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검찰총장 퇴임 후 국민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생각할 것”···‘언중유골(言中有骨)’

[일요서울ㅣ조주형 기자] “검찰총장 퇴임 후 사회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천천히 생각해 보겠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번 국정감사 중 던진 발언으로 더불어민주당에서 벌떼같이 일어난 모양새다. 마치 윤 총장이 당장이라도 ‘정치를 시작할 것처럼’ 혹은 ‘이미 정치하고 있는 것처럼’ 받아들이는 듯한 반응이다. 윤 총장의 발언을 두고 노심초사(勞心焦思)하는 집권여당의 속내가 드러나는 대목이나, 정작 본인은 “정치를 하겠다”고 밝힌 것은 아니다. 일요서울이 최근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윤석열 대망론’을 되짚어봤다.
 

윤석열 검찰총장. [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 [뉴시스]

 

-이회창·고건 모두 관료(官僚) 출신···약점 무엇?

‘윤석열 검찰총장이 차기 대통령이 되면, 우리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여기서 언급된 ‘우리’란, 문재인 정부 핵심 인사들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인사들로 모아진다. 정치권에서 ‘윤석열 대망론’이 터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헌정사상 유례없는 ‘검찰총장 뭉개기’가 자행되는 까닭은, 집권여당이 ‘윤석열 대망론’을 견디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傍證)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윤석열 대망론’의 현주소는 어디쯤일까.

만약 윤석열 검찰총장이 차기 대통령이 되면 국민들의 삶이 지금보다 나아질까? 지금의 집권여당이 힘을 잃어 야당으로 전락하고 재야로 흩어질 경우 ‘엄정한 법의 잣대’를 들이대면 어떻게 될까?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총장에 그를 임명한 지난해 7월25일 “살아있는 권력에 눈치 보지 말라”라고 당부했는데, 정작 범여권에서는 거꾸로 받아들이고 있는 모양새다. 그래서 ‘윤석열 대망론’이 더욱 두드러진다. 일요서울은 이번 국정감사를 기점으로 터진 ‘윤석열 대망론’을 알아봤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입지’는 그간의 각종 지표를 통해 대략 확인된다. 그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일부 언론사에서 진행한 여론조사를 통해 나타났는데, 차기 대권주자 등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만큼 그에게 관심이 많다는 뜻이다. 

앞서 언급한 문재인 대통령의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면서 벌어진 집권 여당의 ‘흠집내기성 태도’에서 그를 바라보는 집권여당의 시선이 드러난다. 그를 대하는 태도 역시 과거와 지금 현저히 다르다. 결국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로 향한다. 집권여당의 압박에도 윤 총장의 존재가 오히려 더욱 두드러지는 까닭이다.

“검찰총장 퇴임 후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생각해볼 것”이라는 윤 총장에 대해 집권여당에서는 “정치 하지 않겠다는 답변이 나왔어야 한다”라고 공격한다. 여당 인사들은 왜 그토록 윤 총장을 향해 ‘정치 해서는 안 된다’라고 핏대를 세울까. 일요서울은 정치권의 압박 속에서도 그 길을 걸어왔던 정치인들을 통해 윤 총장의 ‘대권 가시밭길’을 그려봤다.
 

윤석열 검찰총장. [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 [뉴시스]

 

이회창·고건·홍준표···공통점은 ‘관료(官僚)’

일요서울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향후 ‘대권 가시밭길’을 가늠해보기에 앞서 비교할 인물로 이회창·고건 前 국무총리와 같은 검찰 출신인 홍준표 무소속 의원 등을 알아봤다.

우선 이회창 前 국무총리는 3번의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던 인물로, 정치권에서는 유력 정치인으로 불린다. 윤 총장과의 접점은 ‘직언(直言)’인데, 이 前 총리는 정치인의 모습보다 ‘강직한 법조인’으로 더욱 명성을 떨쳤다. 심지어 법조계에서는 그에 대해 ‘대쪽 같다’라는 평에 더욱 힘을 싣는 모양새다. 

이 前 총리는 법관을 시작으로 공직에 입문(入門)했는데, 군사정권 당시 법관으로서 ‘진취적이고 엄정한 판결’을 하면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정권 인사들로부터 미움을 샀으나 정작 위협을 가할 명분 자체가 없어 어떻게 할 수 없었다는 후문까지 전해진다.

감사원장 시절에는 당시 상당한 권력기관이던 청와대 비서실과 국방부, 국가정보원의 전신인 국가안전기획부에 대해 감사를 단행했다. 이처럼 유례없는 감사는 이 前 총리로 하여금 ‘올곧은 법조인’의 명성을 더욱 빛나게 했는데, 전직 대통령들도 이 前 총리의 감사를 피하지 못했다. 총리 시절에는 대통령을 향해 “법적 권한도 행사하지 못하는 허수아비 총리는 하지 않겠다”는 직언(直言)을 하면서 권부 앞에서도 굽히지 않는 그의 ‘대쪽’ 같은 소신을 밝혔다.
 

(왼쪽) 이회창 전 국무총리와 (오른쪽) 고건 전 국무총리. [뉴시스]
(왼쪽) 이회창 전 국무총리와 (오른쪽) 고건 전 국무총리. [뉴시스]

 

앞서 윤 총장은 과거 국정감사에서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발언으로 관심을 모았다. 이후 좌천성 인사 조치를 당했고, 최근에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권력형 비리’나 다름 없는 특정 사건에 대해 수사지휘권이 가동됐어도 국정감사에서 이에 굴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그가 ‘관료(官僚)’ 출신이라는 점에서 나타날 것으로 보이는 부작용도 되짚어 봤다. 노무현 정부 당시 기용됐던 고건 前 국무총리는 2004년 탄핵 사태를 맞아 우리나라 최초로 ‘대통령 권한대행’ 직을 수행한 인물이다. 성공적으로 대통령 권한대행 직을 수행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면서 유력한 대권 후보로 떠올랐으나, 정작 그는 그 동력을 살리지 못했다. 이 前 총리 역시 국무총리 직 이후 대권 도전을 세 번이나 했으나 결정적인 순간 변수 관리에 실패하면서 대권을 잡지 못했는데, 윤 총장 역시 관료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홍준표 의원을 통해서는 무엇을 비춰볼 수 있을까.
 

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신임 검사 신고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윤 총장은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고 집행돼야 한다. 특히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는 국민 모두가 잠재적 이해 당사자와 피해자라는 점을 명심하고 어떤 경우에도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법 집행 권한을 엄정히 행사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사진=대검찰청 제공) 2020.08.03. [대검찰청]
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신임 검사 신고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윤 총장은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고 집행돼야 한다. 특히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는 국민 모두가 잠재적 이해 당사자와 피해자라는 점을 명심하고 어떤 경우에도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법 집행 권한을 엄정히 행사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사진=대검찰청 제공) 2020.08.03. [대검찰청]

 

‘살아 있는 권력과 맞서라’···홍준표·윤석열?

비록 윤석열 검찰총장과 궤(軌)를 함께하지는 않지만, ‘관료’ 출신이면서 ‘살아있는 권력’에 칼을 들이댔던 검찰 인사로는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대표적이다. 일명 ‘모래시계 검사’로 통한 홍 의원은, 검사 시절 전두환 당시 대통령 일가를 비롯해 청와대 관계자들에 이어 노태우 정권 관계자들과 국회의원까지 수사하면서 ‘정의로운 검사’로 이름이 알려지게 됐다. 홍준표 당시 검사는 ‘권력형 비리’ 외에도 지역 조직 폭력 범죄를 성역 없이 수사했고, 외국인 범죄(외사범)에서도 수사 성과를 내기에 이른다. 그래서 당대를 풍미했던 드라마 ‘모래시계’의 주인공으로 오버랩되기도 했다.

“살아 있는 권력에 눈치 보지 말라”던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과는 달리 30년 전 홍준표 당시 검사가 처했던 상황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검찰의 수사 중립성’이 보장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권에 ‘눈엣가시’가 될 경우 보복성 인사 조치가 자행되는 등의 행태가 지금도 횡행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법무부 장관의 전례 없는 수사지휘권 남발(濫發)도 문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권력 연루형 혐의’를 수사하는 윤 총장에 대해 두 번씩이나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수사의 방향을 강제로 틀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 <뉴시스>
홍준표 의원. <뉴시스>

 

윤 총장과 홍 의원 모두 검찰 출신이고, ‘살아있는 권력’과 대립했거나 싸우고 있는 인물이라는 공통점이 나온다. 다만 홍 의원은 윤 총장 등에 대해 “문재인 정권 출범 당시 당대표로서 지난 탄핵 대선 승리의 1등 공신이었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박근혜 정권을 무너뜨리는 정치 수사에 큰 공을 세우고 벼락출세해 중앙지검장 때는 소위 적폐수사를 지휘하면서 이재수 기무사령관을 모욕해 자살(自殺)에 이르게 하고 청와대 말단 행정관까지 깡그리 적폐로 몰아 싹쓸이 수사한 공으로 또 한 번 검찰총장으로 벼락출세한 사람이 지금 이전투구(泥田鬪狗)식으로 서로 물어뜯고 싸우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편 윤 총장은 자신에 대한 정치권의 평가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과연 그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 모아진다.
 

윤석열 검찰총장. [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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