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수는 경합주 향배, 샤이보수, 우편투표, 투표율”

[일요서울ㅣ정재호 기자] 11월3일 미국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세계 패권국의 수장을 뽑는 미국 대선에 세계의 관심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코로나19를 비롯한 여러 변수로 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승리 사이에 전문가와 여론조사 기관들도 쉽게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다. 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든 한미외교, 대북문제, 경제문제 등을 비롯해 한반도와 동아시아에 미치는 영향은 강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요서울은 윤덕민 한국외대 석좌교수를 통해 이를 짚어봤다.

-“한국 외교는 ‘안미경미(安美經美)' 방향으로”

윤덕민 교수 [뉴시스]
윤덕민 교수 [뉴시스]

 

 

- 미국 대선에 대한 승패전망은.
▲ 미 대선은 우리처럼 직접선거가 아닌 선거인단 확보를 통한 간접선거로 이루어진다. 지난 미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경쟁자였던 힐러리가 전국 투표에서 300만 표 가까이 앞섰지만 경합주인 여섯 개주에서 밀리며 선거인단 확보에 실패했다. 결국 경합주에서의 선거인단 확보가 승패의 관건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미 대선 후보 여론 조사에서 바이든이 일방적으로 앞서고 있지만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지난 2016년에도 대부분의 전문가와 언론이 ‘힐러리 승리’를 예측했다. 
▲ 2016년 당시 미 대선에선 거의 대부분의 전문가들과 여론조사기관 그리고 방송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경쟁자였던 힐러리 후보가 이긴다고 전망했지만 맞지 않았다. 그 트라우마 때문에 조사기관들은 더 정교한 시스템을 도입해 대선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번 미 대선도 지난 선거와 마찬가지로 바이든이 트럼프 대통령을 모든 여론조사에서 일방적으로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선거엔 여러 변수들이 있다. 

 

- 변수는 무엇인가. 
▲ 경합주의 향배, 샤이보수, 우편투표(사전투표, 부재자 투표 포함), 투표율, 선거 불복시 판결 여부 등이 있다. 

 

- 경합주는 무엇인가. 
▲ 미국 대선은 레드스테이라 불리는 주는 항상 공화당만 찍고 블루스테이트라 불리는 주는 항상 민주당만 찍는다. 그리고 스윙스테이트가 있는데 이 주들이 공화당과 민주당을 오고 간다. 스윙스테이트는 플로리다, 아리조나, 노스캐롤라이나, 위스콘신, 미시건, 펜실베니아 여섯 개주가 있다. 그중 세 개 주인 위스콘신, 미시건, 펜실베니아는 민주당 텃밭이라 불린다. 지난 2016년 선거엔 트럼프가 확보했다. 만약 힐러리가 그 세 개 주에서 승리했다면 대통령이 됐다. 나머지 주는 이미 결정된 상태이기 때문에 그 6개주가 선거의 결과를 가르는 중요한 변수다.

 

- 경합주의 향배는 
▲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선 여섯 개 경합주 중 아리조나, 플로리다는 공화당이 이겼다 졌다 하는 주다. 문제는 위스콘신, 미시건, 펜실베니아가 민주당의 아성으로 돌아오면 안 된다. 그러나 지난 대선 때보다 판세로 봤을 때 바이든이 앞서 언급한 세 개 주에서 더 유리한 상황이다. 그런데 문제는 샤이보수다. 

 

- 샤이보수는 무엇인가.
▲ 서민 백인층이나 노조활동 하던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민주당을 지지해왔다. 러스트벨트라 불리는 공업지대 백인들은 지난 대선에서 대부분 힐러리를 지지했어야 했다. 그런데 당시 그들은 힐러리를 엘리트 즉 우리를 대변해주기 어려운 사람이라 여겼기 때문에 지지하지 않았다. 그리고 힐러리에 대한 비호감의 비율이 높았다. 그런 이유로 지난 미 대선은 힐러리냐 아니냐의 싸움이었다. 

 

- 바이든은 힐러리의 비호감을 극복할 수 있나. 
▲ 바이든 후보는 정통 민주당 온건파다. 그리고 러스트벨트인 펜실베니아 출신이다. 서민의 친구라는 이미지도 잘 구축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경합주에서 지난 미 대선보다 트럼프가 불리한 상황이다. 

 

- 우편투표(사전투표, 부재자 투표 포함)와 투표율이 미 대선에 미칠 영향은 무엇인가. 
▲ 이번 미 대선에서 6000만 표 정도가 부재자 투표를 했다. 지난 선거에선 흑인들이나 가난한 사람들은 민주당 성향인데 투표장에 잘 나가지 않았다. 부재자 투표가 늘었다는 건 민주당표가 많이 늘었다고 볼 수도 있다. 

 

- 트럼프 대통령이 불복할 가능성은 없는가. 
▲ 앞서 언급한 부재자 투표가 그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큰 격차로 바이든이 승리한다면 상관없지만 투표 당일 개표 상황은 트럼프가 이겼는데 부재자 투표에서 역전을 당할 경우 그걸 승복하느냐의 문제다. 2000년 미 대선 후보였던 부시와 고어의 상황이 그랬다. 플로리다의 부재자 투표가 늦어지며 개표결과는 부시가 앞섰지만 부재자 개표를 할수록 격차가 좁혀졌다. 결국 미 대법원까지 가서 개표를 중단시키고 부시의 손을 들어줘 승리했다. 이런 가운데 고어는 승복했다. 근데 이런 상황이 이번에 반복되면 트럼프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장담할 수 없다. 

 

- 이번에 미국 대법원 판사들이 보수성향으로 많이 바뀌었다고 들었다.
▲ 그런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은 부재자 투표에서 불리해질 경우 불복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대법원에서 승부를 보려 할 가능성이 있다. 

 

- 지난 미 대선과 비교했을 때 여론조사의 신뢰성은 어느 정도인가. 
▲ 트럼프와 바이든 각자 유리한 뉴스가 있다. 어떤 자료를 바탕으로 여론 조사를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바뀐다. 지난 미 대선에서 트럼프의 당선을 맞춘 여론조사 기관들이 있다. 이 기관들은 공화당 지지자들의 응집력에 가중치를 뒀다. 이번엔 그 가중치를 어디다 두느냐를 두고 여론조사 기관들이 절치부심하고 있다. 미국이 과거와 다르게 워낙 분열된 상황이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여론을 분석하기가 그만큼 어려워졌다. 

 

- 코로나19가 미 대선에 미친 영향은 무엇인가. 
▲ 코로나가 없었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쉽게 재선에 성공했을 것이다. 최근 3, 4월까지 미국은 경제, 주가, 고용에서 트리플 호황을 누렸다. 통계 수치를 보면 트럼프가 계속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야권 후보인 바이든은 슬리피 조라고 불렸다. 바이든은 78세의 박력 없는 경쟁력이 부족한 후보로 취급됐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확산돼 경제에 타격을 주고 흑백간에 인종갈등이 격화되며 트럼프 후보에게 불리한 상황이 연출됐다. 

 

- 바이든 후보의 취약점은 무엇인가. 
▲ 30때에 상원의원으로 당선돼 40년 가까이 정치적 연륜과 경험이 있고 부통령 출신이지만 78세에 나이가 많은 후보이기 때문에 건강 문제에 대한 논란이 있다. 그리고 박력과 카리스마도 부족하다. 그 다음 클린턴, 오바마 전 대통령처럼 매력도 크게 어필하지 못한다. 

 

- 바이든 후보 아들의 노트북이 논란이 되고 있는데. 
▲ 선거가 몇 주 남지 않은 상황에서 옥토버서프라이즈(10월 이변)를 기대하긴 어렵다. 이 문제는 수사 중이기 때문에 미 대선전에 결론 내리기도 어렵다. 그리고 여러 가지 의혹에 있어 트럼프 대통령도 자신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이 문제가 얼마나 크게 미 대선에 영향을 줄지 장담하긴 어렵다. 

 

- 트럼프 후보의 취약점은 무엇인가.
▲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이 경제적으로 좋아졌다. 그러나 역대 미국 대통령과 비교했을 때 정치가 스타일은 아닌 것 같다. 자국민을 통합이 아닌 분열하게 만든 측면이 아쉽다. 대외정책도 전통적으로 미국은 동맹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측면이 있는데 반해 트럼프는 그렇지 않다. 세계의 리더로선 부족한 측면이 있다. 

 

- 부통령 후보들의 역할은 어떻게 보는가. 
▲ 부통령 후보는 대통령 후보의 부족한 부준을 보조해주는 측면이 있다. 펜스 부통령은 정통 공화당 출신이다. 보수적이며 도덕성 있는 기독교인의 면모를 가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과 대비해 안정감을 준다. 반면 카멜라 해리스 민주당 부통령 후보는 흑인 여성으로 지난 선거에 투표에 임하지 않았던 유색인종들을 선거에 끌어들이는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된다. 두 부통령 모두 대통령 후보의 단점을 보완하고 지지층 결집을 위한 수단으로 선택한 인물들이다. 

 

- 트럼프 재선시 한미관계는 어떻게 전망하나. 
▲ 지금과 별로 다를 바 없다. 트럼프는 우리에게 동맹이긴 하지만 방위비 분담을 적게 내고 무임승차하지 말 것을 요구하며 주한미군을 빌미로 우리 정부를 압박할 것이다. 북한과도 다시 직접 협상에 임해 정치적 협상을 할 가능성이 크다. 

 

- 바이든 당선시 한미관계는 어떻게 전망하나. 
▲ 간단히 말해 전통적인 미국 대외정책으로 회귀할 것이다. 동맹을 중시하고 인권문제를 가지고 북한을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 

 

- 트럼프 바이든의 미중관계는 어떻게 전망하나
▲ 트럼프, 바이든 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돼도 미중간 경제전쟁은 더 치열할 것이다. 과거 일본이 미국을 경제적으로 앞질렀을 때 미국이 일본을 어떻게 다루었는가를 보면 중국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알 수 있다. 미중간의 문제는 구조적 문제로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을 미국과의 경제전쟁 가운데 경험한 것처럼 중국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 

 

- 중국도 반격하지 않겠나. 
▲ 중국은 국제금융질서에 완전하게 들어온 상황이 아니다. 그리고 미중간의 전쟁은 기술전쟁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은 응용분야 기술에선 앞서 있을지는 모르지만 상품 하나를 만들기 위해선 미국, 일본, 한국 등의 기술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은 중국을 글로벌 시스템에서 배제하고 고립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도 미국의 전략에 대한 선택의 시점이 다가올 것이다. 

 

- 한국은 미국과의 관계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하나. 
▲ 최근 한미관계에서 ‘안미경중’(安美經中)을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뜻이다. 그럼 중국은 경제를 어디에 의존하는가? 미국이다. 그런데 우리가 안미경중을 외칠 수 있겠는가. 그건 모순이다. 중국조차 경제 성장을 위해 미국을 의지하기 때문에 우리도 안보든 경제든 미국과 함께 가야 한다. 지난 사드 미사일 배치 당시에 중국은 우리 경제를 압박하겠다고 했다. 중국이 사드보복을 천명한 셈인 것이다. 그러나 이후 우리의 대중 수출은 14%가 늘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반도체를 중국이 사용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미관계는 그 무엇보다 우리 안보·경제에 중요하다. 

 

- 우리 정부는 언제부터인가 보수·진보 정권을 막론하고 미중 균형외교를 주장하고 있는데. 
▲ 우리 역사를 살펴보면 지정학적으로 어려움이 많았다. 우리 주변엔 중국, 일본, 러시아라는 강대국이 둘러싸고 있어 호시탐탐 한반도를 지배하기 위해 침략했다. 우리가 한국전쟁 이후 70년을 주변의 강한 열강 세력을 견제하며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룩한 이유는 우리가 인정하기 싫더라고 미국과의 동맹관계에서 이룩된 결과다. 일각에서 중국이 경제적으로 부상하자 중국이 대세라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미국의 국방과 경제는 쇠퇴했나? 미국은 우리나라에 대해 영토적 야심을 갖고 있지는 않다. 미국은 옛 로마랑 비슷하게 변방의 지역에 균형을 만들어 서로 견제하게 한다. 그걸 이퀼리브리엄이라 하는데 영국이 대영제국 시절에 독일과 프랑스 사이에서 균형자 역할을 취한 것이랑 비슷한 맥락이다. 동아시아에서 미국은 중국·러시아·일본간 균형을 만들어 견제하려고 한다. 결국 미국이 균형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균형자 외교를 하려면 판도를 바꿀 힘이 있어야 한다. 안타깝지만 우리에겐 그런 힘은 아직까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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