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일 위원
홍준일 위원

최근 한 언론사는 민주당이 정세균 총리를 서울시장 후보로 검토하고 있다는 기사를 냈다. 정치권 대부분은 생뚱맞다는 반응이다. 정세균 총리는 6선 국회의원에 장관, 국회의장을 거쳐 국무총리를 하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현존 정치인 중 그처럼 화려한 경력을 갖춘 사람도 드물다. 그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총리 이후 대권을 노린다고 알고 있다. 그의 국정 경험에 비추어 서울시장 후보는 자존심을 구긴 측면이 있다. 정 총리 역시 "차라리 진안군수를 했으면 했지 서울시장을 하겠느냐”고 응수했다. 

그렇다면 이 기사는 단순한 해프닝인가? 보도 직후 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전혀 고려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총리실 관계자도 ‘소설 같은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그런데 해프닝으로 넘기기엔 석연치 않다. 과연 누가 이런 얘기를 했고, 또 그 황당무계한 얘기를 기사로 받았을까? 쉽지 않은 일이다. 일단 이러한 기사가 나오려면 취재원이 상당한 공신력을 갖추거나 그에 준하는 신뢰가 확보돼야 한다.

결국 이 기사는 해프닝이 아니라 민주당의 전략적 구상이거나, 다양한 시나리오 중 하나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럼 왜 이러한 전략이나 시나리오를 고민했을까? 

첫째, 내년 4월 서울시장선거가 그만큼 전략적으로 중요하다는 반증이다. 어쩌면 2022년 대통령선거보다 내년 서울시장선거가 더 중요할 수 있다. 대한민국은 대통령 임기 5년 주기로 역동적인 변화를 갖는다. 결국 내년 4월이 그 변곡점이며 승부처가 될 것이다. 다시 말해 내년 서울시장선거는 여권에겐 문재인정부의 레임덕을 막아내고, 정권 재창출의 첫발이 될 것이다. 민주당의 유능한 전략가라면 내년 서울시장선거의 필승카드가 반드시 필요했을 것이다. 

둘째, 여권은 지금 추미애장관과 윤석열총장의 숨막히는 혈투 중이다. 이 혈투의 끝은 누구도 상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정치권 누구나 알고 있듯이 이 혈투가 정리된 후 여권은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해 청와대 개편, 총리를 비롯한 개각을 통해 문재인정부 임기말 체제를 구축할 것이란 점이다. 이 연말 구상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가 바로 ‘서울시장후보’이다. 

여권은 다양한 전략적 구상과 인재 풀을 총동원하여 우선 ‘서울시장후보’를 우선 결정할 것이다. 그다음으로 비서실장, 총리, 장관 순으로 진행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청와대와 민주당이 ‘서울시장후보’로 고려했을 인물을 꼽으면 정세균총리, 추미애장관, 박영선장관 정도로 추측된다. 

사실 민주당 내부에 우상호, 박주민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쉽지 않다. 민주당은 지역구를 또 다시 보궐선거로 만들면서 서울시장선거를 준비하는 모험을 피할 것이다. 본인들은 하고 싶겠지만 당 지도부는 만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결론적으로 여권의 전략적 구상은 정세균, 추미애, 박영선을 테이블에 올렸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 중 추미애 장관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고, 정세균 총리와 박영선 장관이 주목되었을 것이다. 마무리하면 정세균 총리 카드는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여권진영의 전략적 구상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향후 청와대와 민주당의 연말 재편 과정에서 정세균총리의 거취는 매우 중요한 독립변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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