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본청 모습. [뉴시스]
국가정보원 본청 모습. [뉴시스]

 

[일요서울ㅣ조주형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숙원(宿願) 공약인 '국가정보원(國家情報院) 대공수사권(對共搜査權) 경찰 이관(移管)'에 대해 전직 정보기관 요원들의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전직 중앙정보기관 요원 모임인 '국가안보를 걱정하는 전직 국가정보원 직원 모임'은 27일 일요서울에 '국정원법 개정은 개혁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가안보를 붕괴시키는 자해행위'라는 내용의 긴급 성명서를 밝혔다.

이들이 지적한 '국정원법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 등 50인이 발의한 '국정원법 전면개정안(2102692)'이다. 여당이 내놓은 안건에 따르면 핵심은 '대공수사권 무력화'나 다름없는, 강제수사권한 없는 일반 범죄조사권으로의 제한이다.

앞서 일요서울은 지난 5월, 국정원에서 30년간 근무했던 송봉선 前 양지회장과의 인터뷰 내용 일부를 밝힌다. 당시 송 前 회장은 최근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논의와 관련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안보위해사범을 잡아내는, 이른바 ‘대공수사(지금은 안보수사)’에서도 틈이 생길 것 같은데?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설치될 경우, 국정원이 대공(對共)수사권을 제대로 발동해 안보위해사범을 잡아낼지 우려스럽다. 공수처와 별도로 대공수사 과정 상의 변화가 없다고는 하지만 수사권 없이 피의자를 다루기가 어렵지 않을까 예상된다. 게다가 상대는 ‘간첩’ 혐의자다. 앞서 언급한 국내정보에 이어 보안정보와 직결된 ‘대공정보’ 분야 또한 휴업 상태다. 우리나라는 현재 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 아닌가. 전 세계가 보안을 강화하는 추세에 있는데, 북한의 대남 위협이 계속되고 있어 ‘대공정보’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 보안정보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안 하는지...유야무야됐지 않은가. 우리 군이 지금 그러한 모습이다. 북한은 군을 총참모부·총정치국으로 이원화했다. 총정치국을 통해 북한군 총참모부를 감시해 불순분자를 색출하는 것이다. 우리 군도 그동안 보안 활동을 잘해 왔는데, 이 정부(문재인 정부) 들어 기무사(국군기무사령부)를 비롯한 대공부서는 해체 수준까지 왔다.(···) 대공 위협에 대한 인식 자체가 실종됐다.


한편 다음은 전직 국정원 요원들의 성명서 전문이다.
 

국가정보원 본청 현관 모습. [뉴시스]
국가정보원 본청 현관 모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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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법 개정은 개혁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가안보를 붕괴시키는 자해행위다]


1. 국정원의 간첩 잡는 대공수사권은 반드시 유지되어야 한다.

▲ 북한의 적화공작이 계속되는 안보현실에서 대공수사권 폐지는 스스로 무장을 해제하자는 것입니다.
▲ 대공수사는 수사역량뿐 아니라 국내·해외·북한·과학·사이버 등 모든 정보의 유기적 융합이 필요한 특수 분야입니다. 간첩 검거는 이러한 종합적 역량을 갖춘 국정원의 전문 분야이고, 이것은 국정원이 가장 잘 할 수 있습니다.
▲ 대공수사권이 폐지되면 60년간 축적된 국정원의 인적·물적 네트워크가 사장되어 엄청난 수사역량 약화가 초래됩니다.

2. 정보기관을 행정기관화 하는 나라는 세계에 없다.
▲ 정보활동지침이나 수집범위 등 모두를 국회 승인을 받게 되면 '식물정보원'이 되는 것입니다.
▲ 국정원 근무경력이 없는 국회추천 인사를 정보감찰관으로 임명해서 비밀공작을 일상적으로 감시하면 독창적·창의적 정보활동을 할 수 없게 됩니다.

3. '비밀 없는 정보기관'은 존재 의미가 없다.
▲ 국회 정보위원회 또는 감사원이 요구할 경우 조직·인원·비밀공작 등 기밀정보를 전부 제공하면 공작활동의 손발이 묶이고, 외국 정보기관과의 정보교류도 어렵게 됩니다.
▲ 치열한 국제 정보전쟁 속에서 비밀 없는 정보기관은 그 존재 이유를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4. 국정원 무력화는 김정은만을 즐겁게 해줄 것이다.
▲ 국정원이 무력화되면 북한은 국내 종북·반체제 세력 선동활동을 노골화할 것입니다.
▲ 북한의 핵개발로 안보불안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북한의 대남혁명전략을 고무시키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은 요원해집니다.

5. 박지원 국정원장은 국정원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 북핵위기, 미·중(미국, 중국) 갈등 등 엄중한 안보상황에서 국가를 지키려면 정보기관이 제 기능을 갖추어야 합니다.
▲ 세계 선진국들은 살아남기 위해 정보기관 육성에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 박지원 원장은 경륜을 살려 국정원의 무력화가 아니라, 정보 역량을 강화시켜 선진 정보기관으로의 길을 열어주기 바랍니다.

※ 김대중 전 대통령도 대공수사 기능을 약화시키기 않았다.
▲ 민주화에 앞장섰던 김대중 전 대통령도 평화체제를 지향하면서 대공수사권만은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 국정원의 대공수사 역량을 사장시키면 김정은 북한정권의 오랜 숙원을 우리가 도와주는 꼴이 됩니다.
▲ 국가안보활동은 정쟁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대공수사권을 유지시켜 국정원이 자유민주체제 수호의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과거 민주당 의원이던 시절인 지난 2013년 9월23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광장에서 봉헌되는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대표 나승구 신부) ‘국가정보원 해체와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전국시국미사’에 참석하고 있다. 2013.09.23. [페이스북]
문재인 대통령이 과거 민주당 의원이던 시절인 지난 2013년 9월23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광장에서 봉헌되는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대표 나승구 신부) ‘국가정보원 해체와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전국시국미사’에 참석하고 있다. 2013.09.23.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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