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철 편집국장
홍준철 편집국장

내년 4월 서울시장 재보선을 두고 여야가 난리다. 사실상 대권 전초전 성격으로 여당이 패할 경우 1년 남은 차기대권에서 정권재창출이 요원해질 수 있다. 이재명 지사와 차기 대선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달리는 이낙연 대표의 대권가도에도 빨간등이 켜질 수밖에 없다. 야당 역시 마찬가지다. 패할 경우 보수재집권은 난망하다. 김종인 비대위원장 역시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여야간 서울시장 선거전에 ‘필승’카드를 찾기 위해 필사적이다. 일단 여당 후보군을 보면 박영선·추미애 장관부터 임종석, 우상호, 박주민 카드가 거론된다. 그런데 최근 여의도에 희한한  소문이 돌았다. 정세균 총리가 서울시장 선거에 차출될 것이라는 게 요지다. 

근거로는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군과 맞붙어서 정 총리가 박빙의 승부가 아닌 완승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해당 조사를 국민의힘 측에서 하고 흘렸는지 아니면 집권여당 주류측에서 조사해 흘렸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정세균 서울시장 차출론’은 국감장을 들끓게 했고 급기야 정세균 총리측은 “말도 안된다”고 일축하면서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정 총리 측 말대로 소설 같은 얘기다. 정 총리는 이미 참여정부가 들어선 2002년 12월 대선 직후 과반의석 이상을 받은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 당의장을 맡은 바 있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여당 당 대표를 산자부 장관으로 기용하면서 ‘하향지원’을 한 바 있다. 당시 정 총리의 일성은 ‘선당후사’였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이후에는 절반을 훌쩍 넘는 여당몫으로 상반기 국회의장을 지냈다. 국가의전 서열 2위 입법부 수장 자리다. 그런데 이낙연 총리가 종로 출마를 위해 직을 관두자 문재인 정부는 그를 국가의전서열 4위이자 행정부 2인자 자리인 총리직을 맡겼다. 이로 인해 야당에서는 ‘입법부를 행정부 시녀로 전락시켰다’, ‘삼권분립을 훼손했다’고 비판을 보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 총리의 서울시장 차출론이 나온 셈이다. 서울시장은 장관급이다. 정치적 하향지원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소문이 돌았을까. 앞서 언급했듯이 여당 내 서울시장 필승카드가 안보이기 때문이다. 

추미애 장관과 박영선 장관이 유력한 여성 후보지만 둘 다 비문이다. 임종석, 우상호는 386운동권을 대표하는 인사들로 기득권 이미지가 강하고 이념적 색채가 편향적이다. 반면 정 총리는 합리적인 인사로 보수·진보 진영에서 반감이 적고 무엇보다 문 대통령의 전폭적인 신뢰가 강점이다. 

그러나 정 총리가 친문 주류냐는 점에는 의문이 남는다. 현재 정 총리는 대선 개시 1년전 총리직을 관두고 대선 출마의 꿈을 갖고 있다. 물론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어차피 친문 후보를 내세우기 힘들다면 여권에서 정 총리만 한 카드도 찾기 힘들다. 

정 총리에 대한 서울시장 차출론은 결국 차기 대권 구도를 염두에 둔 특정 세력의 견제구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문 대통령의 가치와 철학을 잇고 퇴임 후 안전판을 확보하기위해서 친문 순혈주의자가 차기 대통령이 되길 바라는 세력과, 같은 호남 출신으로 경쟁구도에 있는 이낙연계 일부, 그리고 야당 일부 인사들의 정치적 이해가 맞아떨어져 생긴 ‘카더라식’ 근거 없는 소문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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