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기우 언론인] 문재인 정부와 정부 여당에 대한 지지율은 야당에 비해 높지만 불안하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하는 부동산 정책마다 극심한 혼선 양상을 보이는가 하면 잡겠다던 집값은 못 잡고 보유세 부담만 높이겠다고 밝히는 통에 부동산 민심이 들끓고 있다. 그 뿐 아니다. 국민 한 명이 북한군에 의해 사살됐고, 최근에는 라임·옵티머스 사태에 여권 유력인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야당은 권력형 게이트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과 거침없는 행동 등도 여권의 불안요소다. 연말 정기국회와 내년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 선거 등을 앞두고 자칫 역풍을 부를 수 있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가 여권 내에서 감지되고 있다. 바꿔 말하면 문재인 정부가 레임덕에 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임기말 레임덕을 방지하려는 의지가 견고한 만큼, 여권에 위기가 올 경우 특단의 묘책을 꺼낼 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정치권 주변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성탄절 사면을 위기돌파 카드로 쓸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들 역시 박근혜 성탄절 사면을 국면전환 카드로 쓸 것이라고 조심스레 점치고 있는 상황이다.

국정농단 정점' 박근혜 전 대통령이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78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2017.09.29. 뉴시스
국정농단 정점' 박근혜 전 대통령이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78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2017.09.29. 뉴시스

 

청와대 권력형 게이트..부동산 정책 민심 악화...정국반전 카드 
- 대법판결연말 성탄절 특사로 보수 탄핵파 반탄핵파 갈등 재촉발

정치권 관계자들은 정부가 각종 악재 속에도 야권의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으나 민심이 등을 돌릴 경우 문재인 대통령이 주어진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승부수를 띄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근혜 성탄절 사면설이 정치권에서 나도는 카드 중 하나다. 특별사면은 대통령의 권한으로 이례적으로 형의 집행을 면제해주는 제도다. 사면법상 확정 판결을 선고받은 자가 특별사면 및 감형의 대상이 된다.

11월 대법원 판결, 12월 특별사면?

일단 박근혜 사면 카드는 형이 확정되면 가능하다. 문제는 형 확정 시기가 언제가 되느냐다. 그렇다면 박 전 대통령의 재판은 어디까지 진행됐을까. 박 전 대통령 사건은 국정농단과 국정원 특활비 상납으로 나뉜다. 파기환송 전까지는 재판이 따로 진행됐지만 대법원이 지난해 829일 국정농단 사건을, 1128일에는 특활비 상납 사건을 각각 서울고법으로 보냈고 이후 사건이 병합됐다. 대법원이 두 사건을 파기환송할 당시 이미 핵심 쟁점들에 대해 판단을 내려 파기환송심은 대법원 판단대로 선고가 됐다.

삼성그룹의 미르·K스포츠재단,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 딸 정유라씨의 말 보험료 등에 대한 무죄는 이미 대법원에서 나온 판단으로 파기환송심에선 심리 대상이 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상고를 하지 않아 대법원은 무죄가 선고된 부분에 대한 검찰의 재상고 이유만 검토하고 사건을 마무리 지을 가능성이 크다. 대법원은 지난 8월 검찰의 상고이유서를 접수하고 법리 검토에 들어갔다. 박 전 대통령이 이 전 대통령보다 앞선 20174월 처음 기소돼 이미 3년 반이 흘렀기에 대법원은 이른 시간 내에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때문에 정치권 및 법조계 안팎에서는 11월말쯤 결론이 날 것이라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럴 경우 박 전 대통령은 사면 요건을 갖춰 사면이 가능하다.

여권은 필승카드, 야권은 최대악재

박근혜 사면 카드는 문 대통령이 정치적 시너지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무기라는 점에서 임기 말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이와 관련, 박지원 국정원장의 과거 발언이 주목받고 있다. 박 원장은 과거 청와대 비서실장 등 경험에 의하면 임기 말에는 상당한 정치적 부담이 되는 분들에 대해서는 사면을 한다미국도 그렇고 선진국도 다 그러한 것이 있기 때문에 이제 문 대통령도 그러한 것을 스스로 해결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나아가 야권을 중심으로 사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고, 문 대통령으로서는 국민통합을 내세워 특별사면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기게 된다. 20214월 재보궐 선거와 20223월 대통령 선거 등 본격적인 선거철이 다가오는 만큼 사면 정국을 활용해 선거 판세 등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박근혜 사면=보수 분열이라는 등식이 야권은 물론 여권 내에서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별사면된 박 전 대통령이 목소리를 내는 순간 보수 세력은 탄핵 찬성파와 탄핵 반대파로 쪼개져, 탄핵 논란이 재점화될 수 있다. 국민의힘은 4·15 총선 참패 원인을 진단한 총선백서에서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당의 입장을 명확하게 정리하지 않은 점이 패인 중 하나로 판단하고 있다. 여권에서는 필승카드, 보수 야권에는 최대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얘기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할수록 야권은 반문연대를 내세워 야권 통합 움직임이 거세질 것으로 보여, 그 대응 카드로 여권이 박 전 대통령을 12월 성탄절에 사면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나아가 박 전 대통령이 메시지를 내놓을 시 결과와 관계없이 보수 분열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실제 21대 총선을 앞두고 박 전 대통령은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옥중 메시지를 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나라가 전례 없는 위기에 빠져있고 국민들의 삶이 고통을 받고 있는 현실 앞에서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이합집산을 하는 것 같은 거대 야당의 모습에 실망도 하였지만, 보수의 외연을 확대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받아들였다나라가 매우 어렵다. 서로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고 메우기 힘든 간극도 있겠지만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기존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태극기를 들었던 여러분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 주실 것을 호소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영하 변호사가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공천에서 배제된 것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은 나라를 위해서 통합의 메시지를 낸 것이 무위로 돌아갔다도와주려는 카드를 능욕당한 것이다. 두 번 칼질을 당한 것이라고도 했다. 이로 인해 범보수진영은 우리공화당, 친박신당 등으로 분열된 채 총선을 치러야 했다.

극우세력 정당 만들 수도박 지지세력 굳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을 촉구하는 시민들이 25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입구역 인근에서 천만인무죄석방본부 주최, 우리공화당 주관으로 열린 제182차 태극기집회에 참석해 경례를 하고 있다. 2020.07.25. 뉴시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을 촉구하는 시민들이 25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입구역 인근에서 천만인무죄석방본부 주최, 우리공화당 주관으로 열린 제182차 태극기집회에 참석해 경례를 하고 있다. 2020.07.25. 뉴시스

더구나 신당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한 인사는 현 정권이 박 전 대통령 사면 카드를 우파 분열용으로 활용할 것이라면서 극우세력들이 정당을 만들 수 있다. 고용주 중심으로 정당이 태동이 되게 되어 있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하기도 했다.

이를 방증하듯 박 전 대통령의 지지세력은 여전히 굳건하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6일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의 추도식에 참석했으나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로부터 빨갱이”, “보수를 망치지 말라는 항의를 거세게 받은 것이 대표적이다.

실제 김 위원장이 추도식 종료 후 헌화와 분향을 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보수성향 유튜버와 일부 참석자들은 김 위원장에게 여기 왜 왔어”, “사진 찍으러 왔느냐”, “빨갱이가 왜 왔느냐고 비판했다. 또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 사진이 찍힌 현수막을 펼치며 길을 가로막는 사람도 있었다. 이 같은 반발은 김 위원장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수감에 대한 대국민 사과 가능성을 밝혔고, 국민의힘 정강정책과 관련해 보수를 삭제하자는 주장을 편 것에 대한 반발로 보인다.

일련의 상황을 볼 때 박 전 대통령의 사면 결정은 보수진영에 상당한 정치적 파장을 불러올 막강한 변수다. 사면으로 인해 향후 선거 결과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박근혜 성탄절 사면은 여권의 국면전환용으로는 신의 한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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