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다수 수준 관리” 호언했던 제주도, 깔따구 유충에 ‘난감’

현미경으로 본 강정정수장 유충. [사진=제주도 제공]
현미경으로 본 강정정수장 유충. [사진=제주도 제공]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지난 7월 인천에서 시작돼 전국으로 확산됐던 ‘수돗물 유충 사태’가 일단락된 상황에서 또다시 유충 논란이 불거지는 모양새다. 최근 제주도에서 유충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잇따르고 있는 것. 제주도는 유충 발생 첫 신고가 이뤄졌던 지역을 중심으로 강정 정수장에 대한 현장 조사를 실시한 결과, 강정천과 강정정수장 여과시설에서도 유충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후 국립생물자원관의 유전자(DNA) 분석 결과, 강정 정수장에서 발견된 유충은 3종의 깔따구 유충으로 확인됐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난 7월 “제주도는 유충 발생 위험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돗물은 도민 건강과 직결되는 만큼 제주 수돗물을 삼다수 수준으로 철저히 관리하겠다”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으나 결과는 좋지 않은 형국이다.

인천서 발생한 유충과는 다른 종···2개는 국내 미기록종

제주도민관광객 불안 확산···민관 합동 역학조사반 본격 가동

제주도 유충 사태의 첫 시작은 지난 18일이었다. 서귀포시 서귀동의 한 주택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접수된 것.

첫 신고가 접수됐을 당시 제주도 상하수도본부가 현장을 확인한 결과, 민원 발생 세대 외에 인근 세대와 해당 지역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강정 정수장 계통 배수지에서 유충을 발견하지 못했다. 민원 세대의 노후된 계량기를 교체했으나 유충이 또다시 나왔다.

지난 20일 서귀포시 보목동 주택에서도 유충 발견이 발견됐다. 도 상하수도본부는 강정 정수장 계통 수도시설에 대한 현장 조사를 재차 벌였다. 이에 강정 정수장 및 취수원인 강정천에서 유충을 발견했다.

유충이 수도관을 통해 가정으로 이동한 것으로 도 상하수도본부는 추정했다. 이후에도 유충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잇따랐다.

사태 안정까지

삼다수 지원

해당 유충이 깔따구가 아닌가 하는 우려가 확산했다. 제주도민들은 여러 불편을 호소했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은 지난 21일 접수된 서귀포시 수돗물 유충 11개 시료, 26개 개체에 대한 1차 조사 결과 깔다구류 유충으로 확인했다.

지난 22일 국립생물자원관 관계자는 “조사가 의뢰된 26개 개체가 형태상 모두 깔다구류 유충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후 2차 유전자(DNA) 검사도 진행됐는데, 인천 수돗물에서 발견된 유충과 다른 타마긴털깔다구와 깃깔따구속, 아기깔따구속 유충 등 3종의 깔따구 유충으로 확인됐다.

타마긴털깔따구 유충은 잔잔한 물의 시원한 곳 등에 서식, 봄과 가을에 우화(유충에서 성충으로 돼 가는 과정)하는 것이 특징이다. 몸은 전반적으로 검은빛을 띤다. 성충의 몸길이는 암컷 2.05mm, 수컷 2.53~2.82mm 정도다.

깃깔따구속과 아기깔따구속 유충은 국내 미기록 종인 것으로 확인됐다.

깃깔따구속 유충은 일반적으로 흐르는 물에 서식하고, 아기깔따구속 유충은 거의 모든 수생환경에서 발견되지만 일부 식물에 굴을 파고 들어가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는 지난 22일부터 제주도개발공사가 생산하는 삼다수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사태가 안정될 때까지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강정 정수장 재가동

“1개월 이상 걸릴 전망”

지난 7월 인천에서 시작된 ‘수돗물 유충 사태’ 당시 “삼다수 수준으로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밝혔던 제주도는 3개월 만에 고개를 숙였다.

최승현 제주도 행정부지사는 지난 28일 도청 기자실에서서 “도민과 관광객 여러분께 많은 걱정을 끼쳐드려 너무나 죄송하고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3가지 응급조치대책’을 동시 추진한다고 밝혔다. 제주 강정 정수장 급수구역에 수돗물 안정화를 위해 ▲단계별 수계전환 수돗물 공급 ▲강정 정수장 시설 개선 ▲유충 유입 원인 조사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을 추진한다는 것.

제주도는 이러한 대책을 영산강유역환경청과 케이 워터(K-water) 영성수도지원센터와 협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주도는 첫 신고 접수 후 여과지 역세척, 이토, 여과사 교체 등의 긴급 조치를 지속적으로 시행해 왔으나, 이번 발견된 유충은 미세하고 강정 정수장 여과지 노후화(1987년 설치) 등으로 유충 완벽 차단에는 한계가 있어 강정 정수장 한시적 운영 중단과 수계전환 등 특단의 대책을 실시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제주도는 정밀 여과장치를 설치하는 등의 시설 개선을 마친 뒤 유충이 나오지 않으면 정수장을 재가동할 계획이다.

현공언 제주도 상하수도본부장은 “현재 강정 정수장에 설치된 여과지로는 미세 유충을 걸러낼 수 없어 정밀 여과장치를 긴급 발주한 상태”라며 “정밀 여과장치 제작에 3주일, 설치에 1주일이 걸린다. 시범운영까지 고려하면 강정 정수장 재가동은 1개월 이상 걸릴 전망”이라고 전했따.

최 부지사는 “이번 대책은 유충 없는 깨끗한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한 조치로, 앞으로 모든 가용 인력과 자원을 총동원해 공급전환 및 정수장 공정개선 등의 조치를 차질 없이 추진하고 도민 불편을 조속히 해결해 나가겠다”며 “이번 수돗물 유충 사태를 계기로 상수도 관리 시스템을 종합적이고 정말하게 점검하고 기술진단을 하겠다. 다시 한 번 깊은 사과와 죄송한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한편 제주도는 지난 27일부터 수돗물 유충 발생 원인 규명,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위해 민‧관 합동 역학조사반을 본격 가동하기 시작했다. 역학조사반은 동물학, 생태독성학, 상하수도, 수처리, 곤충학 등을 연구한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운영 기간은 조사보고서 완성 시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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