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문재인 대통령이 개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임기 후반 안정적 국정 마무리와 레임덕 방지를 위해 청와대와 내각에 중폭 규모의 인적쇄신을 검토 중이다. 물론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임기 후반 개각설에 대해 아무 것도 결정된 게 없다며 노코멘트를 유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인사스타일 또한 사람을 자주 바꾸지는 않는 게 원칙이다. 실제 집권 3년 반에 이르는 기간 동안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개각 카드를 꺼내들지 않았다. 청와대의 신중한 반응에도 불구하고 연말연초 개각설은 여권 안팎에 파다하게 퍼져있다. 특히 2021년은 문 대통령 집권 5년차로 임기를 안정적으로 마무리하는데 주력해야 할 시점이다. 게다가 내년 4월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 일정을 고려하면 내년 정치일정은 급속히 차기 국면으로 빠져든다. 국정과제의 성공적 마무리를 위해 문 대통령이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발판 마련이 절실한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국정과제 마무리·레임덕 방지 위해 인적쇄신 불가피 
-의 남자양정철, 비서실장 기용 여부 최대 관심사

핵심은 노영민 비서실장과 정세균 국무총리의 교체 여부다. 국정운영의 투톱이라고 할 수 있는 청와대와 내각의 수장을 교체해 임기 후반 국정 장악력의 고삐를 죄겠다는 전략이다. 노영민 비서실장의 경우 초대 임종석 전 비서실장에 이어 재임 기간만 2년에 이른다.

정세균 총리 역시 차기 대권 출마를 위해 적절한 시점에 다시 여의도 정치권으로 선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밖에 없다. 이밖에 현 내각에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을 비롯한 장수 장관들이 적지 않다. 개각 수요 또한 충분한 셈이다. 더구나 21대 국회에서 민주당이 압도적 다수의석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청문회 낙마에 대한 부담감도 덜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인적쇄신을 결심할 경우 시점은 연말연초가 유력하다. 정기국회 종료 이후 여권 전반의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개각 카드를 꺼내든다는 것이다. 아울러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연말 정국에서 청와대 비서실을 먼저 개편한 뒤 내년초 개각에 나서는 순차적 인적개편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대통령 마지막 비서실장? 양정철·김현미·최재성 3파전

양정철, 뉴시스
양정철, 뉴시스

 

연말연초 문 대통령의 인적쇄신 카드 중 최대 관심사는 청와대 비서실장이다. 노영민 비서실장이 지난 여름 부동산문제의 여파로 사의를 밝혔다가 유임된 만큼 연말교체는 기정사실이다. 노 실장의 후임으로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최재성 정무수석,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물망에 오르고 있다.

문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을 마무리할 파트너로 3명 중 1명을 선택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더구나 청와대 비서실장의 경우 부처 장관과는 달리 국회 인사청문회가 필요없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이 보다 마음 편하게 인선에 나설 수 있는 자리다.

양정철 전 원장은 설명이 필요없는 최측근으로 문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에 가장 적임이라는 평가다. 지난 여름 부동산정책 혼선으로 현 정부가 흔들렸을 때 조기 등판론이 나올 정도였다. 양 전 원장은 문 대통령의 정치입문과 대선승리를 도운 현 정부 탄생의 일등공신이었지만 현 정부 출범 초부터 스스로 유배를 자처했다. 지난 4월 민주당 총선압승 이후에도 내 역할은 끝났다며 민주연구원장직에서 물러났다. 문 대통령과는 눈빛만 봐도 통할 최측근이라는 점에서는 최적의 후보다.

다만 양 전 원장이 청와대 비서실에 입성할 경우 권력의 중심추가 완전히 이동하면서 청와대 독주론이 흘러나오게 될 수 있다는 점은 위험요인이다. 최재성 수석 역시 유력 후보군이다. 수석으로 청와대 생활을 하다가 비서실장으로 승진 이동하면 노영민 비서실장 퇴임 이후 청와대 비서실의 연착륙이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친문 중심의 친정체제를 구축해 임기말 난국을 돌파한다는 계산이다. 김현미 장관의 발탁 여부도 상징적이다. 문 대통령의 신임이 워낙 두터운 만큼 사상 첫 여성 청와대 비서실장 탄생도 가능하다. 다만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와 난맥상을 상징하는 인물이라는 점은 부담이다.

이밖에 3선 의원을 지낸 우윤근 전 러시아대사와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도 물망에 오른다. 우윤근 전 대사는 청와대 개편 때마다 비서실장 후보로 거론된 인사로 원만한 성품에 합리적인 인식을 바탕으로 임기말 청와대를 이끌 적임자라는 평가다.

지난 4월 총선 패배와 8월 전당대회 패배로 정치적 존재감이 약해진 김부겸 전 장관의 기용설도 점쳐진다. 김 전 장관이 청와대 비서실장에 발탁될 경우 본인의 정치적 약점이었던 비문 이미지를 탈피하고 향후 정치적 재기를 위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비문 정치인을 국정 투톱인 청와대 비서실장에 발탁할 경우 임기말 포용적 국정운영의 의지를 과시할 수 있다.

최재성, 뉴시스
최재성, 뉴시스

강경화·박능후 장수장관 교체··유 출마설

문 대통령은 개각 카드에 신중한 반응을 보여왔다. 사람을 한 번 믿으면 오래 쓴다는 특유의 인사 원칙 때문이었다. 실제 집권 이후에도 정치적 난국 타개나 위기국면 전환을 위해 장관 교체 등과 같은 대중적 충격요법을 사용하지 않았다. 언론이 앞서가면서 잊을만 하면 개각설을 보도하기도 했지만 그 때마다 청와대는 줄곧 부인해왔다.

다만 정치상황은 연내 개각설이 힘을 얻고 있다. 개각 규모 또한 23명 소규모가 아니라 최소 5명 이상의 장관을 교체하는 중폭 이상의 개각이 단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더구나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후보 공천 문제는 개각문제와도 밀접하게 맞닿아있다.

우선 문 대통령과 임기 초부터 함께 해온 원년멤버들의 교체 가능성이다. 강경화 외교부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대표적이다. 실제 이들 장관들은 거취 문제와 관련해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줄곧 밝혀왔다. 3년 반 가량 장관 임기를 지켜왔다는 점에서 이번에 물러나더라도 불명예 제대는 아니다.

강경화 장관은 문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워서 5년 내내 자리를 지킬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오죽하면 박근혜정부 때 윤병세 전 장관이 오병세로 불린 것처럼 강 장관 역시 오경화라는 별칭이 외교가를 중시으로 확산될 정도였다. 다만 개각설이 흘러나올 때마다 교체대상으로 분류됐던 강 장관은 그때마다 굳건하게 자리를 지켜왔다. 다만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남편의 미국 요트여행 소식은 여권의 대표적인 내로남불사례로 거론되면서 여론이 악화된 점은 부담이다.

박능후 장관은 코로나19 극복과 위기 대응을 주도하는 주무 장관이라는 점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교체설이 유력하다. 김현미 장관의 경우 애초 지난해 최정호 장관 후보자 낙마 사건의 여파도 눌러앉은 만큼 연말 교체가 유력하다. 문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다는 점에서 장관에서 물러나면 다목적으로 활용될 인사카드다.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오는 2022년 지방선거 대비 수요도 적지 않다. 특히 민주당이 여론의 비판에도 전당원 투표를 통해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공천 방침을 사실상 확정하면서 출마 후보군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너무 앞서간 이야기라고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여야 정치권은 박 장관의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서울 4선 중진으로 민주당 원내대표를 역임한 박영선 장관은 민주당 안팎에서 가장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최근 배우자 명의의 오피스텔을 처분해 다주택자 신분에서 벗어난 것 역시 서울시장 출마를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또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추미애 법무부장관 역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을 비롯한 검찰개혁 작업이 조기에 마무될 경우 서울시장 보선전에 뛰어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다만 아들의 군 복무 특혜의혹 논란의 여파로 추 장관이 서울시장 보선을 건너뛰고 차기 대선에 직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의 향후 행보도 주목할 만하다. 유은혜 부총리의 경우 이재명 경기지사가 차기 대권 도전에 나설 경우 공석이 되는 경기지사를 노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 역시 청와대에서 나오면 2022년 충북지사 선거전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사상 첫 여성 대통령 비서실장 물망에 오른 김현미 장관의 경우 오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경기지사 또는 전북지사 출마설도 끊이지 않고 있다.

김현미 장관, 뉴시스
김현미 장관, 뉴시스

총리 대권도전 나설까? 내년초 교체 가능성 '솔솔'

연말연초 중폭 개각설과 관계없이 또하나 눈여겨 봐야할 포인트는 정세균 총리의 교체 여부다. 국가 의전서열 2위인 국회의장을 지낸 것은 물론 일인지하 만인지상으로 불리는 국무총리을 역임할 정도로 정 총리의 정치적 중량감이 막중하다. 민주당의 정치적 텃밭인 전북에서 4선 의원을 지낸 것은 물론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서울 종로에서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비롯한 보수야권의 정치적 거물들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

문제는 풍부한 정치적 경륜에도 불구하고 대중적 폭발력이 약해서 지지율 상승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정 총리에게 기회는 없지 않다. 경우에 따라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대표와의 양강구도에 정 총리가 참전할 경우 3파전 양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유력 대권주자인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는 호남 기반의 국무총리라는 점에서 정치적 이미지가 겹치는 게 부담이다.

정 총리는 본인의 대권도전설에 대해서는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무엇보다 코로나 19 위기상황 극복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다만 정 총리의 측근그룹인 이른바 SK계가 주축인 광화문포럼은 김영주 이원욱 의원 등을 중심으로 최근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이에 따라 정 총리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을 대비하기 위해 늦어도 내년 3월을 전후로 총리직을 던지고 여의도 무대로 복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경우 저조한 대중적 파괴력도 눈에 띄게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여권 사정에 정통한 한 고위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개각 등 인사교체에는 소극적이었지만 내년은 상황이 다소 다르다새로운 일을 만들기보다는 대통령 5년 임기를 사실상 마무리하는 시점인 만큼 이르면 연말연초에는 여권 전반의 인적쇄신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핵심은 문 대통령의 최측근 복심으로 알려진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의 청와대 복귀 여부와 장외 블루칩으로 평가받는 정세균 총리의 대권도전에 따른 총리 교체 여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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