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골프 응원 가는 이상직 수행하면 승진한다?

사진은 지난 19일 김학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왼쪽) 등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선서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이스타항공·임금체불 등의 논란으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이상직 무소속 의원이 이번 국정감사에서 동료 의원들에게 집중 포화를 맞았다. 이 의원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 이사장 시절 승진 비리 및 보복성 인사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특히 중진공 소속 일부 직원들이 이 의원의 개인·비공식 일정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면 초고속 승진을 하고, 개인 일정에 비협조적인 직원에게는 성과 평가를 조작해 보복성 인사가 이뤄졌다는 의견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됐다. 이 의원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계속 제기되면서 국회에서는 ‘이상직 없는 이상직 국감’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승진 비리‧보복성 인사 의혹… ‘이상직 없는 이상직 국감’

“국감 단골손님”… 이스타 사태 이어 논란·의혹 꼬리 물기

지난 19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감에서는 이상직 의원이 중진공 이사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승진 비리와 인사 보복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이 의원이 중진공 이사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인 2018년 3월부터 2020년 1월 사이에 이 의원 아들의 골프대회 참관 등 비공식 일정에 협조한 직원은 초고속으로 승진한 반면 비협조적인 직원에게는 그에 따른 보복성 평가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상직 무소속 의원. [뉴시스]

 

이례적 초고속 승진
규정 위반 의심

조 의원이 중진공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진공 소속 직원 A씨는 2018년 총 9회의 출장 중 8회에 걸쳐 이 의원의 아들을 수행했고 이후 개인평가 점수가 3배수에 들지 않자 중진공이 기준을 5배수, 7배수로 범위를 넓혔다. 이 같이 범위를 넓힌 결과 A씨는 그해 7월 승진했다. A씨는 본인 휴가를 사용하면서까지 이 의원의 아들 골프 참관 및 보잉사 방문 등 이 의원의 비공개·개인 일정을 수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직원 B씨는 총 15회의 출장 중 11회를 동행했다. B씨는 중국 상해에서 열린 이 의원의 아들 골프대회 참관 등 개인일정을 수행했고 2019년 12월 승진했다. 또 다른 직원 C씨는 이 의원이 개인일정으로 참석하지 않은 행사에 대해 내부 보고서에 ‘참석’으로 거짓 작성한 후 2019년 7월 승진을 하면서 해외로 파견됐다. 또 다른 최측근은 3급에서 1급으로 1년 5개월 만에 초고속 승진한 사례도 있었다. 인사 규정상 한 급이 올라갈 때 3급 이상의 경우 최저 3년의 소요기간이 필요한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초고속 승진으로 규정 위반이 의심되는 사례다.

반면 보복성 평가로 평가 순위가 뒤바뀌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특정 직원이 있는 지사에게는 우수 평가를 몰아주고 비협조적이 지사에는 최하점을 줬다는 것이다. 조 의원의 주장에 따르면 2018년 해외 인큐베이터(BI) 사업 평가 점수표에 2017년 베트남 호찌민은 수출증가율과 첫 수출 성공률 등 계량 평가에서 전체 19개 지역 중 18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정성 평가가 반영된 비계량 평가 적용 결과 1위로 올랐다. 반면 계량 평가에서 7위를 기록한 뉴욕은 비계량 평가를 거쳐 18위로 급 하강했다. 이에 대해 중진공 측은 “비계량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일 뿐 성과 조작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조 의원은 “공공기관 평가에는 비계량과 계량을 모두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비계량 평가로 등급이나 등수가 5단계 이상 변경하는 건 계량지표를 무력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산자위 피감기관이며 국민세금 11조 원을 쓰는 중진공이 한 사람에 의해 개인의 사조직이 됐던 사실을 밝혀냈다”며 “하루빨리 중진공이 진정한 중소기업과 벤처진흥을 위한 기관으로 환골탈태하기를 요청한다”고 당부했다.

주관·자의적 평가에
인사권 휘둘러 ‘비판’

조 의원은 승진비리·인사보복 의혹에 대해 “당시 이사장의 해외 출장에 동행해 문서상 문제가 없게끔 뒤처리를 해 준 직원은 이례적으로 전원 승진했다”며 “반면 비협조적인 직원은 최하점으로 성과 평가를 처리하는 방식으로 보복 인사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측근의 개인평가 점수가 3배수에 들지 않자 5배수, 7배수로 범위를 넓혀 인사원칙과는 무관한 대가성 승진”이라며 “당시 이상직 이사장처럼 평가자의 주관적, 자의적 평가에 따라 인사권을 휘두를 수 있다”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중진공 측은 “내부 검토 결과 인사상 문제는 없다”고 밝혔지만 김학도 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은 “인사 문제에 있어서 직원들에게 상실감을 줘 마음 아프게 생각한다”며 “과거 전례에 비해 우려 소지가 많았고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취임 이후 인사 문제에 대해 확실히 인식하고 경영혁신 TF를 구성해 공정, 투명성, 합리성을 기본원칙으로 개선방안을 강구하겠다”며 “기관장의 자의대로가 아닌 시스템을 통해서 인사를 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의원은 이스타항공 창업주로 이스타항공 사태와 관련해 지난 국토교통위원회 국감에서도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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