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기우 언론인] 여권 대권구도가 요동칠 11월 정국이 초읽기에 돌입했다. 116일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댓글 여론 조작 혐의 관련 항소심 공판 결과에 따라 여권 차기 대선 구도가 요동칠 전망이다. 여권의 대선 구도는 이낙연 대세론이 형성된 사이 재판에서 무혐의를 받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특유의 사이다 발언 등을 통해 대선 레이스의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상황이지만 김 지사가 생환할 경우 여권 대권구도의 새판 짜기는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당내 최대주주인 친문계가 친문 적자인 김 지사에게로 결집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116일 김 지사 항소심 재판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반면, 김 지사가 항소심에서 실형을 받는다면 범친문계와 비문계로 분류되는 대선 후보들은 친문 구애등 정치적 입지를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범친문계로 분류되는 정세균 국무총리, 김두관 의원을 비롯해 비주류인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간의 대선 후보 쟁탈전은 더욱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경수 지사, 뉴시스
김경수 지사, 뉴시스

- 내년 3월 정세균 대권 출마 선언...김경수 지사 대법원 판결 시점
- ‘로키’(Low Key) 김두관 지역.정책 올인’ ‘김경수 불가론PK대안론 부상

불어민주당은 물론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서조차 친노 적자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인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 끊이지 않고 나온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김 지사의 인품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들었다. ‘친노 적자인데다 대외적으로 비춰지는 이미지가 좋다파괴력이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여권의 현재 대선 구도는 이낙연 대표와 이 지사 간의 2파전으로 전개되고 있지만 김 지사가 양강 구도를 흔들 새로운 변수라는 것이다.

김경수 생존 시, 친문 결집 가속화

친문계 사이에서도 김 지사를 거론하는 이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김 지사가 116일 댓글 여론 조작 사건에서 무혐의를 받는다면 친문계가 급속히 결집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김 지사가 무죄 판결을 받을 경우 친문 지지층의 표심은 김경수로 결집할 가능성이 크다. 그는 야권 인사들도 강점으로 뽑을 만큼 참신한 이미지, 합리적 리더십 등을 겸비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데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등 두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일한 정치인이다. 이른바 친노 적자로 통용되면서 김 지사에 대한 친문지지층의 호감도 역시 매우 높다. 친문지지층을 중심으로 김 지사에 대한 애드벌룬을 강하게 띄울 시 여권 내부 권력구도는 김 지사로 급속히 쏠릴 수 있다.

정계에서 물러났지만 친노·친문 좌장으로 불리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의 과거 인터뷰 내용도 이같은 분위기를 가늠케 한다. 이 전 대표는 김 지사의 차기 대선 도전 가능성에 대해 대선 때 55세면 어리지도 않다. 이재명 경기도지사하고 별 차이도 안 난다일단 재판 결과를 봐야 한다. 만약 살아 돌아온다면 지켜봐야 할 주자는 맞다고 말했다.

이 지사가 무죄판결을 받고 난 뒤 차기 지지율이 급상승했던 때와 마찬가지로 김 지사 역시 비슷한 상황을 맞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 지사가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표 정책을 강조하고, 보수 진영과도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등 광폭행보를 했던 것처럼 김 지사도 대선 행보에 가속 페달을 밟을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김 지사가 연일 민주주의·호남 연대·통합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제시한 경제활성화 정책 등에 대한 지지를 내보이며 지역주의 타파 등 국가차원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등 대선 행보를 취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정치권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김경수 대망론을 띄우기 위해 초·재선 의원은 물론 광역단체장까지 합류한 모임이 있다는 소문이 여의도 안팎에 퍼져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는다면 검찰에서 대법원에 상고하더라도 무죄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매우 크다대선 무죄 판결과 함께 곧바로 대선 출마를 선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지사가 생존할 경우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인사로는 이낙연 대표가 꼽힌다. 이 대표는 이해찬 전 대표와 달리 비주류 수장으로 분류된다. 최장수 국무총리로 전당대회에서 차기 대선 주자 지지율 1위로 60%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해 이낙연 대세론이 형성되는 듯했으나 최근에는 주춤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 대표는 오는 2022년 대선 출마를 위해 내년 3월 당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상황에서 남은 임기 동안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치적 선명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고, 외교 문제까지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이 대표가 특정 이슈에 대해 정확한 대안을 제시하거나 해법을 모색하기보다 당 대표 임기 동안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 한 당직자는 이 대표가 임기 동안 성과를 내기 위해 무리한 정책 등을 추진할 경우 당청간의 불협화음이 커질 수 있다이럴 경우 친문 직계로부터 비토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 대표와 함께 이 지사도 비주류다. 2017년 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이 지사는 사사건건 문재인 대통령과 충돌했고, 친문 지지층과 이 지사 지지층 간에 충돌했다. 비문계 한 관계자조차 친문계와 이 지사 사이엔 회복할 수 없는 앙금이 남아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한 당직자는 당내 최대 세력인 친문계가 김경수 경남지사로 쏠리면 범친문계로 분류되는 정세균 국무총리와 김두관 의원의 입지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차기 대선 구도는 2자 구도로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친노 적자인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비주류로 분류되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간의 경쟁으로 급격히 고착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경수 불가론 부상시, 정세균 김두관 띄우나

김두관 의원, 뉴시스
김두관 의원, 뉴시스

반면, 김 지사가 또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는다면 친문계가 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친문 적자로 불리는 김 지사가 재판 족쇄로 인해 친문계는 김경수 대안찾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가 차기 대선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면 차기 대선 주자들은 본격적으로 친문 진영이 각자도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친문계는 21대 총선과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분화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를 비롯해 친문계 일부는 이 지사를 지원하고 있고, 부산·경남 친문 핵심과 박광온 사무총장 등은 이 대표를 지원하고 있다.

반대로 친문계가 결집해 범친문 인사들을 적극 띄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 한 당직자는 친문계가 차기 대선 주자를 관리한다는 차원에서 뿔뿔이 흩어진 측면이 있다대세를 따르는 당 주류의 습성도 있지만 차기 개각 등 여권 내 사정이 복잡하게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민주당 안팎에서는 정세균 총리의 대선 출마를 여부 주목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 총리는 장관, 당대표, 국회의장까지 지낸 인물이다. 다만 김 지사의 생존을 전제로 친문계 내부에서 정세균 서울시장 출마설이 흘러나왔다. 반대로 얘기하면 김 지사가 출마하지 못하게 될 경우 친문 대체자로 떠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 한 관계자는 차기 대선주자로 아직 띄우고 있지는 않지만 정 총리의 당내 영향력은 여전하다코로나19 방역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내년 초 개각을 통해 국무총리직을 내려놓는다면 청와대의 ‘OK’ 사인을 받고 대선 출마를 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청와대에서 OK사인이 없으면 순장조 총리로 남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리틀 노무현으로 불렸던 김두관 의원도 주목받고 있다. 여권 내에서는 호남 후보 한계론이 팽배한 가운데 김 의원은 민주당 볼모지인 부산·경남(PK)에서 당선된 이력이 있다. 특히 수도권 지역구를 버리고 경남 양산을 선택한 것은 본인의 경쟁력을 입증하기 위한 차원이기도 하지만 친문핵심 인사가 양산 차출설을 주도했다는 후문이다.

정세균 총리, 뉴시스
정세균 총리, 뉴시스

양정철 친문 대선후보 전략적 키우기막후?

이와 관련, 국민의힘 한 핵심인사는 지난 총선에서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차기 대선 구도 및 여권의 장기집권 플랜에 따라 대선 주자들을 키우기 위해 전략적으로 양산으로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즉 김 지사에 대한 판결에 따라 범친문계인 정 총리와 김 의원에 친문 진영이 쏠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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