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사당, 뉴시스
국회의사당, 뉴시스

오는 11월 3일은 지구의 운명이 결정되는 날이다. 그날 외계인이 침공하거나, 우주에서 소행성이 접근해 오는 것은 아니다. 외계인보다 낯설고, 소행성보다 파괴적인 트럼프라는 문제적 인물이 다시 미국 대통령 자리에 앉게 될지가 결정되는 미국 대통령 선거일이다. 한때 한반도의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트황상’으로 까지 칭송받던 트럼프는 과연 재선에 성공할 수 있을까? 성공해야 할까?

상식적으로 보면 트럼프가 재선될 확률은 별로 없어 보인다. 전국 여론조사에서도 10% 가까이 뒤져있고, 주요 경합주에서 바이든의 우세가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전통적인 공화당 지지 성향을 보이던 조지아, 텍사스에서도 트럼프는 바이든에 쫓기는 중이다. 그런데도 많은 전문가들은 바이든의 압승 또는 트럼프의 승리를 전망한다. ‘트럼프가 압도적으로 패할 것 같은데, 이길 수도 있다’는 하나 마나 한 전망은 어떻게 가능할까?

2016년에 트럼프가 힐러리를 이기는 광경을 입 쩍 벌리고 목격했던 트라우마 탓이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에서 자신도 놀랄 승리를 거뒀지만, 그렇다고 힐러리를 대단한 차이로 이겼던 것은 아니다.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트럼프의 승리를 예상하는 사람들은 가뭄에 콩 나듯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트럼프는 러스트벨트의 백인 저소득층, 저학력층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여 힐러리에게 예상 못한 패배를 안겼다. 그 기억을 잊지 못한 사람들이 꽤 있다.

하지만, 올해도 트럼프는 승리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승리의 일등공신인 백인 저소득층, 저학력층이 힘쓰기 어려운 선거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트럼프 지지층은 이미 결집할 만큼 결집해서 추가로 힘을 발휘할 여력이 없다. 재선 캠페인 전략 측면에서 트럼프의 가장 큰 실책은 새로운 지지층을 발굴하기보다 전통적 지지층을 굳히는 정책들을 펴왔다는 것이다. 트럼프와 공화당은 그들을 싫어하는 미국인들에게 포위되고 있다.

이번 미국 대선은 ‘트럼프냐, 트럼프가 아니냐’ 하는 문제를 두고 표를 던져야 하는 선거다. 상대 후보가 누구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힐러리만 아니라면. 더구나 바이든은 미국 민주당이 낼 수 있는 최선의 후보는 아니지만, 트럼프를 대신할 만한 품위와 능력은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트럼프의 온갖 기행과 막말, 거짓말에 질린 미국인들에게 바이든은 하루가 다르게 ‘대통령다운 모습’을 보여주며 승리를 굳혀가고 있다.

바이든의 승리를 장담할 수는 없지만, 선거일까지 남은 열흘 동안 트럼프가 TV쇼를 만들 듯 새로운 기적을 만들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미국인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가 승리할 가능성은 12%, 바이든은 87%가 나오고 있다. 만약 트럼프가 2016년과 같은 승리를 재현한다면 미국인 대부분의 예상을 뒤엎는 결과를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트럼프는 ‘선거의 신’으로 불려야 할 것이다.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되어 가뜩이나 기후 위기로 종말이 다가오고 있다는 지구의 운명을 쥐고 흔들 수 있을까? 정말이지 미국 대통령이란 자리는 너무 중요해서 미국인들에게만 맡겨둬서는 안 되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지구 종말 시계는 이제 열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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