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국민의힘이 내부 파워게임으로 흔들리는 양상이다.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다선 중진들의 힘겨루기가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종인 위원장은 보수진영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이후 당 쇄신 및 혁신을 주도하면서 내년 4월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 승리에 모든 것을 맞추고 있다. 당 안팎에서 본인의 리더십에 대한 도전이 지속되고 있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누가 뭐래도 김종인답게 마이웨이를 선택한 것이다. 다만 권영세, 장제원, 조경태 세 의원을 비롯한 당내 중진 의원들은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 매우 비판적이다. 김 위원장이 독선을 넘어서 당을 사유화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마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여차하면 김종인 퇴진을 위해 맞불작전에 나설 조짐이다.

김종인 위원장과 권영세 의원
김종인 위원장과 권영세 의원, 뉴시스

- 양김(兩金) 회동 후폭풍, 당 중진 김종인 퇴진맞불작전 
- 김종인 당운영 마이웨이 vs 다선중진 소통부족지적

양측의 갈등은 내년 4월 서울시장·부산시장 보선을 둘러싼 전략에서도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 김 위원장은 공천과 관련해 일찌감치 현역 배제 방침을 천명했다. 이는 내년 4월 재보선을 차기 대선 승리로 가는 징검다리로 삼아 외연확장의 기회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더구나 현역 의원 출마와 선거법 재판의 여파로 자칫하면 개헌 저지선인 100석이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깔려있다.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 비판적인 중진들의 인식은 정반대다. 당내에 마땅한 후보가 없다면서 당 외곽으로 시선을 돌리는 김 위원장의 태도는 내부총질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더구나 주변의 비판에도 아랑곳없는 김 위원장의 태도에 대선 셀프등판을 위한 수순밟기가 아니냐는 의심마저 내놓고 있다. 사실상 양측의 갈등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셈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내년 4월 재보선을 앞두고 결별수순에 돌입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김종인vs다선 국민의힘 내부 파워게임 증폭

김 위원장의 최근 정치행보 중 가장 눈에 띄는 인상적인 장면은 이달초 킹메이커로 불리는 김무성 전 대표와의 마포 회동이다. 김 전 대표가 주도하는 마포포럼에는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 60여명이 동참할 정도로 막강한 힘을 자랑한다. 특히 당 안팎에서는 김 위원장이 원외지만 킹메이커로 불리면서 여전히 정치적 영향력을 자랑하고 있는 김무성 전 대표와 모종의 연대 움직임에 시동을 걸었다는 의심의 눈초리가 당 안팎에서 흘러나왔다. 이른바 마포 양김회동의 후푹풍이다.

김 위원장은 최근 마포포럼 특강에서 내년 4월 재보선 및 차기 대선에 대한 구체적인 구상을 밝혔다. 당 내부보다는 외곽에서 새 인물을 찾겠다는 기존 인식의 연장선이다. 특히 김 전 대표가 현역 의원의 부산시장 보선 불가론을 거론하자 현역이 나가면 국회의원 선거를 새로 해야 하니 새로운 인물이 나오는 게 가장 적합하다고 화답했다. 양측이 당내 최대 현안 중 하나인 부산시장 전략과 관련해 의견을 주고받은 셈이다.

국민의힘은 사실상 당을 장악한 비대위원장과 당 외곽의 실세 거물의 일치된 인식에 당 안팎에서 뒷말이 무성했다. 핵심은 김 위원장이 김 전 대표의 부산시장 보선 출마를 돕고 김 전 대표는 김 위원장의 대선출마를 돕지 않겠느냐는 섣부른 관측마저 나왔다. 실제 김 전 대표는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당 안팎에서 내년 4월 부산시장 후보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고 김 위원장 역시 잊을만하면 차기 대선 셀프 등판론이 흘러나오고 있다. 물론 양측은 이같은 관측을 부인하며 손사래를 쳤다.

김 위원장은 이른바 김무성 부산시장카드와 관련, “그 말을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김무성 전 대표가) 그런 욕심을 가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김 전 대표 역시 김 위원장의 대선출마설에 대해 김 위원장이 대권에 도전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6일 부산지역 언론간담회에서도 한걸음 더 나아갔다.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와 관련, “아직 적격자가 안 보인다는 발언으로 당내 반발을 샀다. 김 위원장은 부마민주항쟁 기념식 참석 이후 지역언론인들과 만나 국회의원 34선하고 이제 재미가 없으니 시장이나 해볼까 하는 느낌을 받는다지금 (부산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 중에는 내가 생각하는 후보는 안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내년 4월 재보선과 관련해 당 내부 인사로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인식이다. 사실상 서울·부산시장 보선 승리를 위해 외부에서 경쟁력 있는 필승후보를 수혈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안팎에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윤석열 검찰총장, 최재형 감사원장 등 현 정부와 갈등을 겪거나 갈등 중인 인사들에게 끝없는 정치적 러브콜을 보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장제원 의원,  뉴시스
장제원 의원, 뉴시스

김종인 흔들기 본격화소통부족 독선적 운영 맹비난

김 의원장의 독주 아닌 독주가 지속되면서 당내 중진들의 반발도 표면화되고 있다. 초선 의원들이 김 위원장의 지원군으로 자리매김한 것과는 정반대다. 상당수 중진들이 김 위원장의 소통부족과 독선적인 당 운영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고 인식하고 있다. 그동안 김종인 비대위 체제 이후 정국 추이를 관망하면서 몸을 낮췄던 다선 중진들이 대거 들고 일어난 셈이다.

앞서 김 위원장이 태극기세력과의 결별, 당명 개정과 당 상징색 교체, 여의도 당사 이전 등 당 쇄신을 주도하면서 중도층 외연확장을 위한 광폭행보에 나설 당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다. 사실상 김종인 체제에 반기를 든 다선 중진들의 경우 내년 4월 서울시장·부산시장 보선 후보로 거론되거나 이후 전대에서 당권 도전이 유력한 정치적 거물들이다. 다만 김종인 비대위 체제가 더욱 공고해질 경우에는 향후 정치적 입지도 장담할 수 없다.

특히 김종인 저격수로 유명한 장제원 의원은 물론 권영세, 조경태 의원이 전면에서 김 위원장의 리더십을 비판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최근 정치적 행보가 내부총질과 다를 바 없다는 인식이다. 장 의원은 특히 부산시장 보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직격탄을 날렸다. 장 의원은 당 대표 격인 분이 가는 곳마다 자해적 행동이니 참 걱정이라면서 격려를 하고 다녀도 모자랄 판에 낙선운동이나 하고 다녀서야 되겠나고 비꼬았다. 특히 비대위의 존재 이유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조경태 의원 역시 김 위원장의 정치적 행보와 관련해 여당 2중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조 의원은 우리 진영의 활동을 위축시키고 분열시키는 정당 운영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시장 보선 출마설이 나도는 권 역시 자신을 스스로 깎아내려서 얻을 게 뭐가 있나. 적절치 않은 얘기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 수장을 지낸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 또한 국민의힘에 서울시장감이 없고, 부산시장감이 없나.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차라리 문을 닫아라국민의힘에도 인물들이 있다. 음악으로 말하자면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등을 잘 연주할 좋은 연주자들이 있다. 문제는 오히려 지휘라고 지적했다. 울산시장을 지낸 4선의 김기현 의원 역시 뺄셈 정치가 안 되는 것은 두 말할 것도 없다. 곱셈정치를 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아울러 보수원로들도 김 위원장의 당운영 비판에 나섰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지난 20일 상임고문단 회의에서 야당이 야당 역할을 못 한다는 것이 일반 국민들의 전반적인 생각이라면서 야당은 여당보다 훨씬 더 열정적이어야 하고 적극적, 공격적, 비판적이어야 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 추미애 법무장관 아들의 병역특혜 논란, 서해상 공무원 피격 사건 등 여권발 악재에도 국민의힘이 제대로 정국을 주도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김종인 위원장과 당내 중진들의 갈등은 내년 4월 재보선 전략만이 아니다. 코로나19 사태로 기업들의 경영환경이 극도로 불투명한 가운데 김 위원장은 정부여당이 주도하는 공정경제 3법에 기본적인 찬성 입장을 밝혀 논란이다. 보수정당의 정체성을 뒤흔들 것이라는 우려가 흘러나오고 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이 주도해온 호남 러브콜 전략 역시 취약한 당내 기반을 보완할 당 주도권 장악 시나리오의 일환이라는 의심이다. 아울러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연대 여부도 갈등 사안이다. 당내 상당수 중진들은 반()문재인 단일대오 구축을 위한 차기 대선 승리를 위해 안철수 대표와의 연대설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김 위원장은 연일 대통령감이 아니다고 혹평해왔기 때문이다.

조경태 의원, 뉴시스
조경태 의원, 뉴시스

4월 재보선전 갈등 격화최악의 경우 결별

문제는 내년 4월 재보선을 앞두고 양측의 갈등과 정치적 주도권 다툼이 더욱 치열해질 수도 있다. 정기국회 종료 이후 연말연초 대격전 이후 내년 4월 서울시장·부산시장 보선 성적표가 정치적 분수령이다. 국민의힘이 양대 선거를 동시에 석권하면 김종인 비대위 체제는 더욱 공고해질 수밖에 없다. 비대위 체제 연장은 물론 경우에는 따라 한동안 사라졌던 차기 대선과 관련해 김종인 셀프등판론이 다시 힘을 얻을 수 있다. 뒤집으면 당내 중진들의 경우 향후 정치적 존재감이 미미해지면서 운신의 폭이 극도로 제한될 수 있다. 당권을 노리는 인사들의 경우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다.

이 때문에 4월 재보선에 앞서 김 위원장의 거취 문제가 최대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내 중진들이 김 위원장의 독선적 당 운영에 반발해 연합전선을 형성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탄생의 일등공신이었던 김 위원장이 결국 정치적 결별을 선택했던 것처럼 최악의 경우에는 김 위원장 스스로가 당을 박차고 나가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내년 4월 재보선은 물론 차기 대선후보를 둘러싼 인물난이 지속되는 가운데 당 지지율이 반등하지 못할 경우 김 위원장의 중도사퇴설이 현실화될 수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 내부사정에 정통한 정치권 한 관계자는 김종인 위원장과 당내 중진들의 힘겨루기는 차기 대선에 대한 인식 차이는 물론 내년 4월 재보선을 전후로 한 당권장악의 전초전 성격이라고 규정한 뒤 크고작은 갈등이 지속되겠지만 양측이 죽기살기로 싸우는 전면전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김종인 비대위 체제의 지속 또는 당내 중진들의 퇴진압박 여부는 내년 4월 재보선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김종인 비대위 체제는 21대 총선참패 이후 보수진영의 대안부재론이라는 최악의 위기 상황에서 출범했다. 내년 4월 선거결과에 따라 양측의 정치적 운명이 갈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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