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위기의 미혼모 ①] ‘영아 입양’ 실태 추적···개정된 입양특례법의 한계
[집중취재-위기의 미혼모 ①] ‘영아 입양’ 실태 추적···개정된 입양특례법의 한계
  • 신수정 기자
  • 입력 2020-10-23 19:27
  • 승인 2020.10.24 12:07
  • 호수 1382
  • 2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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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모 “사회적 시선과 차별, 견디기 어려워”
중고거래 앱 당근마켓에 올라온 '영아 입양문'의 게시글 [사진=당근마켓 앱 화면 캡처]
중고거래 앱 당근마켓에 올라온 '영아 입양문'의 게시글 [사진=당근마켓 앱 화면 캡처]

[일요서울ㅣ신수정 기자] 갓 태어난 아기를 변기에 빠뜨려 숨지게 하거나 아이를 비닐봉지에 넣어 야산에 버리는 등 ‘영아 관련 범죄’는 2010년부터 지난 10년간 총 1382건에 달한다. 한 해 평균 127건의 영아 유기가 발생하고, 매년 7건씩 영아가 살해되고 있는 것. 1970년대 이래 최저 출산율을 기록하는 가운데 영아 유기·살해 범죄가 끊이지 않는 이율배반적 현실을 마주하게 됐다. 

아동 권리 보장 위한 ‘출생신고 의무·7일간 입양 숙려기간’ 
되려 ‘사회적·경제적·정신적 부담’ 느껴···벼랑에 내몰린 ‘미혼모’

지난 16일 오후 6시30분께 한 중고거래 앱 당근마켓에 “아이 입양합니다. 36주되어있어요”라는 제목으로 20만 원에 영아를 입양시키겠다는 글이 올라와 ‘영아 인신매매’ 논란이 일었다. 

경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A씨는 입양기관에 상담을 받고 영아 입양을 알아보던 중에 입양 절차가 까다롭고 오래 걸리자 화가 나서 글을 작성했다. 

출산 이후 유기하기보다 입양을 선택했던 A씨. 그러나 합법적인 절차에서 벗어나 ‘영아 인신매매’라는 막다른 길로 빠지게 된 것. A씨가 이토록 분개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요서울은 지난 21일과 23일 이틀에 걸쳐 ‘미혼모 자녀 입양’ 관련 실태 조사에 나섰다. 

‘직접 양육 부담’ 10일간
고립되는 미혼모

친생부모가 일주일간 직접 아동을 보호하고 연계 기관과의 충분한 상담을 통해 입양을 결정하도록 규정하는 ‘입양숙려제’가 2012년 8월5일부터 도입됐다. 기존에는 미혼모들의 입양 결정이 출산 전이나 직후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심사숙고해서 입양을 결정하고 무분별한 입양을 방지하고자 법제화한 것이다. 

이때 개정된 입양특례법은 ▲친생부모의 출생신고 의무화 ▲입양숙려제 ▲가정법원의 입양허가제 등을 골자로 한다. 

따라서 출생 후 아이를 입양 보내려면 출생신고를 거치고 입양특례법 제12조에 근거해 가정법원으로부터 친권상실을 선고 받아야 한다. 이 기간은 2~3일 정도 소요된다. 입양 숙려기간부터 친권상실을 선고받고 입양 의사를 밝히기까지 총 9~10일 정도 소요되는 것이다. 

그간 여론은 출산 후 입양을 결심한 미혼모들이 최소한의 입양 숙려기간에 대한 부담을 느낀다고 지적해 왔다. 직계 가족이 임신과 출산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경우, 아이 아빠와의 관계가 단절된 경우, 경제적으로 책임지지 못하는 학생·백수 신분의 경우 10일간 미혼모는 철저히 고립되는 것이다. 

실제로 입양기관 관계자는 “원치 않는 출산이나 본인이 인지하지 못한 갑작스러운 출산 시 본인의 일상생활 지장과 출산병원비, 산후조리비 등 경제적·정신적 부담으로 숙려기간 7일이 꽤 길게 느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오영나 대표는 지난 23일 일요서울과 통화에서 “현재까지 6000명 정도 지원해 왔는데, 대부분의 미혼모가 임신·출산 상황이 불안정한 것은 사실이다. 이번 ‘아이 20만 원 게시글’ 사태도 산모가 심리적으로 많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벌인 충동적인 행위였다고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입양아동 ‘파양’되면
가족관계증명서 재등록

미혼모가 입양 의사를 밝히고 품을 떠나보낸 아이라도 입양가정에 결연되지 않았다면 가족관계증명서에 이름이 등재된다. 수개월 또는 수년간 아이의 입양이 가정법원 허가를 거쳐 최종 결정되기까지 미혼모의 가족관계증명서에 이름이 남는 것.

입양이 결정됐다고 해서 안심할 수도 없다. 아이가 파양될 경우 다시 미혼모의 가족관계증명서에 기재되기 때문이다. 가족관계증명서에서 본인이 필요한 사항만 표기하는 ‘일부사항증명서’가 있다 하더라도 직장에서 상세증명서를 요구할 경우 사생활은 보호되지 못한다. 

아직까지 혼외 출산·미혼모에 대한 선입견과 부정적 인식이 만연한 사회.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보호체계도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10~40대 미혼모 35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양육 미혼모 실태 및 욕구’에 따르면, 82.7%는 아이 양육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이어 27.9%는 직장에서 권고사직을, 11.6%는 학교에서 자퇴를 강요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런 상황에서 강제적인 친생부모의 출생신고와 가족관계증명서상 이력을 남기는 것이 미혼모들로 하여금 결과적으로 ‘영아 유기’라는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게 하는 악순환으로 연결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혼모들의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개선하기 위해 미혼모를 위한 법적 책임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어 “영아 유기의 원인이 미혼모 사생활 보호에 관한 법적·행정적 조치가 미흡한 데에 있음을 정부가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수정 기자 newcrystal@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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