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립편집위원
이경립편집위원

지난 9월 초 미래통합당이 ‘국민의힘’으로 당명을 변경했을 때, 필자는 이 지면을 통해 ‘국민의힘’에게 다음과 같은 덕담을 건넨 적이 있다. ‘국민의 힘’은 당명과는 관계없이 어느 정치세력에게나 정의롭게 작용한다. 그것을 진리로 삼아 ‘국민의 힘’을 두려워 할 줄 아는 ‘국민의힘’이 된다면 당신들에게도 길이 열릴 것이다.

평소 한 나라의 정치발전은 건전한 야당의 건재함에 달려있다고 생각했던 필자는 ‘국민의힘’과 이해관계가 전혀 없지만, ‘국민의힘’에게 그러한 역할을 기대하면서 최고의 덕담을 건넸던 것이다.

그런데 이해관계가 있는 당사자들의 생각은 많이 다른 것 같다. 경기도 홍보비가 과다하게 집행됐다는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의 지적에 발끈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역화폐로 지급된 ‘기본소득형’ 재난지원금이 위기 시의 경제정책으로 얼마나 큰 효과를 냈는지는 국민들이 체험을 통해 안다. 여전히 국민을 조작에 놀아나는 피동적 존재로 여기며 음해선동에 몰두하니 ‘국민의짐’으로 조롱받는 것이다”라며 ‘국민의힘’을 조롱했다.

결국 20일 경기도 국정감사장에서 ‘국민의힘’ 당명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고,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국민의힘’ 당명에 대해 “‘국민의짐’이 되지 않길 바란다”는 조롱과 비아냥이 섞인 충고를 하면서, 사과를 하라는 ‘국민의힘’ 의원에게 “사과는 마음에 있어서 하는 거고요. 저의 말씀은 그러지 않길 바란다는 선의에서였다. 듣는 사람 입장에서 다를 수 있고 상처받을 수 있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마음에 없는 사과를 했다.

어느 때부터인가 조롱과 비아냥에 능한 정치인이 유능한 정치인으로 등치가 되고, 언론의 관심을 받고, 많은 국민의 지지를 얻게 되었다. 그러는 사이 조롱정치, 비아냥정치가 국회의 일상이 되었고, 오늘도 내일도 조롱과 비아냥으로 국회가 뒤범벅이 된다.

금태섭 전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자 그의 동지였던 자들이 온갖 조롱과 비아냥으로 그에게 꽃길을 만들어 줬다. 정치인들의 조롱과 비아냥이 극에 달하자 현직 검찰총장도 힘을 보탰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22일 국정감사장에서 답변 중에 “사람을 패 죽인 것과는 경우가 좀 다르지 않나 싶다”며 의도적으로 국회를 조롱하고 비아냥거리는 말투를 선보였다. 국회를 국회의원을 우습게 보겠다는 의도적인 어휘사용이 아닐 수 없다.

조롱과 비아냥이 난무하다보면 국민들이 그러한 것에 익숙해져서 더 과한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러면 정치인들은 자신이 ‘벌거숭이 임금님’이 되었는지도 모른 채 부화뇌동하려고 한다. 조롱과 비아냥은 경멸과 증오에 이르게 되고 더 나아가 상대를 파멸시키려고 한다. 적대정치의 악순환이다. 이 고리를 끊어야 우리 정치가 선진 정치로 나아갈 수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올 1월 취임하면서 ‘국민에게 힘이 되는 정부’를 기치로 내걸었다. 그가 2016년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취임사에서 언급한 ‘국민에게 힘이 되는 국회’의 연장선에서 내건 기치였다. 그가 과거 국회가 국민에게 짐이 되었다는 반성하에 짐을 힘으로 바꿔 ‘국민에게 힘에 되는 국회’를 주창한 것이며, 지금도 국회는 공식문서에서 ‘국민에게 힘이 되는 국회’를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제1야당이 당명으로까지 ‘국민의힘’이 되겠다고 하는데 정부여당이 격려는 하지 못할지언정 조롱과 비아냥으로 야당의 힘을 빼면 누가 ‘국민의 힘’이 되어줄 수 있는가? 혹시 자신들이 ‘국민의 힘’이 될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아니면 ‘국민의 짐’만 되지 않으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여당의 유력정치인들에게 일갈하노니, 우리 국민들 중에는 당신들이 ‘국민의 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점을 명심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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