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 “대선 후보 되기 위해 노력”...심상정 대권 출마 '이견'

[일요서울ㅣ정재호 기자] 지난 9일 정의당 신임 당 대표로 김종철 전 선임대변인이 선출됐다. 김 대표는 당선 이후 내년 재·보궐선거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의 귀책사유를 주장하며 후보를 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에겐 내년 재·보궐선거가 당선 이후 처음 치루는 선거이기 때문에 자신의 능력을 검증받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더욱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 대표는 서울시장 후보로 경쟁력과 인지도를 갖춘 인물을 내세워야한다. 현재로선 정의당에 심상정 의원이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심 의원 입장에선 대선에 대한 고려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일요서울은 정의당의 서울시장 출마를 두고 김 대표와 심 의원의 동상이몽(同床異夢)을 알아봤다.

-정의당 서울시장 후보는 누구? 인지도냐, 경쟁력이냐 

김종철 정의당 대표 [뉴시스]
김종철 정의당 대표 [뉴시스]

 

정의당은 지난해 ‘조국사태’로 내홍에 휩싸였다. 심상정 전 정의당 대표가 추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과시키기 위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온갖 비리의혹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과 연합하여 그의 임명에 동의하는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진보 논객으로 알려진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이 사건을 계기로 정의당을 탈당했다. 진 전 교수는 지난 1월11일 SNS에 올린 글에서 “정의당이 의석수에 눈이 멀어 지켜야 할 그 자리를 떠난 거다”라고 비판했다. 

정의당은 지난해 12월27일 민주당과 함께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선거법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개정안 통과 당시 정의당은 정당득표 20%이상, 원내교섭단체(20석 이상) 구성을 목표로 삼았다. 

민주당은 정의당의 기대를 저버리고 ‘비례연합정당’을 출범시켜 정의당에 참여를 요청했다. 정의당은 참여하지 않겠다고 민주당에 선을 그었다. 장혜영 정의당 청년선거대책본부장은 지난 3월25일 국회에서 열린 청년선거대책본부 출범식에서 정의당이 조 전 법무부 장관 임명을 찬성한 데 대해 “반성한다”고 했다. 

의석수 확대를 노렸던 정의당은 지난 4.15총선에서 원내교섭답체 입성을 목표로 했으나 오히려 줄어들었다.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의 절반도 못 미치는 6석에 그쳤다. 정의당은 명분과 실리를 모두 다 잃고 말았다. 

정의당은 생존을 위해 ‘민주당 2중대’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을 시작했다. 지난 4월16일 정의당 중앙선거대책위 해단식에서 심 전 대표는 “최선을 다한 당원들과 정의당의 홀로서기를 응원해 주신 국민 여러분께 더 좋은 결과를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정의당은 민주당의 패스트트랙 법안 통과를 위해 이용만 당한 모습으로 비춰졌다. 정의당의 뒤늦은 ‘홀로서기’ 노력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결국 정의당은 당 쇄신을 위해 지난 5월 혁신위원회를 출범했다. 이혁재 정의당 혁신위원은 지난 6월26일 열린 혁신위원 공개회의에서 “그동안 민주당 2중대로 비쳤던 모습을 철저히 극복해야 한다”며 “특히나 조국·윤미향 사태 당시 당이 원칙적 입장을 보이지 못하는 모습은 비판 대상이었다”고 지적했다. 혁신위는 3개월 가까운 논의 끝에 지난 8월13일 혁신 최종안을 발표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정의당 혁신안에 ‘민주당 2중대’라는 프레임을 극복하기 위한 당의 정체성이 뚜렷하게 제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난 7월14일에는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고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조문거부’ 소신을 밝혀 당내 논란이 있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정의당은 지난 9일 신임 당 대표로 김종철 전 선임대변인을 선출했다. 김 대표에겐 정의당이 겪고 있는 민주당 2중대 논란을 탈피하기 위한 과제가 놓여있다. 그 일환으로 김 대표는 내년 재·보궐선거에서 정의당이 민주당과는 차별화된 행보를 보이며 실질적인 성과로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모양새다. 

- 김종철 “서울시장 선거 민주당과 연대 없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는 지난 11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과의 연대는 없다”고 말했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는 다음날인 12일 다른 매체와의 인터뷰에선 “이번에 내년 4월에 치러지는 선거가 부산시장과 서울시장 두 선거 모두 다 민주당의 귀책사유로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에서는 예전에 당헌·당규 제정할 때 ‘우리 당에 만약에 귀책 사유가 있으면 후보를 내지 않겠다’이렇게 국민들한테 이야기를 해서 지지를 받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치의 아주 기본적인 것이 신뢰이고 소위 말해서 내로남불이 안 되는 것인데, 민주당 스스로 하는 약속을 지키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의 당헌·당규를 지적하며 민주당이 재·보궐 선거의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김 대표의 주장대로 민주당이 명분이 없다고 판단해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않는다면 진보진영 유권자들은 정의당을 지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민주당의 선택에 따라 정의당은 서울시장의 가능성이 높아 질 수 있다. 

반면 민주당과 정의당이 같이 서울시장 후보를 낸다면 진보진영의 표가 갈려 민주당의 서울시장 당락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김 대표 입장에선 정의당이 민주당 2중대를 탈피하고 선거비용 보전의 득표율이라도 받는다면 절반의 성공은 한 셈이다. 그러기 위해선 정의당에서 출마하는 서울시장 후보자가 경쟁력과 인지도를 갖춰야 한다. 김 대표가 구체적인 후보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정의당 내에서 심상정 의원 만큼 경쟁력과 인지도를 갖춘 인물은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심상정 의원 [뉴시스]
심상정 의원 [뉴시스]

 

- ‘대권’, ‘재보궐’ 고민하는 심상정?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대권과 서울시장 출마를 놓고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선 심 의원의 서울시장 출마명분이 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 의원의 지역구가 경기도에 속해 있는 만큼 서울에 대표성을 갖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또 그동안 정의당이 심 의원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다시 심 의원에게 의지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도 그런 상황을 의식한 듯 지난 12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심상정 정의당 전 대표가 차기 대권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대표도 지난 19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대권 후보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그는 정의당의 대선 전략을 묻는 질문에 대해 “저도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정의당에 선수가 한 명인 줄 알았더니 여러 명이라는 것을 보여주겠다”라고 대권에 대한 포부를 드러냈다. 김 대표가 대선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만큼 심 의원의 고민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정의당의 사정에 밝은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난 22일 일요서울과의 만남에서 “김종철 대표가 서울시장 후보로 누굴 염두에 두었는지 밝히진 않았지만 현재로선 심상정 의원만큼 인지도와 경쟁력을 갖춘 인물이 정의당에서 보이지 않기 때문에 결국 심 의원에게 출마 권유를 할 가능성이 높다”며 “그러나 심 의원 입장에선 차기 대권을 고민하고 있는 만큼 쉽게 서울시장 출마를 받아들이긴 어려운 상황일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김 대표와 심 의원의 판단과 선택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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