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프로젝트 수주 순항… “고객사 신뢰·지속적 커뮤니케이션 원동력”

[대한전선 홈페이지]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직접투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기업들은 ‘저임금 노동력’보다 ‘현지 시장 진출’에 중점을 두고 있다.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해외 진출 이유로 완화된 규제와 유연한 노동시장, 해외 매출처 다변화 등을 꼽았다. 특히 해외에서는 무궁한 성장 기회 발전 가능성과 저임금 구조와 활용, 기술의 발달로 인한 통신 및 물류비용 감소 등 기업들이 진출하기에 부담이 적어졌다. 이에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은 단순 고객 확대를 넘어 글로벌 경쟁 시장 진출이라는 큰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일요서울은 해외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위상을 높이며 활약하는 기업들을 살펴봤다.

유럽 진출 3년 만 성과 본격화… 영국서 역대 최대 프로젝트 규모

몽골 보건부 의료 인프라 구축사업… ODA 통한 해외 개발사업 수주

대한전선은 전력선, 통신선, 전선용 소재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전선산업 업체다. 전선산업은 전력, 건설, 통신 등을 전방산업으로 하는 국가 기간산업에 속하며 대한전선은 매출의 60% 이상을 해외시장에서 거두고 있다. 현재 당진에 전선 단일 공장으로는 최대 규모의 생산기지가 있으며 남아프리카공화국, 베트남, 미국, 사우디에 현지 법인과 카타르, 호주, 영국 등 해외 지역에 11개 지사를 두고 있다.

대한전선은 1964년 대한민국 최초로 동남아 지역에 전선 수출 문을 열었다. 이후 꾸준히 제품개발과 함께 해외시장개척 및 확대에 노력했고, 그 결과 1997년 무역의 날에 ‘5억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특히 전력과 통신케이블 분야에 있어 기존의 아시아 및 중동을 비롯한 주력 시장에서의 선전은 물론 미국, 러시아, 오세아니아 및 중남미 등 신규시장 진출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2000년에 설립한 남아공 생산법인 M-TEC와 2005년에 설립한 베트남 생산법인 TCV를 대륙별 생산기지로 삼아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안정적 해외 수주
각국 전력청 발주

대한전선이 해외 시장에서 초고압 전력망 프로젝트 수주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월 대한전선은 네덜란드, 싱가포르, 카타르에서 초고압케이블 고급 프로젝트를 연달아 수주했다. 세 프로젝트 모두 각국의 전력청이 발주한 것으로 총 6300만 달러 규모다. 네덜란드에서 수주한 프로젝트는 남부 해안의 대규모 해상풍력단지에서 생산된 전력의 원활한 송전을 위해 네덜란드 최고 전압인 380kV 초고압 전력망을 구축하는 공사다. 약 1300만 달러 규모로 지난해 초 네덜란드 수출의 첫 포문을 연 이후 두 번째 수주다. 2017년 유럽 지사를 설립한 이후 영국, 덴마크 등에서 초고압 전력망 공사를 수주하며 본격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싱가포르에서는 주롱 아일랜드 외곽지역의 기존 설치된 케이블을 신규로 교체하는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약 2000만 달러 규모로 230kV 초고압 케이블 및 접속 자재를 공급했다.

특히 중동에서 가장 높은 기술력과 품질이 요구되는 국가였던 카타르에서도 약 3000만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 수주를 추가했다. 카타르 최초의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송전하기 위한 것으로, 220kV 초고압 전력망 구축 공사를 턴키 방식으로 수행한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안정적으로 해외 수주가 진행되고 있다”며 “대한전선 제품과 프로젝트 수행능력에 대해 고객사의 신뢰가 높고 어려운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이어간 것이 수주 동력이 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첨단 의료 정보 시스템 구축
영국서 핵심 프로젝트 담당

대한전선의 초고압 케이블 해외 프로젝트 수주가 순항 중인 가운데 지난 7월에는 영국 런던에서 전력망 재구축을 위한 핵심 프로젝트의 계약자로 선정돼 유럽 진출 3년 만에 성과가 본격화되고 있다. 대한전선은 영국 국영 전력회사인 ‘내셔널그리드(National Grid)’와 ‘런던 파워 터널 2단계’ 프로젝트의 전력망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금액은 한화로 약 925억 원인 대형 프로젝트로, 국내 전선업체가 영국에서 수주한 전력망 프로젝트 중 역대 최대 규모다. 또한 대한전선이 유럽 시장에 진출한 이후 수주한 프로젝트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크다. 해당 사업은 런던 남서부의 윔블던(Wimbledon)에서 남동부의 크레이포드(Crayford)까지 도심을 가로지르는 약 32.5km 길이의 대규모 지하 터널을 건설하고 400kV 전력망을 설치하는 공사다. 투입되는 케이블 길이만 200km가 넘는다. 대한전선은 400kV 케이블과 접속재 등 관련 자재 일체를 공급하고 터널 내외부 케이블 시스템 설계와 엔지니어링 등을 일괄 담당한다.

나형균 대한전선 사장은 “런던의 대대적이고 장기적인 인프라 개선 사업에 대한전선이 큰 역할을 하게 돼 기쁘다”며 “에너지 산업을 선도하는 영국에서 까다로운 검증 과정을 거쳐 중요 프로젝트를 수주한 것은 유럽 전 시장에서의 경쟁력과 입지를 입증한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유럽은 노후한 케이블의 교체 수요가 많고, 신재생 에너지 확대 정책에 따른 신규 전력망 공급 기회가 열려 있어 향후 지속적인 수주 확대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지난 9월에는 대한전선이 몽골 보건부로부터 ‘건강정보 교환 플랫폼 구축 사업’을 수주했다. 몽골의 의료 환경 개선을 위해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첨단 의료 시스템을 도입하는 ‘e-health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몽골 보건부가 지정한 5개의 전문 의료 기관에 환자의 진료 정보를 공유하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스마트 의료 전문 기업인 비트컴퓨터가 프로젝트를 함께 수행한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는 세계은행의 재원으로 진행되는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으로, 대한전선이 세계은행의 사업을 처음으로 수주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세계은행이 개발도상국의 경제 발전을 위한 ODA 사업을 가장 활발하게 진행하는 국제기구인 만큼 이번 프로젝트의 안정적인 수행을 통해 추가적인 사업 수주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앞서 대한전선은 ODA를 통한 해외 인프라 사업이 활성화되는 추세에 따라 2000년대 초반 전담조직을 구성하고 관련 사업을 추진했다. 그 결과 몽골, 세네갈, 말리 등에서 광케이블 기간망 및 전자정부망 구축 사업 등을 수주하며 성공적으로 완수한 바 있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전력 및 통신 기술뿐 아니라 의료 분야 등 다양한 인프라 개발 사업에서 경쟁력을 확대하고 있다”며 “이번 실적을 기반으로 국제 기구의 ODA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본업인 전선 산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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