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철 편집국장
홍준철 편집국장

국민의힘이 내년 4월로 다가온 재보선뿐만 아니라 1년 조금 넘게 남은 차기 대선에서 여전히 인물난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유리한 부산시장 선거나 예측이 불가능한 서울시장 선거까지 당 밖 외부 인사 찾기에 여념이 없다. 명분은 ‘의석수 감소’를 우려한 현역 배제론이다. 

3선 이상 중진 입장에서 정치적으로 한 단계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당에 별로 기여한 게 없는 외부인사에게 넘긴다는 게 못마땅하다. 김종인 위원장에 대한 조기사퇴론이 나오는 배경이다. 또한 차기 대선 전초전 성격인 서울시장 후보로 안철수 국민의 당 대표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차기 대선에서는 국감장에서 ‘정치는 안 할 거지만 퇴임 후 국민위해 봉사하겠다’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한마디에 보수를 대표하는 대권주자로 부상했다.

여론조사도 일조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는 지난 10월25∼26일에 전국 성인 1032명을 대상으로 '차기 정치 지도자 적합도'를 조사해 28일 결과를 발표했다. 적합도 1위는 이재명 경기지사(22.8%)였고, 2위는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21.6%)로 집계됐다. 윤 총장의 경우 15.1%로 지난 8월 조사에 비해 1.0%포인트 올랐다. 

그 밖에 무소속 홍준표 의원(6.8%),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5.8%), 국민의힘 오세훈 전 의원(3.1%), 유승민 전 의원(3.0%), 황교안 전 대표(2.5%) 등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는 데일리안의 의뢰로 진행됐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윤 총장이 야권 대권주자로 부상하면서 나머지 후보들은 키 재는 도토리가 되었다. 한 마디로 1강 다약이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국민의힘 잠룡군은 윤 총장의 입당을 환영하고 있다.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의미보다 ‘만만하다’는 느낌이 더 든다. 실제로 여야를 막론하고 외부에서 대권주자를 영입해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다. 반기문이 그렇고 고건이 그렇다. 그나마 감사원장에 국무총리를 지낸 이회창 전 총재가 대선 본선까지 나갔다. 하지만 결과는 안 좋았다.

상황이 이런데 오히려 여권에서는 ‘윤석열 불가론’을 내세운다.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윤 총장으로 인해 국민의힘 잠룡들의 지지율을 도토리로 만들어, 결국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서서히 죽어가는 개구리 신세가 될 것”이라며 우려감을 표출할 정도다. 횡재가 아니고 재앙이라는 것이다.  

윤석열 대망론의 함정은 여기에 있다. 여당은 ‘안 된다’고 하고 야당은 ‘환영한다’는 데 겉과 속이 다르다. 여당의 속내는 윤 총장 카드가 차기 대선에서 먹힐 것 같아서가 아니라 ‘불가론’을 통해 역으로 야당이 윤 총장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부추기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결국 ‘황교안 대망론’의 연장선상으로 ‘윤석열 대망론’에 부채질을 하는 것이다.

황교안 전 대표는 결국 본선에 나가 보지도 못하고 종로에서 이낙연 대표에게 패했다. 대권이 희망고문이었고 결국 당권용이었다. 윤 총장은 다를 것이라고 기대하게 만드는 것은 보수진영에 보내는 정권교체에 대한 또 다른 희망고문일 뿐이다. 정 의원의 말처럼 당내 검증이 된 그리고 믿을 수 있는 강력한 후보군을 키우고 외부 인사에 눈을 돌려도 늦지 않다. 보수진영에 대한 희망고문은 한 번이면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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