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정재호 기자] 정의당은 변화의 기로에 서있다. 민주당2중대, 포스트심상정이라는 과제를 극복하기 위해 정의당은 지난달 10일 신임 당 대표에 김종철 전 대변인을 선출했다. 일요서울과 지난달 28일 국회 본관에서 만난 김 대표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과 함께 정의당이 내세우는 정책을 설명하고 강조했다. 정책을 통해 정의당을 바꾸겠다는 그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일요서울이 당 대표 취임 이후 ‘진보의 금기를 깨겠다’는 그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다.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은 민주당 성비위로 시작”

 

김종철 대표 [뉴시스]
김종철 대표 [뉴시스]

 

- 왜 정치를 하려고 했나.
▲ IMF때 노동자들이 해고당하거나 자영업자들이 자살하는걸 보며 이대로 가는 것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의 비서로 정치를 시작했다. 그로부터 20년 동안 정치를 하며 진보정당이 잘돼야 세상이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사회 모든 각 분야엔 기득권이 존재한다. 결국 불공평한데 가장 평등한 게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시간과 투표권이었다. 정치는 사회적 약자들의 무기가 되겠다 싶어 시작했다. 

 

- 대표가 생각하는 진보란 무엇인가. 
▲ 진보의 사전적 의미는 앞으로 나아간다는 뜻이다. 그러나 정치적 의미에선 시대마다 그 의미가 다르다. 현재 우리나라엔 불평등을 타파하는 것이 진보라 생각한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현재론 국가의 확장재정 등을 통해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 

 

- 취임 이후 ‘금기를 깨겠다’고 했다. 진보의 금기란 무엇인가. 
▲ 세상에 없던 새로운 것만이 진보의 화두는 아니다. 오히려 현실적이고 분명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 있어 목소리를 내는 세력이 없는 것 같다. 정의당을 포함한 민주진보진영에서 더 그렇다. 정책으로 예를 들면 나는 기본자산을 주장한다. 복지국가를 만들려면 재정이 많이 든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부유층 조세만으론 어렵다. 그럼 저소득층도 분담을 해야 하는데 표가 안 된다는 이유로 이야기를 하지 못한다. 이런 금기를 정의당에서 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 북한 매체에서 김 대표에게 취임 이후 비난을 쏟아냈는데. 
▲ 북한은 그동안 여러 정당과 정부를 비난해 왔기 때문에 새삼스럽진 않다. 그런데 비판 논조는 전혀 동의하기 어렵다. 

 

- 북한 핵 및 미사일 문제에 대한 입장은.
▲ 북한은 핵을 포기하고 반드시 비핵화를 이루어야한다. 그리고 ICBM, SLBM과 같은 미사일에 대해선 우려스럽다. 그리고 결론은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정착시켜야한다. 나는 북한이 잘못하면 단호하고 분명하게 비판하며 동시에 대립이 격화되지 않도록 노력해야한다고 생각한다. 

- 진보진영에선 북한인권에 대한 목소리가 전무하다는 지적이 있다. 
▲ 북한인권은 반드시 지적해야 할 부분이다. 장성택 처형 당시 북한의 사법체계가 전혀 잡혀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나는 북한인권에 대해 침묵하진 않겠다.

 

- 라임·옵티머스 사건과 공수처, 특검 논란에 대해선 어떤 입장인가.
▲ 정의당은 이 사건에 대해 성역 없이 빠르고 신속하게 수사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입장이다. 수사에 도움이 된다면 특검이든 공수처든 또 검찰수사든 상관없다. 이 사건의 본질은 사건에 연루된 관련자들을 처벌하고 피해자들의 회복에 있다. 정치권이 공수처나 특검을 정쟁의 도구로 삼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 김 대표는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를 겨냥해 민주당에 무공천을 요구했는데. 
▲ 다른 정당에게 후보를 내라마라 하는 것은 우스운 이야기다. 근데 이번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는 민주당의 성비위로 시작됐다. 그리고 민주당의 당헌당규에도 귀책사유가 있을 경우 후보를 출마시키지 않는다는 조항을 명시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은 이 문제를 책임지고 자신들이 만든 약속을 지켜야 한다. 

 

- 민주당 금태섭 전 의원이 탈당했다. 금 전 의원의 서울시장 출마설이 정치권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금 전 의원이 정의당에 입당을 타진해 서울시장 출마의지를 비춘다면. 
▲ 금태섭 전 의원 본인의 입장이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함부로 이야기 하긴 어려운 부분이다. 그러나 만약 금 전 의원이 정의당의 가치를 이해하고 입당한다면 환영할 일이다. 그리고 서울시장 출마 문제는 다르다. 정의당은 당의 가치와 비전을 국민들에게 잘 설명하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 등 확고한 소신이 중심이 된 인물을 후보로 낼 것이다. 인지도가 있다고 후보로 내세우진 않을 것이다. 

 

- 정부에서 개각을 할 경우 심상정 의원에 대한 장관 연정 제의가 있을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 전혀 들은바 없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그런 이야기가 있긴 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상황에서 그런 제안이 유효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는 개혁에 있어 지체와 후퇴를 거듭하고 있다. 과연 정의당과 가치와 방향이 비슷한지 모르겠다. 그런 측면에서도 같이하기 어렵다. 

 

- 정의당 내 NL과 PD 갈등은 없나.
▲ 그런 논쟁은 구시대의 유물이 됐다. 

 

- 김 대표는 앞으로 민주당2중대, 포스트 심상정 이라는 것을 극복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대안은 무엇인가. 
▲ 정책을 가지고 차별화해야한다. 정의당은 사안에 따라 양자택일을 강요받고 정쟁의 프레임에 갇혀 이리저리 치인다. 그렇기 때문에 정책을 통해 국민의 지지를 받는 정당이 되도록 하겠다. 

 

- 정의당 대표로서 국민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 앞서 언급했다시피 우리 삶을 바꾸는 건 정쟁이 아니라 정책이다. 정쟁은 매일 변화한다. 정책은 하나만 바뀌어도 큰 변화를 가져온다. 정의당은 정책에 힘을 쏟는 정당이 되겠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정치권에서 정쟁이란 말이 사라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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