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역사상 이런 총장은 없었다. 검사 출신 대권후보는 꽤 있었다. 가깝게는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 홍준표 의원 등이 있었지만 현직에 있으면서 대권후보로 불린 검사는 단 한명도 없었다. 말뿐이었을지언정 정치적 중립을 주장했고, 대통령이 임명한 행정부의 일원이라는 선을 넘지는 않았다. 정치는 검사 신분을 벗은 다음 단계에 있을 뿐이었다.

보수진영에서는 신이 나서 윤석열 대선 로드맵을 그리고 있다. 왜 안 그렇겠는가. 여권의 Big 2에 맞설 마땅한 대권 후보감이 없는 야권에서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일 것이다. 대권주자 윤석열에서 정권탈환의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생각하니 대검찰청 앞에 윤석열을 응원하는 화환이 줄지어 있는 꼰대적 풍경을 연출하기까지 한다.

윤석열의 장점은 ‘야권 주자’답다는 것이다. 지금 야권에서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이들 중에 윤석열 만큼 이 정부를 괴롭히는 심복대환이 없다. 야권 지지자들이 보기에 윤석열은 정치력도 뛰어나다. 예전의 고건이나 반기문처럼 반짝 인기를 끝날 인물로 보이지 않는다. 여권의 집중포화에 맞서는 뚝심과 국감장에서 보여주는 태도가 그들에겐 투쟁력으로 보인다.

윤석열이 야권의 대권주자를 노려보려면 경우의 수는 두 가지다. 야권 내에 뚜렷한 대권주자가 없어야 하고, 총장직을 중도사퇴 할 수 있어야 한다. 허나, 대통령은 윤석열을 해임할 생각이 없다. 여권도 수위조절을 할 것이다. 여권이 윤석열에게 칼을 뺀다면 적당히 끝낼 가능성은 없다. 죽거나 죽이거나. 그가 자유의지로 정치를 선택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윤석열이 야당의 대선주자가 될 수 있을까? 어렵다고 본다. 야당은 이명박, 박근혜 이후 대권주자 다운 대권주자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현 정권 아래서 문재인 대통령과 거대여당을 가장 효과적으로 괴롭히는 존재가 윤석열뿐이다. 지지도 10~15%에는 야권 지지자들의 대안 없음에 대한 답답함이 담겨 있다. 윤석열 말고 다른 수가 보이지 않을 뿐이다.

지금 시점에서의 대통령 선거를 두고 벌이는 여론조사 지지율은 별 의미가 없다. 차기 대통령 선거는 2022년 3월에 치러진다. 아직 1년 반이 남았다. 대권은 여론지지도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여야 후보들이 확정되는 내년 여름쯤은 되어야 여론조사 지지도가 참고할 만 해질 것이다. 지금 나오는 숫자는 그냥 아이돌 뽑는 TV쇼와 같은 인기투표에 불과하다. 

윤석열은 지난 10월 국감에서 “은퇴 후 국민에게 봉사하겠다”는 말을 했다. 정치를 할 수도 있다고 선언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을 본격적인 정치선언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섣부르다. 여권의 포위공격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깔아 놓는 포석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다. 검찰총장 권한으로 자신과 가족을 지켜내지 못할 때를 대비한 여벌의 기회라고나 할까.

검사 윤석열이 정치인 윤석열로 성공적으로 변신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정치의 과정, 특히 대권과정은 검증이라 부르는 처절한 정치적 난도질을 헤쳐 나갈 수 있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이인제, 이회창, 고건, 반기문, 안희정, 안철수, 황교안처럼 발가벗겨져 떨어져나간 경우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들에게 대권은 하루 밤의 달디 단 꿈이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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