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철 소장
장성철 소장

최근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택배 근로자들의 안타까운 과로사는 이미 그 해결책이 나와 있는 단순한 이슈다. 첫째로, 소위 ‘까대기’라고 하는 ‘분류 노동’에서 택배근로자들을 해방시키면 된다. 평균적으로 주당 71시간에 달하는 택배근로자들은 근로시간 중 거의 절반을 분류 노동에 할당하면서도 이에 대한 임금은 별도로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둘째로, ‘지입제’라고 하는 기형적 고용 구조를 개선하면 된다. 현재의 택배근로자는 많은 배달 물량을 위탁 받아 하나라도 더 많이 배달할수록 더 많은 돈을 받는 구조이다. 당연히 과로사의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이들을 택배사가 직고용하면 문제는 해결된다. 

이 두 가지가 과로사 문제의 핵심적 원인이고 해결책이라는 점은 22일 CJ대한통운이 발표한 택배기사 보호 대책을 보아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이날 대책의 내용도 결국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분류 지원 인력 4,000명을 단계적으로 투입한다’는 것, 그리고 ▲‘택배기사들이 적정 배송량을 초과해 일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과연 4천명의 분류지원 인력으로 그 많은 분류노동 부담을 해결할 수 있을지, 그리고 과연 지입제를 유지한 채로 적정 배송량 조절이란 게 가능할 것인지의 의문은 차치하고서, 어쨌든 문제 해결의 첫 걸음을 걸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그러나 ‘두 가지 문제’의 현황을 진단하고 해법을 찾아야할 의무가 있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지난 19일에 있었던 증인 채택은 뭔가 이상하다. 택배근로자 과로사 문제 해결을 위해 CJ대한통운, 한진택배, 쿠팡 등 기업 증인 채택을 요청하는 민주당과, 이스타항공 대량해고 문제 해결을 위해 이상직 의원 등의 증인 채택을 요구하는 국민의힘 간에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었다. 

그러나 민주당 안호영 간사와 국민의힘 임이자 간사 간의 물밑 협상 끝에 합의된 결과는 많은 이들의 예상을 뒤엎는 것이었다. 이스타항공 관련 증인은 모두 뺐다. 택배과로사 관련 증인만 채택하기로 했다. 그것도 다른 택배회사들은 모두 제외하고 ‘쿠팡’만을 증인으로 출석시키기로 합의가 이뤄진 것이다. 이 점이 이상하다는 것이다. 

이날 국회에서 증인을 의결하기 불과 1주일 전, 정부는 택배 노동자 과로 문제의 해결책으로 쿠팡을 모범 사례로 제시했었다. 그러나 쿠팡은 국회의 증인 채택으로 모범생이 불량생으로 갑자기 둔갑될 처지에 놓여졌다. 증인채택 과정에서 뭔 일이 있었을까? 이렇게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진 것은 국정감사 증인채택 과정에서 ‘공정하지 않은 판단’이 개입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이래서는 안 된다. 

10월 26일 월요일로 예정된 환노위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이 택배 근로자 과로사가 많은 업체는 빼고, 가장 과로사 우려가 적은 기업을 불러다 놓고 어떻게 추궁을 하고 어떻게 대책을 이끌어 내려고 하는지 흥미롭게 지켜볼 것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