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가 한바탕 턱 빠지게 웃는다 -중략-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지난 추석 연휴, 코로나19 와중에서도 국민들에게 크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되어준 것은 KBS가 제작 방영한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일명 ‘나훈아쇼’였다.

가수 나훈아는 이 방송에서 ‘테스형’이라는 신곡을 선보였으며 위는 맨 처음 가사의 일부이다.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라는 가사만을 클로즈업 한 야당은 이를 나훈아가 현 정권에 일침을 가한 것이라고 그럴듯하게 포장하여 문재인 정권을 공격했지만, 필자는 이 노래 가사의 백미는 ‘너 자신을 알라며 툭 내뱉고 간 말을 내가 어찌 알겠소 모르겠소 테스형’이라고 생각한다.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 고금동서(古今東西)를 막론하고 깊이 새겨들어야 할 격언(格言)이다. 이러한 격언을 나 몰라라 한다면 ‘먼저가 본 저세상’의 테스형 보기가 민망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기필코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지난 2개월 간 당대표로서의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던 이낙연 대표는 지난 29일 의원총회에서 “저희 당 잘못으로 시정공백을 초래하고 보궐선거를 치르게 한 것에 서울·부산시민과 국민여러분께 거듭 사과드린다”고 말하면서, “후보를 내지 않는 것만이 책임 있는 선택이 아니고, 오히려 공천으로 시민의 심판을 받는 것이 책임 있는 도리라는 생각에 이르렀다”며, 재·보궐선거의 원인을 제공한 선거의 ‘무공천’ 원칙을 천명한 당헌을 전(全)당원 투표에 부쳐 개정하겠다고 나섰다.

전당원 투표는 ‘답정너’의 요식행위에 불과하니 내년 4월의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더불어민주당이 후보를 내는 것은 그리 놀랍지 않은 기정사실이다. 국민의힘은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지만, 내심 더불어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으면 진보 단일후보를 통해 당세확장을 도모하려던 정의당은 4월 총선 때와 같이 ‘닭 쫒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신세’가 되어 버렸다.

돌이켜보면 더불어민주당이 이번과 같은 ‘정치적 기만 쇼’를 벌인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14년 통일지방선거 때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여당의 잘못된 대응으로 선거판도가 급격하게 좋아지자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앵무새처럼 되뇌이던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정치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낮아 ‘정치적 발달장애’ 현상을 겪고 있던 안철수 공동대표를 윽박질러 전가의 보도 ‘전당원 투표’를 통해 기초선거에 대한 정당공천을 실시했다.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조사에서 1-2위에 랭크돼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당시 안철수 공동대표의 선택으로 성남시장 재선에 성공함으로써 가장 큰 혜택을 입은 정치인이 되었다. 21대 국회에는 당시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지방단체장 출신이 많이 국회에 입성했는데, 말하자면 이들은 안철수 키즈인 것이다.

기억에도 새롭지만 지난 총선 때는 국민의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에 제1당을 내줄 수 없다며, 더불어시민당이라는 괴뢰정당을 만들어 180석의 거대연합여당을 완성했다. 이렇듯 더불어민주당은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식의 표리부동(表裏不同)한 두 번의 정치적 선택을 통해 정치적 이해득실로는 커다란 성공을 맛봤다. 세 번째 결정도 그렇게 되기를 믿고 있는 것 같다.

세 번의 정치적 결정에 공통으로 적용된 고려사항은 반대편 정당인 국민의힘(전신정당 포함)에게 정치적 이득을 안겨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북괴 김일성이 뿔 달린 괴물이라고 한 때 믿었던 사람들처럼 국민의힘을 뿔 달린 괴물쯤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더불어민주당이 아직도 30년 집권을 꿈꾸고 있다면, 지지자가 좋아하면 전부라는 결정만 하지 말고, 반(反)국민의힘 이면 뭐든지 좋다는 치졸한 정치에 얽매이지 말고, 대한민국 정치의 선진화를 갈망하는 대다수 국민들에게도 제발 관심 좀 가져주었으면 좋겠다. 모르겠소? 낙연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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