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투, 시술 아닌 예술”···최종학력·자격증·장비 등 규제 양산 우려

한국타투인협회 장준혁 회장 [사진=신수정 기자]
한국타투인협회 장준혁 회장 [사진=신수정 기자]

[일요서울ㅣ신수정 기자] 불법으로 규정돼 비주류 취급을 받아왔던 ‘문신’. 타투이스트들의 목소리를 모아 ‘문신사법’ 제정을 주도해 온 인물이 있다. 바로 한국타투인협회 장준혁 회장이다. 하지만 보수 세대의 사회적 인식과 편견, 국회와 의협 등 기득권 단체와의 갈등으로 번번이 법안 발의 목전에서 용두사미 격으로 마무리돼 왔다. 

문신 불법 판례, 사실상 “일본법 잔재 중 하나”
확장된 시장 규모·커뮤니티···“미래 산업 전망도 충분”

장 회장이 바라보는 앞으로의 타투 문화는 어떤 모습일까. 또 법제화 방향성은 어디로 향할까. 일요서울은 지난 27일 오후 3시 장준혁 한국타투인협회장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장준혁 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문신사법’ 제정을 위해 움직인 계기는.
▲2002년 월드컵 때 안정환 선수가 골 세레머니를 하는 모습이 영상에 비춰졌다. 이때 안정환 선수 어깨에 있는 문신을 보고 ‘한국도 타투가 붐이구나’ 해서 들어왔다. 이후 한국에 들어와서야 타투가 불법인 것을 알았다. 멕시코 타투숍에서 스태프로 일할 때는 몰랐다. 전 세계 다른 나라들은, 무슬림 같은 종교 국가들은 제외하고 타투숍이 미용실 정도로 동네에서도 보기 흔하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타투숍을 차리면 주변에 단속당하는 경우도 많이 보면서 ‘이건 잘못됐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타투이스트들은 힘이 없으니까 한목소리를 내서 정부랑 조율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국회 다니면서 간담회도 하고 국회의원들을 만나 법안도 만들고 논의했다.

- 국내에서 문신이 ‘불법’으로 규정된 원인은.
▲사실 한국에서 타투는 불법이 아니라 무법이다. 불법으로 규정하는 이유는 과거 1998년 의료법 제4조 1항을 근거로 ‘의료법 위반’ 대법원 판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의료법상 의사 외에는 침습 행위가 금지되는데 문신을 새겨 넣는 과정에서 침습 행위가 포함된다. 결국 문신과 관련된 법은 없지만, 재판부에서 불법으로 규정한 사례가 존재하기 때문에 그 판례가 이어져 온 것이다. 
안타깝지만 일제강점기를 겪었던 우리나라 역사상 해방 이후에도 일본법의 잔재가 고스란히 남을 수밖에 없다. 앞서 말한 과거의 판례도 일본의 판례를 참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 타투를 불법으로 규정한 과거 판례가 있는 것은 일본과 한국뿐이다. 결국 타투를 불법으로 바라보는 시각, 과거의 판례도 ‘일본법의 잔재’고 ‘일제강점기의 잔해’라고 생각한다. 

- ‘문신사법’ 제정을 위한 앞으로의 계획은.
▲처음엔 문신사법이 제정되고 양지 문화로 만들면, 타투이스트들의 인권과 예술 행위를 보장하고 미성년자‧임산부 타투, 할인 이벤트 마루타, 의학적 부작용 등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생각에 변화가 생겼다. 요즘에는 법을 만드는 것보다 판례를 바꾸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법은 당대 사람들의 인식 변화에 따라 바뀔 수 있다. 현재 타투에 대한 인식도 많이 열려 있다. 최근에 우리나라 법원이 참고했던 일본의 판례도 다시 뒤집혔다. 오사카 지방법원에서 내린 판례를 보면, 1심에서 무죄가 나왔다. 이후 검찰에 상소해서 유죄로 판결났다가 다시 무죄로 인정받았다. 현재 일본 오사카법원에서 무죄로 판결이 바뀌었다면, 우리나라 재판도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이다. 

- ‘법안 발의’에서 ‘과거 대법원 판례 수정’ 쪽으로 방향성이 변화된 이유는.
▲법제화 과정에서 보수적인 사법부와 기득권층에 해당하는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를 이길 수 없다고 느끼면서부터다. 개인적으로 느낀 것은 사실 의협은 타투에 대한 관심이 없다는 현실. 그런데도 의협이 법 제정을 반대하는 이유는 4조 1항의 침습 행위 규제를 풀어주면서 발생되는 파생 사업들 때문이다. 의협이 타투이스트들을 인정해 버리면, 카이로테라피, 아키펑션, 수지침같이 한의사학적인, 유사 의료를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 때문이다. 이들 나름의 기술이지만 타투와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는 불법이다. 사실 기득권층이 특권을 지키려다 보니 이들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결국 ‘이거 쉽지 않겠다’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또 다른 이유는 법제화 과정에서 규제를 해소하기 위한 규제를 양산하기 때문이다. 타투는 몸에 그림을 그리는 예술 행위다. 그런데 법안을 만들자니 불법과 합법 사이에서 타투이스트들을 규정하는 굴레가 생겨 버린다. 국가가 정해 준 교육 과정과 기술 인증 자격증을 만들면 자연스럽게 자격증 학원이 생기고, 장비도 국가 인증을 받은 것으로 써야 하는 등 부가적인 규제가 더 발생된다. 물론 피부에 어느 정도 세균이 감염되는지 같은 기본적인 시청각 교육, 간단한 의학적 테스트는 거칠 필요가 있지만, 그 외에 학력이나 자격증을 갖춰야만 예술가로 규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타투는 디자인이고 그림이라서 어떤 법적 규정을 내리기도 모호하다. 
그리고 최근에는 타투이스트 유튜버들도 많고, 문화로 발전시키려는 움직임 등 인식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후배들도 많다. 그래도 과거보다 인식이 좋아졌고, 예술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문신도 더 이상 위화감 조성의 용도, 조폭·범죄자들의 고유 상징이 아니게 됐다.  요즘은 아기자기하거나 귀여운 디자인도 많아졌고, 해외나 국내 연예인들도 타투를 즐겨하면서 인식이 변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판례를 바꿔 당장의 불법으로 규정된 것에 대한 처벌을 피하는 방향이 현업에 영향을 주지 않고 불법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생각이다. 
과거 불법으로 결정된 판례가 현재 사회적 합의가 충분히 이뤄져 합법으로 바뀐다면, 불법에서 무법으로 인정받는 게 된다. 관련법이 없어도 타투를 받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기 때문에 타투이스트들의 사업자등록이나 세금 문제도 있고, 타투이스트들의 노동인권 문제를 방치할 수 없을 것이다. 또 전 세계적으로 하나의 문화 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미래의 거대 문화 산업으로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미 세계적으로 타투 컨벤션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면 오히려 행정기관에서 나서서 법안을 제정하자고 나서게 될 수도 있지 않겠나.

- 타투에 대한 과거-현재 인식변화 양상은. 
▲타투를 바라보는 시각이 50대 전후로 극명히 갈린다. 50대 이상 연령대에서는 타투하면 범죄와의 전쟁, 삼청교육대 이런 게 떠오른다. 시대적인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부정적인 인식이 만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시대에는 정말 범죄자들이 주로 했던 게 사실이기도 하고. 반면, 50대 이하 연령대는 자신을 드러내고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 연예인들의 문신을 보고 멋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소비자도 확실히 늘었다고 생각한다. 초창기에 비해 일일 작업량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과거에 비해 수요가 많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최근에 디자인도 굉장히 다양해지면서 시각적으로도 거부감보다 친근함이 든다. 어떤 문화든 사람들이 받아들이면 그 시대의 문화로 자리 잡는 것이라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요즘은 타투이스트 유튜버들을 통해 지속해서 노출되고 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사회 구성원들이 논의가 계속 이뤄지는 환경이 마련되는 것도 좋게 생각된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