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28일 손기정 체육공원 재개장식에 참여해 환영사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서울시 제공) 2020.10.28.[뉴시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28일 손기정 체육공원 재개장식에 참여해 환영사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서울시 제공) 2020.10.28.[뉴시스]

[일요서울] 우리나라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손기정 선수를 기념하는 공간이지만 그동안 근린공원 정도로만 운영됐던 '손기정 체육공원'이 2년여의 공사 끝에 '러너의 성지'로 재개장했다.

서울시는 28일 노후한 시설과 빈약한 전시내용으로 하루 평균 한자리 수 관람객에 그쳤던 손기정기념관을 대대적으로 보강하고 러닝러닝센터를 신설하는 등 손기정 체육공원을 재개장했다고 밝혔다.

손기정 체육공원은 ▲손기정 기념관 ▲러닝러닝(running, learning)센터 ▲러닝트랙 ▲다목적운동장 ▲어린이도서관 ▲게이트볼장 등으로 구성됐다.

손기정 기념관은 손기정 체육공원의 핵심시설이다. 바닥에 표시된 트랙을 따라 2개 전시실을 걸으며 베를린 올림픽 금메달 수상 시 머리에 썼던 월계관부터 영상 다큐, 손기정 선수와 관련된 각종 기록물 등 다양한 전시물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올림픽 우승 부상이었지만 손 선수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베를린박물관에 50년 넘게 보관됐던 청동 투구를 돌려받기 위해 고인이 썼던 서신, 5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사용했던 여권, 레니 리펜슈탈(베를린 올림픽을 담은 olympia 감독)과 주고받은 엽서 등은 이번에 최초로 공개된다.

개관 기념 전시는 4개 테마로 구성된다. 손기정 선수와 함께 출전해 3위를 차지했던 남승룡 선수 등 1등의 영광 뒤에 가려진 숨은 마라톤 영웅들의 값진 땀의 이야기 등을 만날 수 있다. 매일 오후 12~3시, 오후 5~8시 정시와 30분에 도슨트의 안내로 최대 10명이 관람한다. 관람객 안전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운영된다.

러닝러닝센터는 뛰면서 배우는 러너들의 위한 신(新)거점공간이다. 공원 후문에 연면적 660㎡(지상 2층) 규모로 조성됐다. 러닝트랙과 연계한 라운지, 카페, 라커룸, 샤워실 등을 갖추고 있다. 서울시는 연말까지 개관기념 전시를 개최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한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이날 오후 손기정 체육공원에서 열린 재개장식에서 "지난 6년여 간 서울역 일대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하며 손기정 체육공원이 품은 장소의 가치를 되살리면서 역사와 문화, 체육이 공존하는 거점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고 말했다.

서 권한대행은 "특히 '손기정 기념관'은 손기정 선수의 일대기를 넘어 암흑 속에서도 민족의 자부심과 희망을 지켜온 과거 세대의 땀과 노력을 기억하고 체험하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5월 먼저 선보인 러닝트랙과 연계해 새롭게 조성된 '러닝러닝센터'는 뛰면서 배우는 러너들을 위한 신(新) 거점공간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손기정 체육공원에서 걸어서 3분이면 닿는 서울로7017에는 구(舊) 서울역사 옥상으로 바로 연결되는 공중보행길(폭 6m, 길이 33m)도 이날 개통됐다. 주차장이었던 서울역사 옥상은 2300㎡ 규모의 루프탑 정원으로 변신해 서울역 일대를 조망하면서 휴식을 즐기는 새로운 명소로 거듭난다.

서울로7017에서 구 서울역사로 바로 연결되는 공중보행로는 호텔마누, 대우재단빌딩, 메트로빌딩에 이은 네번째 연결로다. 이 연결로를 통해 서울로에서 구 서울역사 옥상을 지나 서울역 대합실까지 걸어서 이동할 수 있게 된다.

공중보행로에는 바닥에 열선을 매립해 겨울철 쌓인 눈이나 물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했고, 폐쇄회로(CC)TV와 비상벨도 설치해 안전사고에 철저히 대비할 수 있게 했다.

공중보행로를 건너면 가장 먼저 도달하는 구 서울역사 옥상 폐쇄 주차램프의 상부는 휴식공간으로, 내부는 폐쇄램프 활용 시민 아이디어 임시전시장으로 각각 조성했다.

폐쇄램프를 따라 한 층을 더 올라가면 약 2300㎡ 규모의 서울역 공중정원이 눈앞에 펼쳐진다. 당초 주차장이었던 콘크리트 바닥에 잔디를 깔고 옥상 곳곳에 층꽃, 옥잠화 같은 다양한 초화를 식재해 사계절 내내 푸른 공간을 유지한다.

걸터앉을 수 있는 앉음벽과 벤치, 장미터널 같은 편의시설도 설치해 방문객은 물론 서울로7017에서 서울역 대합실로 이동하는 보행자들에게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 제공된다. 내년 서울정원박람회 등 다채로운 행사가 이곳에서 열릴 예정이다.

향후 시는 서울로7017 연결로와 구 서울역사 옥상 등 시설을 국가철도공단, 한화역사㈜와 협력해 유지·관리해나갈 계획이다.

서 권한대행은 "손기정 체육공원 재개장과 함께 서울로7017에서 구 서울역사 옥상으로 바로 연결되는 공중보행길도 개통했다"며 "이로써 서울역 일대에서 남대문시장, 남산공원까지 시민들이 단절 없이 걸을 수 있는 생태·보행 네트워크가 완성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통과 절망의 한 가운데서도 독립의 희망을 놓지 않았던 손기정 정신이 깃든 체육공원이 코로나19로 지쳐있는 시민 모두에게 다시 일어설 힘과 위로, 활력을 주는 공간이 될 것"이라며 "단절됐던 서울역 일대도 보행으로 촘촘하게 연결돼 지역경제 활성화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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