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판결 미뤄진 ‘66일’...물밑협상의 기회되나

[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소송전이 1년 반 넘게 이어지고 있다. LG화학은 2019년 4월 미국 ITC와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한 바 있다. 당초 ITC는 영업비밀 침해 소송의 최종 결정을 지난 5일에서 26일로 연기한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26일 최종 결정을 오는 12월10일로 재차 연기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30일 LG화학의 배터리 사업 부문 분사가 확정되면서, 양사의 합의를 위한 협상 재개 가능성에 대해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SK이노 “양사의 현명한 판단, 사업 본연에 매진...협의 가능성 열어”
- LG화학 “소송, 성실‧단호하게...진정성 있다면 ‘대화의 문’ 열려있어”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 판결이 재차 연기됐다. 당초 최종 판결은 지난 5일로 한차례 연기된 바 있는데, 또다시 두 달 가량 미뤄진 것이다.

최종 판결 재차 연기

27일 업계에 따르면 ITC는 26일(현지시간)로 예정된 최종 판결을 오는 12월10일로 연기한다고 공지했다. 연기 사유에 대한 별도의 설명은 없었지만, 업계 내부에선 코로나19 사태와 함께 미국 대선 등 정치적 변수를 고려했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영업비밀 침해 여부 및 부당이득 등과 관련한 심도 있는 재검토가 이뤄지는 탓이라는 의견이 나온 상황이다. 반면 3월 이후 ITC가 직접 최종결정 시점을 연장한 건이 총 14건인 만큼 전례 있는 일이라는 반응도 따르고 있다.

ITC는 지난 2월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 예비판결(Default Judgement)을 내린 바 있다. ITC는 영업비밀침해 소송 전후의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의 증거 훼손과 포렌식 명령 위반을 포함한 법정 모독 행위 등에 제재를 가한 것으로 본 것이다. 이후 ITC는 SK이노베이션의 이의 신청을 받아 들여 조기패소 예비판결 전면 재검토 과정을 거치는 상황이다.

초점은 ‘합의 가능성’

ITC의 최종 판결이 두 차례 연기되면서 업계에서는 양사의 합의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다. 연기되면서 생긴 총 66일의 시간이 ITC의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조기패소 판결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양사가 합의를 이뤄낼 수 있는 ‘타이밍’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으기도 한다.

이번 ITC의 최종판결 연기 공지가 있고난 이후 양사는 각각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무엇보다 ‘조속한 분쟁 종료’와 ‘대화의 문’ 등이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끈다. 우선 SK이노베이션은 “소송의 장기화에 따른 불확실성을 없앨 수 있도록 양사가 현명하게 판단해 조속히 분쟁을 종료하고 사업 본연에 매진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30일 열린 3분기 경영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는 “(LG화학과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한) ITC의 최종결정 연기 사유는 구체적으로 확인이 어렵지만 45일, 긴 기간 연기한 것을 비춰볼 때 위원회가 사안을 충분히 살펴볼 시간이 필요했다고 파악한다”며 “이번 연기로 소송 절차가 길어지게 됐지만 회사는 소송 절차에 충실히 임할 것이며 소송에 따른 불확실성 없앨 수 있도록 협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덧붙이며 열린 가능성을 암시했다.

LG화학은 “ITC 소송에 계속 성실하고 단호하게 임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경쟁사가 진정성을 가지고 소송 문제 해결에 나선다면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는 게 일관된 원칙”이라고 언급했다.

배터리 소송전의 핵심이 양사의 합의 가능성으로 좁혀진 가운데, 전문가들은 소송 장기화 부담이 가중하면서 양측이 합의를 위한 물밑협상을 재개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분위기다. 이를 위해서는 LG화학이 고수하는 합의금 규모에 따른 산정 기준을 어떻게 마련할 지가 관건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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