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5일 만의 감사 결과...감사원 “경제성 평가, 불합리하게 낮아”

월성1호기 [뉴시스]
월성1호기 [뉴시스]

[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감사원이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 점검’ 감사를 통해 “경제성 평가가 불합리하게 낮게 나왔다”고 결론 내렸다. 감사원은 지난해 감사 요구에 따라 1년 넘게 감사를 이어온 바 있다. 다만 감사원은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에 대한 타당성에 대해서는 결론내지 않았으며, 한수원 이사회 이사들의 배임 행위에 대한 감사에서는 업무상 배임죄가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이런 가운데 감사 결과를 둘러싼 여야 공방은 점차 확대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월성1호기 폐쇄 정당성에 힘을 싣고 있지만, 한 편에서는 이번 감사 결과로 인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의 명분이 사라졌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 “전기판매 단가 과도하게 낮추는 등 자료 조작...경제성 과소평가”
- “경제성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자료 삭제 등 조직적 방해”



1983년 상업운전을 개시한 월성1호기는 2012년 11월 설계수명이 만료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5925억 원을 투입해 설비보강을 통해 수명을 연장했고 이에 따라 2022년 설계수명 만료를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2017년 7월 ‘탈원전 정책 관련 국정과제’가 선정되면서 월성1호기 조기폐쇄 관련 계획이 수립됐고, 산업부는 그해 10월 전력수급 안정성 등을 고려해 조기 폐쇄를  의결했다. 이와 함께 한수원은 산업부의 요청에 따라 경제성 평가를 실시하고 ‘월성1호기 정부정책 이행 검토 TF’를 구성해 검토에 착수했다. 그 후 한수원은 2018년 6월 이사회를 개최해 안전성, 경제성 및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 등을 종합 검토해 월성1호기를 조기 폐쇄하는 것으로 최종 의결했다.

타당성 검증‧배임 의혹
6건 위법‧부당...‘징계’


조기 폐쇄가 의결된 월성1호기가 올해 국감의 화두로 떠오른 것은 지난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감사원에 한국수력원자력주식회사(이하 한수원)의 감사를 요구하면서 부터다. 감사 요구의 골자는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과 함께 한수원 이사회 이사들의 배임행위에 대한 부분이다. 특히 경제성 평가에서 전기판매 단가를 과도하게 낮추는 등 자료를 조작해 월성1호기 경제성을 과소평가하고, 계속 가동하는 것이 유리함에도 불구하고 의도적으로 낮은 이용률로 전망했다는 의혹이 발판이 됐다.

감사원은 실지감사에 앞서 언론보도사항, 국회 논의사항을 수집․분석하고 산업부, 한수원 등으로부터 서면자료를 수집‧분석에 나섰다. 이어 감사기간을 연장해 실지감사를 추가 실시했고, 이 과정에서 내부방침 및 보고문서 등 중요 자료를 확보해 분석에 나섰다. 이와 함께 전 산업부장관과 한수원 사장 등 관련자에 대한 문답 조사도 실시했다. 이후 각종 절차와 검토 과정을 거쳐 지난 19일 의결을 통해 감사결과를 최종 확정해 발표했다.

우선 감사원은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 점검(국회감사요구) 감사보고서’를 통해 “감사결과 총 6건의 위법‧부당사항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의 근거가 된 한국수력원자력의 경제성 평가에 문제가 있다고 평가했다. 월성1호기의 즉시 가동중단 대비 계속가동의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는 이유에서다. 감사원은 또한 백운규 전 산업부장관을 비롯한 산업부 관계자들이 자료를 삭제하는 등 감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했다는 점을 밝혔다. 이미 퇴직한 백 전 장관에 대해서는 인사자료 통보 결정을, 자료를 삭제한 산업부 실무 관계자들에 대해서는 경징계 이상의 요구가 내려진 상황이다. 또한 조기폐쇄 시기 검토업무 처리와 경제성 평가업무 수행과정에 대한 관리‧감독 부적정 등의 이유로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에 대한 주의요구를 내렸다.

다만 한수원 이사회 이사들의 배임행위에 대한 감사에서는 업무상 배임죄가 아니라는 결론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한수원 이사들이 이 같은 결정을 통해 이득을 얻거나 누군가에게 이득을 주려고 한 게 아닌 만큼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자체가 타당한 지에 대해서는 결론내리지 않았다. 감사원은 폐쇄 결정은 경제성뿐 만아니라 안정성 지역수용성 등을 종합 고려했기 때문에 경제성만 따져달라는 국회 의뢰 취지상 가동중단에 대한 종합적 타당성을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대로 해체 수순
“징계 처분, 원칙적 수용”


이 같은 감사결과에도 월성1호기는 기존대로 해체 수순을 밟을 예정이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22일 월성1호기 조기 폐쇄에 대한 감사원 결과와 관련해 “재가동을 검토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성 장관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공무원들이 자료를 삭제한 것에 대해서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조직적인 은폐 움직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 아니며, 감사원의 지적은 경제성 평가 과정에서 기술적 검토가 미흡했다는 것이지 평가 자체를 부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감사원으로부터 ‘주의’를 받은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경제성 평가에 조작이 있었다는 판단은 무리가 있다는 입장을 지키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2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감사원은 ‘변수에 따라 얼마든지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서 앞으로는 기준을 정하라’고 밝히고 있다”며 “이는 관점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이미 깔고 얘기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경제성 평가에는 이견이 있지만 자신에 대한 처분을 포함한 감사 결과 자체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수용한다”는 입장을 보이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엄재식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도 23일 월성 1호기 원전 운영 정지에 대한 원안위 결정이 성급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지난해 원자력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결한 월성 운영변경허가안이 잘못된 결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의사 결정에 관해서 청와대나 총리실로부터 연락받은 것도 없다”며 “영구정지 결정 전 안전성 부분을 숙고한 뒤 최종적 의사결정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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