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 논란 이면엔 치열한 계파전쟁 있어”

[일요서울ㅣ정재호 기자] 일요서울은 지난 20일 포스터 문구 논란으로 국민의힘 중앙청년위 위원장 사퇴를 결정한 박결씨를 마포의 한 까페에서 만났다. 그는 최근 발생한 논란에 대해 할 말이 많았다. 정치권 안팎에선 포스터 논란이 당내 ‘계파투쟁’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부 언론도 이 문제를 계파투쟁의 일환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바로 바른미래당-새보수당(바른-새보)에서 입당한 세력과 비 바른-새보 간에 계파투쟁이라는 것이다. 그는 ‘혁신’과 ‘미래’의 상징인 청년들이 계파투쟁에 희생되는 모습을 보면 정치에 대한 실망이 크다고 했다. 그의 이야기를 통해 청년정치의 현실을 짚어봤다. 

-“특정계파 이익 불리려 청년당 이용해”

박결 [본인제공]
박결 [본인제공]

 

- 왜 정치를 시작했나.
▲ 내가 영국에서 석사를 마쳤을 때 한국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됐다. 문 대통령의 후보 당시 공약집을 보고 사회주의 정책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국가가 위기 상황에 놓여있다 생각해 귀국 후 서울 신촌에 ‘라운지 리버티’라는 카페를 열고 정치에 뛰어들었다. 

 

- 최근 국민의힘 중앙청년위원회가 포스터 논란으로 시끄러웠다. 
▲ ‘하나님의 통치가 임하는 나라’, ‘곱버스 타다가 한강 갈 뻔함’, ‘육군땅개알보병 포상휴가 14개’ 등의 문구를 중앙청년위원회 위원들이 개인 포스터 형식으로 올린 것이 발단이 됐다. 이 포스터들은 정당 공식 홍보물이 아닌 자기 포부를 담은 개인 포스터다. 문구가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순 있지만 당에서 면직 및 내정 취소를 결정한 부분에 대해선 아쉽다.  

 

- 왜 이 사태에 모든 책임을 졌나.
▲ 나를 믿고 같이 활동한 동료들의 어려운 사정을 위원장으로서 모른 척 할 수 없었다. 당 안팎에서 많은 분들이 사퇴를 말리는 연락을 주셨다. 그러나 포스터 논란은 청년위원들 생업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마녀사냥 식으로 정치권 안팎에서 청년위원들이 공격 받는 모습에 결국 모든 화살을 내가 맞고 책임지는 게 옳다고 판단한 처사다. 

 

-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포스터 논란에 대해 “옛날 사고는 당에 도움 안 된다”고 했다.
▲ 김 위원장이 내개 논란을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지난 4.15총선부터 인연이 있는 김 위원장은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었다. 김 위원장이 나를 중앙청년위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문제의 핵심은 비대위가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고 너무 쉽게 청년들을 희생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 정치권 일각에선 청년을 내세운 계파투쟁이 박 위원장의 사퇴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 아직도 국민의힘 안팎에선 바른미래당-새보수당(약칭 바른-새보) 계열의 정치인들과 비 바른-새보 계열 정치인들 간 계파투쟁이 물밑에서 치열하게 발생하고 있다.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이 지난 4.15 총선에서 패하고 대놓고 당 내에서 분열과 갈등을 일으키기 어렵게 되자 청년을 앞세워 계파투쟁을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청년을 내세운 계파투쟁의 가장 핵심적 요소가 국민의힘 중앙청년위원회(약칭 중청위)와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추진하고 있는 청년당이다. 

 

- 중앙청년위원회와 청년당이 왜 계파투쟁의 장이 된 것인가. 
▲ 김 비대위원장은 청년당을 통해 당내 혁신을 위한 청년세력을 육성하려한다. 나도 취지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바른-새보 세력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잔류한 세력을 청산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다. 바른-새보 세력은 탈당 이후 생각했던 것만큼 정치적 입지를 다지지 못하고 축소됐다. 그런 상황에서 지난 4.15 총선을 위해 정치 공학적으로 합당해 선거에 임했으나 그것도 실패했다. 결국 당내 입지는 계속 줄어드는 상황에 당내 자신들의 세력과 조직을 뿌리내리게 하는 방법이 청년당인 것이다. 당의 예산을 끌어다 쓰며 청년을 명분으로 공천권도 보장 받는다. 최근 당에 공천권을 요구하다 여론이 좋지 않자 한발 물러섰지만 청년당을 만들기 위한 내부 계획을 살펴보면 자신들이 만든 정치 교육기관 출신에게 공천 혜택을 주겠다는 요지다. 그런 방식으로 청년을 앞세워 자신들의 세력을 키우고 당내 세력 확장을 꾀하겠단 것이다.

 

- 김 비대위원장은 이런 사실을 알고도 청년당을 추진하는 것인가. 
▲ 그걸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언론에도 국민의힘 청년당을 둘러싼 계파갈등 문제가 점점 붉어지고 있어 이젠 김 비대위원장도 인지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문제의 핵심은 당내 혁신과 발전을 위해 김 비대위가 청년당을 시작했지만 그걸 악용해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만을 불리려는 세력이 있다는 것이다. 

 

- 앞서 언급했던 바른-새보를 대표하는 정치인은 누구인가.
▲ 지난 4.15 총선에서 논란을 일으키며 공천을 주도하신 인물 중 한분이다. 그리고 바른-새보 세력 내에서도 입장 차가 다르다고 알고 있다. 바른-새보에서 입당했다 하여 모두 청년당에 호의적인 것은 아니다. 

 

- 청년당의 실무는 누가 주도하나.
▲ 원래 청년 비대위원 중 한명이 주도했다. 그런데 일이 생각한 것만큼 추진이 잘 안됐다. 당의 기존 청년조직인 중청위의 반대가 심했다. 그런 상황에 내가 중청위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이후 청년당의 향후 계획을 청년 비대위원과 논의하는 과정에서 청년당을 위한 모든 제반 준비와 핵심 당직자는 중청위가 맡기로 어렵게 합의했다. 최소한의 안전핀이었다. 

 

- 청년당을 어떻게 생각하나. 
▲ 앞서 이야기 했듯이 취지는 공감한다. 그러나 당내 청년조직인 중청위도 제대로 육성하고 활용하지 못하면서 청년당을 따로 추진하려 했다는 점은 문제다. 그리고 결국 청년당 추진 과정에서 특정 계파의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됐다는 점이 명분을 상실했다 생각한다. 

 

-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 갑자기 일어난 포스터 논란으로 정치적 활동 중단을 선언하고 앞일을 구체적으로 생각할 겨를은 없었다. 평소 학생들에게 진정한 자유와 민주주의에 가치가 무엇인지 가르치고 싶었다. 그리고 막연해 보일 수 있지만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어느 분야에서든 열심히 일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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