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유일 ‘타투 불법’ 한국, 합법화 가능해질까?

부산의 한 타투시술소. [뉴시스]
부산의 한 타투시술소. [뉴시스]

[일요서울ㅣ김혜진 기자] 몇 달 전만 해도 민소매 차림의 옷을 입고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팔과 다리, 쇄골 등 신체가 훤히 드러나는 부분에서 개성이 담긴 타투(Tattoo·문신)를 종종 볼 수 있었다. 과거에는 단속의 대상이기도 했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줬던 탓에 꺼리는 분위기였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이에 대한 시선도 점차 긍정적으로 변했다. 국내 반영구 문신(눈썹‧입술) 이용자는 1000만 명, 타투(영구 문신) 이용자는 300만 명에 달할 정도다. 반영구 문신 시술자는 30만 명, 타투 시술자는 5만 명에 이를 것으로도 추정된다. 문신 인구 1300만 시대로 접어들면서 어느새 대중화된 문화로도 자리 잡았지만 국내에선 여전히 합법과 불법을 어떻게 규정할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타투협회 vs 대한의사협회 ‘팽팽한 주장’
정부 ‘합법화 추진 노력’…소비자도 안전하게 시술 받아야

한국타투협회 “법제화 필요…기존 판례 바꾸는 것도 생각해 봐야”

우리나라에서 ‘타투 법제화’ 논의가 처음 시작된 건 1988년이다. 당시 타투시술인(문신사·타투이스트)들이 법제화를 촉구하며 집단 헌법소원을 냈다. 1992년 5월 대법원은 판례를 통해 타투를 ‘의료행위’로 규정했다. ‘의사’만이 타투를 시술할 수 있다는 것. 당시 대법원의 판단 근거는 작업자의 실수로 사고 가능성 존재, 문신용 침의 질병 전염 우려 등이었다. 

대법원의 이 같은 판결로 타투시술인들 사이에서는 논란이 일었다. 2003년부터 타투 법제화 움직임을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2009년 출범한 한국타투인협회는 ‘문신사 제정법안’을 추진해 왔으나 결국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18, 19대 국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김춘진 의원이 문신사 면허와 교육, 위생관리 의무 등을 담은 문신사법을 대표 발의하고, 지난해 10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관련 법안을 발의했지만 결국 입법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지난 28일 박주민 의원은 문신사 법안을 한 번 더 발의한 상태다. 

법안 통과가 어렵게 되자 타투시술인들은 40여 개 단체를 모아 공동대책위원회(▲전태일재단·노회찬재단·민변 노동위원회 등 시민단체계 ▲민주노총·화섬식품노조·전국언론노동조합 등 노동계 ▲녹색병원·일과건강 등 의료계 ▲법무법인 오월 등 법조계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 경제계)를 꾸리고 ‘타투할 자유와 권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타투공대위)’를 올해 6월 출범했다. 타투공대위는 타투시술인의 권리를 옹호하고 소비자들의 타투할 자유를 위해 결성했다고 밝혔다. 

다만 최근 장준혁 한국타투인협회 회장은 일요서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에는 법제화를 추진하는 것보다 기존 판례를 바꾸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타투를 불법으로 규정한 국가는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와 일본뿐이었는데, 올해 일본 오사카 고등법원이 ‘타투는 역사적 배경이 있는 풍속’이며 ‘의사의 업무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이유 등을 들어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한 것. 현재 이슬람 국가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한국만 타투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셈이다. 장 회장은 “법은 국민들의 인식 변화에 따라 바뀔 수 있다. 현재 타투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의 사례처럼 지난 1992년 당시의 판례를 바꿀 수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 “타투, 인체 위험 초래…의료행위로 봐야”

의료법 제27조(무면허 의료행위 등 금지)는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의료계는 이를 바탕으로 타투는 ▲피부의 손상을 수반하고 ▲시술과정에서의 감염 ▲향후 처치 미흡에 대한 부작용 발생 등 인체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의료행위’라고 보고 타투 시술을 반대하는 입장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타투 시술 방식은 바늘을 사용하는 침습적 의료행위다. 시술 과정에서 다양한 부작용과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의료계는 의사만이 직접 수행할 수 있는 의료행위라는 법률적 해석이 타당하다고 주장한다.

대한의사협회 측은 “문신 시술은 피부 손상을 유발할 수 있고 감염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비의료인의 시술은 위험하다”면서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인데 비의료인인 문신사에게 국가자격증까지 주면서 이들의 시술을 합법화하는 것은 우려스럽고 위험한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해외에서는 의사가 아니어도 위생이나 안전, 감염 관련 교육을 받으면 타투시술인 자격을 준다. 이들의 시술 행위를 합법화한 나라들도 있다. 영국은 정부가 정한 위생·안전 관련 교육과정을 거치면 자격을 준다. 미국도 일부 주에서 위생교육과 혈액매개 감염에 대한 교육을 받으면 시술 면허를 발급해준다. 타투샵을 차릴 경우, 미국은 허가제로 운영하고, 그 외 국가들은 신고제다. 대부분 유럽 국가들 역시 타투샵을 차리는 과정이 수월하다. 개인사업자를 내면 지자체에서 관리·감독을 하는 방식이다.

고용노동부, ‘타투이스트’ 신 직업에 포함…공정위, ‘반영구 타투’ 비의료인 시술 허용

현행법상 의사가 아닌 사람이 타투 시술을 하는 건 불법이지만 타투 시술을 가르치거나 배우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미용학원에서는 네일, 헤어, 메이크업 관련 수업뿐 아니라 문신 시술 관련 수업을 함께 진행하는 곳도 많다. 

이 같은 흐름에 따라 정부도 최근 몇 년간 타투시술인의 시술 합법화를 추진하기 위한 노력을 했다. 고용노동부가 2015년 발표한 ‘신직업 추진 현황 및 육성계획’에 따르면 17개 신직업 중에는 ‘타투시술인’이 포함되기도 했다. 타투 시술을 합법화하면 일자리가 늘고 비위생적 시술 행위를 관리·감독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다만 의사협회와 이견으로 추진 속도는 더뎠다. 그러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다시 나섰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공중위생관리법 또는 문신사법에 의한 비의료인의 ‘문신사 자격증’을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창업 단계에서 반영구화장 등 타투 시술 중 안전·위생 위험이 낮은 분야의 경우 비의료인 시술은 현재 허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