중립성을 해친 것으로 해석됐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2020.07.27. [뉴시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2020.07.27. [뉴시스]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남발’도 문제다. 추 장관은 올해 들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두 번씩이나 행사했는데, 이는 헌정사상 두 번째·세 번째 발동이다. 검찰청법 제8조(법무부장관의 지휘·감독)에는 ‘법무부 장관은 검찰 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 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명시됐다. 검찰청법 제8조는 1949년 12월20일 제정 당시 제14조에서 내용 변경없이 1986년 전문 개정 당시 제8조로 반영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극히 자제되어야 한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이헌 대한법률구조공단 前 이사장은 최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검찰청법 제8조에 의해 법무부장관은 구체적 사건을 놓고서 검찰총장을 지휘·감독할 수 있으나,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이라도 검찰에 대한 검찰총장의 지휘감독권의 본질, 지휘감독권 그 자체를 침해·박탈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즉,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남발(濫發)’이 문제라는 것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눈가를 만지고 있다. 2020.10.22. (공동취재사진) 2020.10.22. [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눈가를 만지고 있다. 2020.10.22. (공동취재사진) 2020.10.22. [뉴시스]

 

‘국감 이후’ 더 큰 혼란?

‘국감 이후’에는 여야 모두 본격적으로 ‘재보궐선거 태세’로 전환될 전망이다. 여야 모두 이미 서울·부산시장 후보로 누구를 내보내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인선을 물밑에서 준비 중이다.

당장 5개월 후 치러질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에 누가 어떤 비전을 갖고 나설지 확실하지도 않은 데다 2022년 20대 대통령선거까지 정주행할 수 있는 변곡점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번 선거를 망칠 경우, 그 타격은 고스란히 민심의 향방을 바꾸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만큼 ‘국감 이후 선거’가 매우 중요하다는 뜻으로 모아진다.

이번 국정감사는 ‘변죽만 울린’ 국정감사가 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진다. 국감 그 자체보다. 국감과 관계없이 동일 이슈에 초점이 맞춰진 까닭이다. 결국 ‘국감 이후’ 정국에 관심이 모아진다.
 

'국민의힘' 당명 발표 공식 사진. 미래통합당 제공.
'국민의힘' 당명 발표 공식 사진. 구 미래통합당 제공.

 

관련기사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