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윤사랑 기자] 진정 이재명의 시대가 온 것일까.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차기 대선 판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지난 7월 대법원에서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의 판결을 받은 이후 상승세를 탄 이 지사의 대선주자 지지율이 크게 흔들리지 않고 3개월 째 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독주 체제를 깨고 양강구도를 형성한 흐름도 흔들림 없이 계속되고 있다. 거기다 대척점에 서 있던 친문 세력에게도 한 발짝 더 다가선 모습이다. 진보층은 물론이고 보수·중도층에서도 호응을 얻으며 외연확장 가능성까지 자랑하고 있다. ‘친문과 확장성두 개의 떡을 주무르고 있는 양상이다. 이 지사의 지지율은 실체가 있을까. 그 흐름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9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2020.10.19. 뉴시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9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2020.10.19. 뉴시스

- 이재명 민주당 지지층서 이낙연 바짝 추격, 중도·보수에서도 우위
 지지율 변화, 여당 지지자 의견 유보층마음이 핵심 변수 부상

야권 진영이 유력한 대선주자가 없어 인물난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긴장감 넘치는 경쟁을 벌이면서 대선 레이스를 완벽하게 장악한 모습이다. 지난 7월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 원심 파기 판결을 받은 이재명 지사는 지난 16일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으면서 완전히 자유의 몸이 됐다. 향후 이 지사의 대권 행보는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오전 경기도 수원고법 형사 2부 심리로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 대선은 국민들이 대리인인 우리 일꾼들에게 어떤 역할을 맡길지 결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국민의 뜻에 따라 부여해주시는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지사는 지난 7월 대법원 판결 이후, 오랫동안 1위에 지키며 독주하고 있던 이낙연 대표를 추월하며 일부 여론조사에서 1위로 올라섰다. 지금까지도 그 흐름을 이어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대선은 1년이 넘게 남아있다. 짧은 기간에도 상황 변화가 빠른 정치권에서 1년이 넘는 시간은 아주 긴 시간이다. 지금 상승세를 탄다고 해도 앞날은 보장되지 않는다. 그동안 많은 잠룡들이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1위를 올라섰다가도 그 흐름을 끝까지 유지하지 못하고 힘을 잃는 경우가 많았다.

이재명 지사의 대선 레이스에서의 파괴력은 흔들림 없이 지속될 수 있을까. 이 지사의 지지율 은 실체가 있는 것일까. 이 지사 지지율의 최대 약점은 민주당 지지층에서 이낙연 대표에게 크게 뒤진다는 점이었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은 완전국민경선제로 치러진다. 당원이나 일반선거인 모두 동등한 1표를 행사하게 되지만 권리당원은 선거인단으로 자동 배정되기 때문에 당심(黨心)은 경선 결과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꼽힌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친문 당원들의 거부감이 강한 이재명 지사가 민주당 경선을 통과해 대선주자로 선출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이 지사가 지난 대선 민주당 경선과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민주당 경선에서 극심한 갈등을 겪었던 친문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최대 과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2지지층 이낙연-이재명격차 48%p, 10월엔 5%p

그러나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이낙연 대표와 이 지사의 격차가 크게 좁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지난 13~15일 실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이재명 지사가 20%를 얻어 3개월 연속 1위를 차지했다. 2위를 기록한 이낙연 대표는 17%로 집계됐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이 대표(36%)와 이 지사(31%)의 지지율 격차가 5%포인트로 좁아졌다. 지난달에는 이낙연 대표(40%)가 이재명 지사(28%)10%포인트 이상 앞섰었다. 지난 2월 갤럽 조사에서는 이 대표가 52%로 압도적 우위에 있었고 이 지사가 4%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놀랄 만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민주당 지지층에서 두 주자의 격차가 좁아진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 그룹에서는 친문의 이 지사에 대한 거부감이 조금씩 약해지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지사는 최근 주요 정책 과제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과의 명확한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기보다는 자신의 분명한 소신을 밝히면서도 정부여당의 결정은 존중하는 선을 지키는모습을 보였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였다. 그는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 모두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을 하면서도 선별 지급을 결정한 정부여당의 방침을 따르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그는 문재인 대통령 비판 목소리에 대해서도 적극 엄호에 나서는 모습도 보였다. 이 지사는 지난 21일 문 대통령을 향해 경제를 포기했다고 비판한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에게 맹목적 비난 말고 전문가다운 대안을 제시하라며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차재원 부산 가톨릭대 특임교수는 민주당 지지층에서 격차가 좁혀진 것과 관련 이 대표에 대한 실망이라기보다는 이재명 지사의 행보에 대해서 문팬들로 대변되는 민주당 지지층들이 그를 백안시하던 편견의 벽을 조금씩 내려놓는 게 아닐까 싶다고 해석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3~15일 조사한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결과에 따르면 이재명 경기지사는 20%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1·2위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달과 비교해 모두 선호도가 하락했다. 뉴시스
한국갤럽이 지난 13~15일 조사한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결과에 따르면 이재명 경기지사는 20%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1·2위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달과 비교해 모두 선호도가 하락했다. 뉴시스

진보색강한 이재명, 중도·보수 이낙연에 우위

또 이 지사는 진보층에서는 물론이고 보수와 중도층에서도 확장성을 보이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3~15일 실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 결과 진보층에서 이재명 33% 이낙연 30%, 보수층 이재명 13% 이낙연 11%, 중도층 이재명 20% 이낙연 16%로 집계됐다.

이 같은 흐름은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감지된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기관이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실시한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결과, 이재명 지사와 이낙연 대표가 22% 동률을 기록하며 선두를 차지했다. 이념 성향별로 진보층에서는 이재명 29% 이낙연 35%, 중도층 이재명 23% 이낙연 20%, 보수층 이재명 13% 이낙연 11%로 나타났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 지사가 보수중도에서도 이낙연 대표를 앞서는 것에 대해 확장성이 있다고 봐야 한다이 지사가 추진력이 있고 진보성이 강한 듯하면서도 의외로 친기업적 행보를 보이는 부분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이 지사가 보수층에서 이 대표보다 우위를 보이는 것은 보수 지지자들의 전략적 판단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보수층은 이재명 지사가 민주당의 대선후보가 되는 것이 대선에서 보수가 이기는데 유리하다는 전략적 판단을 한 것이 아닐까 한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본다면 이 지사가 친문확장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대선판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 같은 이 지사 지지율의 생명력은 어디까지 일까. 일각에서는 이재명 지사가 이 대표에 비해 팬덤층의 세가 강하기 때문에 지지율이 쉽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과 앞으로 계속 엎치락뒤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동시에 나온다.

배종호 세한대 교수는 이낙연 대표와 달리 이 지사는 자기만의 강력한 팬덤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지지율의 뿌리가 약하지는 않다고 지적했고, 장성철 소장은 지금은 선명성 있는 주장을 많이 하는 사람이 조금 더 많은 선택을 받겠지만 대선 경선 때까지는 계속 엎치락뒤치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민주당 지지층 의견 유보’ 28%가 변수

일각에서는 이 지사는 물론이고 이 대표의 현재 지지율은 민주당 지지층 가운데 두 주자 모두를 선호하지 않는 의견 유보층의 선택에 따라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갤럽이 지난 13~15일 실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 결과 민주당 지지층에서 의견 유보28%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들 의견 유보층이 향후 김경수 경남도지사나 유시민 전 의원 등 제3의 친문 후보에게 쏠릴 경우 현재의 이낙연 대 이재명양강구도에 큰 변화가 올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배종호 교수는 의견 유보층은 새로운 사람을 노리고 있다고 본다현재는 양강 체제이지만 앞으로 친문에서는 여러 가지 이합집산을 통해서 누군가가 또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 지금은 불확실성, 유동성이 굉장히 높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지사는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자신의 지지율에 대해 지지율, 이건 정말 순식간에 왔다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이더라라며 한두 달 또는 1주일, 며칠 사이에도 뒤집힐 수 있는 게 지지율이다. 거기에 의미를 두고 연연하면 문제가 생긴다. 오히려 신경 안 쓰는 게 정답이라고 몸을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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