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규 대표
박동규 대표

요즈음 ‘라임·옵티머스 사건’ 관련 쏟아지는 뉴스의 대부분은 ‘금융 사기꾼 김봉현 전 회장의 입과 옥중서신에서 나오는 것들이다. 검찰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여야 정치권은 모두 수감된 ’범죄자 김봉현‘의 주장을 놓고 매일같이 공방을 벌이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 발동 이후 대검 국감에서 윤 총장의 반격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었고 결국 윤 총장은 모처럼 ’뉴스 거리‘를 제공했다.

윤석열 총장은 22일 국감 현장 답변에서 “중상모략'이라는 표현은 제가 쓸 수 있는 가장 점잖은 단어"라며 라임 자산운용 사건 관련 검찰총장의 소극적 지시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또 자신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 라고 규정하는 등 윤 총장이 지금까지 법무부와 추 장관에 대한 항의성 표현 중에 가장 센 말을 한 것 같다. ”가장 점잖은 단어...”라는 표현은 향후 상황에 따라 ‘점잖은 표현’ 이나 ‘더 강한 항거’를 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하는 대목이라 흥미롭다.

박근혜 특검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신임을 한껏 받고 임명된 윤 총장은 지금은 철저하게 여당의 미운털이 박힌 검찰 수장이 되고 말았다. 조국 전 장관 수사 이후 윤 총장은 온갖 수난을 겪으면서도 앞으로도 물러날 생각은 추호도 없는 것 같다. 이래저래 윤 총장은 집권여당과 ‘오월동주(吳越同舟)’, ‘적과의 동침’이라는 위태위태한 시간을 더 보내기로 작심한 것 같다.

올해 초만 해도 윤석열 총장은 대선 여론조사에서 자신의 이름을 빼 달라고 한 바도 있지만, 지금은 아무런 대꾸도 없다. 여론조사에서 늘 안철수 대표 다음 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아예 노골적으로 경쟁 대상자로 안 대표와 윤 총장을 콕 집어 지목하기도 했다.

현 정권에서 윤 총장의 재기나 새로운 활로 모색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집권세력과 지지자들로부터는 ‘검찰개혁의 악의 축(?)’으로 규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직설적이고 직진 스타일인 윤 총장의 ‘노림수’는 무엇일까에 궁금증이 더해지는 이유는, 더 이상 얻을 것도 잃을 것도 없는 그가 오월동주, 적과의 지속적인 동침(?)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 총장은 이미 집권 여당과 지지층에겐 ‘계륵’과도 같은 존재이자 만질수록 커지는 ‘작용과 반작용 정치생물’이 된 상황이다. 어쩌면, 피할 수 없는 그리고 다가올 수밖에 없는 자신의 정치적 운명의 시간이 임박할 때 결단을 내려야 할 ‘변곡점’과 ‘터닝 포인터’를 찾지 않을 수 없는 처지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평생을 법조인으로 살아온 그가 ‘순응적인 검사’였다면 지금의 윤석열이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평범한 검사로 법조인으로 끝날 수도 있는 그의 운명은 ‘집권세력의 미운털’이 되면서 이만큼 대선주자급으로 커진 것이다. 사실, 대쪽 같은 검사나 법조인이라면 이런 압박, 압력 속에서 모든 것을 내던지는 게 좀 멋져 보일 텐데 하는 생각마저 들지만, 그가 ‘여러 변수’를 생각하는 듯하여 아쉽고 씁쓸하기도 하다. 

22일 수사지휘권 발동 등과 관련 ‘항의의 뜻’으로 자신의 소신을 강력하게 피력하며 사표를 과감하게 내던진 박순철 서울 남부지검장의 행보를 보면 더더욱 대비되기에 그렇다. 윤석렬 총장이 추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과 자신에 대한 비판을 ‘중상모략’이라고 점잖게 항거한 것은 더 이상 점잖은 항거만 하지 않겠다는 의사가 담겼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윤 총장의 스타일답지 않게 거취문제에 너무 자로 재는 듯한 모습은 결국 ‘정치적 검찰 총장’, ‘검찰 정치를 한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언젠가 ’대선주자의 길‘이든 ’올곧은 검객의 길‘이든 윤석열 이름 석자를 걸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올 것이다. 그때가 되면 자신의 ‘발자국’을 당당하게 뒤돌아볼 수 있는 길로 나아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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