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임대료•신규계약상한제 등’ 대안 될까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정부와 국회가 부동산 정책을 바로잡기 위한 대책을 고심중이지만 결과가 신통치 않다. 계속되는 땜질식 정책 변화에 일각에서는 '전면 재수정만이 답이다' '그냥 가만 있어라'등 원색적인 비난마저 나온다.

이렇다보니 시장에서는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했던 표준임대료 도입과 신규계약에도 전월세상한제를 적용해보자는 다양한 대안들이 나온다. 실효성에는 다소 의견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표준임대료, 해외주요국 오래전부터 운용...가능성 시사    
 "주먹구구식 대책은 정책 불신"...'신중론' 부상

현재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우려는 전세 물량이 줄어들고 가격이 오르는 것이다.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 통과 이후 전세 대란이 더욱 심각해졌다는 시각도 있다. 정부도 전세 시장을 예의주시하면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10월12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91.9를 기록했다. 1주 전(192)보다 0.1포인트(p) 떨어진 수준으로 지난 2015년 이후 전세난이 가장 심각한 상황이다. 전세수급지수는 0~200 범위 이내이며, 지수가 100을 초과할수록 공급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전세수급난은 경기 등 수도권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인천은 193.7을 기록해 2016년 9월19일 이후 처음으로 190선을 넘었고, 경기 역시 196에 달했다.

치솟는 전셋값… 부동산 추가대책 시나리오는 

이런 가운데 정부와 민주당은 표준임대료와 신규계약에 전월세상한제를 적용하는 것을 대안으로 추진 중이다. 
  
표준임대료제도는 지방자치단체별 물가와 주택 공시가격, 주변 임대료, 주거비물가지수 등을 고려하고 표준주택을 선정해 기준이 되는 임대료를 고시하는 제도다. 

사실상 규제를 통해 전셋값 누르기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이며 
집주인이 임대료를 마음대로 올리지 못하게 막겠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0월11일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표준임대료 제도는 해외 선진사례 등을 참고해 도입 필요성 등을 검토 중"이라며 "다만 아직 정부 방침이 확정되진 않았다"고 전했다. 

국토부의 이같은 발표는 문재인 대통령의 '표준임대료' 발언의 연장선상으로 해석된다. . 문 대통령은 지난 10월10일 임차인 보호를 강조하며 "주요 도시들에는 표준임대료나 공정임대료 제도 등을 통해 임대료 상승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해 해당 제도의 도입가능성을 언급했다.

국토부는 해외에서 표준임대료를 대부분 없앤다는 일부 언론보도에 대해 "독일과 프랑스는 임대료 상한제도(임대료 증액상한율 제한)를 운영하며 베를린 등 5개 도시 및 파리의 경우 초기임대료도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표준임대료 도입을 위한 준비는 국회에서 이뤄지고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윤호중 의원은 표준임대료 제도 시행을 위해 주거기본법 개정안 등 2건의 법안을 발의했다. 

그간 여권에서는 신규 전월세 계약이 전세난을 촉발했다는 점에서 전월세상한제를 신규 계약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나왔다. 

계약 갱신 시 5% 한도 내에서 올릴 수 있도록 한 전월세 상한제를 신규계약 건까지 확대해 세입자의 전세계약갱신권을 한 차례 더 부여한 '2+2+2' 제도가 도입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국세입자협회는 지난달 20일 논평을 통해 "(정부는) 최초 임대차계약자에게도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전원세전환율(보증금을 월세로 바꿀때 적용, 연 2.5%)를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표준임대료제도(시·군·구별로 아파트인 경우 입지조건, 단지별, 평형, 층수, 향, 건축년도, 주택상태, 주변 시장 임대 가격 등 고려)를 도입해 임대료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시장 '부작용' 우려 나오자 선 긋기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대안들이 오히려 부동산 대란을 교란시킬 것이라고 우려한다.

특히 수급 불균형으로 전셋값이 급등한 가운데, 가격 누르기 규제로는 시장이 안정될 가능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달 23일 표준임대료 도입과 전월세상한제를 신규 계약으로 확대 적용하는 방안은 검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감사에서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세대책 필요성을 강조하자 "전세대책과 관련해 정부도 일정 부분 (시장) 안정을 위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지금 정책과 충돌하지 않는 범위에서 최대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는 "지난 10년간 전세대책을 다 리뷰해봤다"며 "대개 매매가격이 떨어지는 과정에서 전세대책은 많은데, 전세 지원대책을 하려다 보니 다시 매매시장에 영향을 미쳐 매매가를 올리는 경향이 과거에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세대책으로) 여러 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려는 조치와 충돌해 손쉽게 채택하지 못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대책이든 큰 대책이든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관계 부처와 머리를 맞대고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당에서 거론되는 표준임대료제도에 대해선 "검토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홍 부총리는 신규 계약 전월세상한제와 관련해서도 검토 가능성을 일축했다.

김현미 장관은 지난달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표준임대료 시행은)내년 임대차 신고제가 시행되고 우리나라 전체적인 임대차 시장 정보가 쌓이면 그 때가서 생각해볼 문제"라고 말한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규제로 부동산 시장이 안정된 적이 한번이라도 있었냐”며 “또 규제를 통해 시장에 개입하게 되면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밝혔다. 

<tip-용어정리> * 임대차 3법 이란.

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 등을 핵심으로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과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말한다.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담고 있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은 2020년 7월 30일 국회를 통과한 데 이어 7월 31일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바로 시행됐다.

또 전월세신고제의 근거가 되는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7월 2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해 8월 4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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