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 저평가’에 요동치는 정치권, 여야 탈원전 공방… 결국 고발까지

사진은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 송갑석(왼쪽) 간사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통상자원부 종합감사에서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의 월성1호기 감사원 감사와 관련된 질의 내용에 대해 자리에서 일어나 김 의원에게 항의하자 국민의힘 이철규 간사가 중간에서 중재하고 있다. 이 충돌로 오전 국정감사가 파행됐다. [뉴시스]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감사원의 월성1호기 조기 폐쇄 타당성에 대한 감사 결과가 국정감사 도마 위에 오르며 후폭풍이 거세다.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은 “국기 문란 행위” “대국민 기만 쇼”라며 거친 언행으로 비판을 쏟아냈다. 반면 여당은 “1년 넘게 논란만 키운 무리한 감사”라며 통상적인 감사에 불과한 것에 마치 탈원전 정책의 심판대인 양 논란을 키웠다고 방어태세에 돌입했다. 또한 여당은 “야당이 박근혜 정부 때와 상반된 모습을 보인다”며 도리어 받아치기도 했다.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장관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월성1호기 경제성 조작하지 않았다” “자료삭제는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조직적으로 한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월성1호기 감사 결과를 두고 국회에서는 고성과 막말이 오가는 등 격렬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감사 결과 발표를 한 지 며칠이 지났지만 파장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文 정부, 국기 문란… 무너진 공직사회의 슬픈 민낯”

민주당 “그때는 되고 지금은 안 된다?… ‘내로남불’ 부끄럽다”

지난 20일 감사원은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 점검’ 감사보고서를 통해 “경제성 평가 용역보고서에서 월성1호기의 즉시 가동중단 대비 계속가동의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고 밝혔다. 이번 감사보고서는 지난해 10월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감사원에 요청한 후 1년여 만에 감사위원회가 전날 의결한 것이다. 이번 감사 결과에 따라 산업부·한수원 관계자들의 배임 여부에 대해서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원전 가동중단에 따라 감소하는 인건비·수선비를 과다 산정했고, 결과적으로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저평가됐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산업부가 경제성 평가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한수원의 결정 시기에 맞춰 즉시 가동중단 방침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또한 이번 감사보고서는 또 다른 논란을 낳기도 했다. 감사를 지연시키거나 방해하기 위해 산업부 직원들의 일탈 행동이 고스란히 담겼기 때문이다. 2019년 11월 산업부 A 국장은 월성 1호기 관련 감사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보고 받았다. 이에 A씨는 부하 직원들을 회의실로 소집 후 대책을 논의했고 부하직원인 B 서기관에게 컴퓨터, 휴대전화 등 모든 매체의 저장된 월성 1호기 관련 자료를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결국 B씨는 12월1일 밤 11시24분 36초부터 다음날 새벽 1시16분 30초까지 사무실 내 컴퓨터에서 관련 파일 444건(122개 폴더 분량)을 삭제했다. 감사원은 이렇게 삭제된 파일 444건 중 324개만 복구됐다고 밝혔다. 산업부의 일탈에 감사원도 혀를 내둘렀다. 최재형 감사원장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렇게 감사 저항이 심한 감사는 재임하는 동안 처음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감사 결과 두고
여·야 치열한 공방전

지난 22일 월성1호기 조기 폐쇄 타당성 감사 결과에 대한 국정감사가 진행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산업부 대상 종합 국정감사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초반부터 월성1호기 감사를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국기 문란 행위가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청와대, 산업부, 한국수력원자력이 공모해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을 조작하고 이를 은폐하는 과정에서 불법 사안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야밤에 사무실에 가서 공적 자료를 마음대로 삭제하는 행위를 개인의 일탈로 볼 수 있나. 국가문란”이라며 “이것이 묵인된다면 대한민국 행정은 누구에게도 신뢰받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김정재 의원 역시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합리성·객관성·공명심을 내팽개치고 무너진 공직사회의 슬픈 민낯”이라며 “대통령은 내 말이 곧 법이라는 식으로 법과 원칙 위에 군림했고, 장관과 공무원은 국민이 아닌 대통령만 바라보며 위법과 반칙을 일삼았다”라고 비난했다. 최승재 의원은 “감사 결과를 보고 충격적이었다. 감사를 무력화하기 위해 자료를 삭제한 것은 중대범죄와 같다”며 “삭제자료에는 감사원이 산업부에 요구한 월성1호기 관련 내부 회의 자료와 청와대 보고 자료가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는 국정농단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여당은 감사 결과가 월성1호기 조기 폐쇄 타당성에 대해 따지지 않았던 만큼 더 이상 정쟁으로 이어지는 것은 옳지 않다는 입장이다.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월성1호기 조기 폐쇄 타당성은 종합적인 관점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타당 유무를 결정할 수 없다”며 “국기문란·공모·조작 등과 같은 표현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 이번 감사는 월성1호기 폐쇄에 대한 문제인 만큼 탈원전 문제, 정쟁으로 비화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고민정 의원은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고리1호기 폐쇄 때도 경제성과 안전성, 국민 수용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영구정지를 권고했다고 나와 있다”면서 “그때는 되고 지금은 안 된다는 것은 ‘내로남불’의 극치다. ‘국정농단’과 ‘국기문란’과 같은 말이 너무 쉽게 나오는 것이 부끄럽다”고 받아쳤다. 이날 오전에는 여야 의원들 간 고성과 막말이 오가면서 국정감사가 파국으로 치닫기도 했다. 대통령과 청와대 개입 의혹을 제기한 김정재 의원에 대해 송갑석 의원이 유감을 표명했고 이 과정에서 김 의원이 항의하자 송 의원은 “어디서 끼어드냐. 국회의원이라고 아무 말이나 다 할 수 있냐”며 격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김 의원은 “반말·삿대질하지 마라. 사람 치겠다”라며 받아쳤고 이에 다른 여야 의원들까지 끼어들며 “어디서 삿대질이냐”, “반말하지 마라”라고 말하는 등 장내는 아수라장이 됐다.

산업부 자료 삭제 ‘논란’
국민의힘, 12명 고발

국회가 아수라장이 된 가운데 논란의 중심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산업부 공무원들의 자료 삭제 사건과 관련해 “공무원 자료 삭제에 대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산업부, 정부의 조직적인 외압이 있었다는 것은 확실하게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말씀드린다. 감사원이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 자체를 부정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이런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한 데 대해 조직의 기관장으로서 책임질 일이 있다면 저는 회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국정감사 당일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등 12명을 직권남용 혐의로 대전지검에 고발했다. 피고발인에는 백운규 전 장관, 산업부 출신의 박원주 전 특허청장, 대통령 산업정책비서관을 지낸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 정재훈 한수원 사장 등이 포함됐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검찰이 경제성 평가 조작과 은폐라는 국기문란 행위에 대해 관련자들을 엄중하게 처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경제성 평가 조작이라는 탈법과 비리를 저지르고, 그것도 모자라 힘없는 공무원들을 시켜 문서를 삭제한 일은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