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학교 10곳 중 1곳서 ‘유해물질 ABS(합성수지)’ 사용 중

본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뉴시스]
본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뉴시스]

[일요서울ㅣ신수정 기자] 4차 산업혁명에 들어서면서 ‘3D 프린트’ 기술이 각광받고 있다. 공학 분야뿐만 아니라 의학·식품·교육 분야 등도 활용도가 높아 나날이 보급률이 커지는 상황이다. 그런데 최근 3D프린팅 작업에 노출돼 암에 걸렸다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불현 듯 ‘3D 프린트 소재 유해 성분’ 논란이 일었다. 어떻게 된 일일까. 

‘3D프린터 전담 교사 사망’ 관련 ‘단발성 대응’ 지적 잇따라
“안전성 재검증, 작업 환경 실태조사 등 후속 조치 없어”

학교 연구·동아리 활동으로 3D프린터 작업 환경에 자주 노출된 30대 교사 A씨가 지난 7월, 육종암이라는 희귀암에 걸려 투병하다 사망했다. A씨는 지난 2013년부터 5년간 학교에서 3D프린터 교육을 전담하면서 좁은 실험실에서 동시에 5대까지 작업해 왔다. 비슷한 시기, 3D프린터를 2년 반 동안 8대까지도 사용했던 또 다른 교사 B씨도 같은 병명을 진단 받았다. 비슷한 작업 환경을 가진 두 사람에게서 같은 희귀암이 발병한 것이다.

A씨의 동료에 따르면 A씨가 한참 작업할 당시, 3D프린터 작업 환경과 관련한 위험성은 알려지지 않았다. 물론 안전사항이나 매뉴얼, 사용법도 들어 보지 못한 상황이었다. 일선 학교에 3D프린터 작업 환경 지침이 배포된 시점은 A씨의 사망 이후 2개월이 지나서였다. 

‘예고된 위험성’에도
마련되지 않던 ‘작업 매뉴얼’

정부는 지난 9월14일, 교육부 학교안전총괄과에서 전국 시·도 교육청에 해당 안내책을 각 학교로 배포할 것을 지시했다. 그렇게 배포된 안내책은 ‘3D프린팅 작업 환경 쾌적하게 이용하기’다. 3D프린트를 자주 접하는 근무 환경에서 일하다 희귀암에 걸려 사망한 교사 A씨의 사거 이후 약 2달 이후에 안내 책자가 나온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언론에서 지적하기 시작하니까 그때서야 급하게 안내 책자를 제작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앞서 충분히 3D 프린팅에 대한 발암성 물질 및 생식능력 악영향 물질 검출과 관련된 연구보고서가 발표됐기 때문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산하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지난해 7월과 올해 2월에 각각 ‘3D프린터 사용자에 대한 초미세입자 노출평가’와 ‘3D프린터에 사용되는 소재의 종류 및 유해물질 특성 연구’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는 3D 프린팅 소재인 합성수지 필라멘트를 가열하는 과정에서 유해 성분이 소량 검출됐다는 내용이 실렸다. 특히 유해 프린팅 소재로 대표되는 것은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티렌(ABS)’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연구자료에 따르면, ABS는 공정 부사물로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나노 입자(1/10,000mm 미만의 초미립자)를 분당 2000억 개가량 방출시키는 유해성 소재로 분류된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 관계자에 따르면, 소량의 유해물질이라도 ▲작업장 환기 상태 ▲소재 종류 및 사용량 ▲작업 방식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유해물질 농도가 높아질 수 있다. 

현재 대중적인 3D 프린팅 작업 방법은 소재 필라멘트를 고열로 녹여 쌓아올리는 식이다. 이 때문에 작업 환경에 대한 충분한 안내가 없는 상황에서는 고온의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환기를 하지 않는 쪽으로 진행될 여지가 충분하다. 

이에 일요서울은 지난 29일, 자료집 발표가 늦어진 것과 관련해 안내 책자를 연구·제작한 정부 부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에 문의했다.

3D 프린터를 담당하는 김성요 주무관은 일요서울과 통화에서 “2017년에 1년 정도 연구 과제로 진행됐다. 이후 일반 시민도 보기 쉽고 편하게 보완하자고 의견이 나와서 2018년에 정보 추가 및 수정 작업을 거쳤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 3D프린터와 관련해 언론에 문제가 제기되면서 즉시 관계부처와 협의해 작업 환경 안내 자료집을 제작하고 배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3D 프린팅 작업 환경에 의한 교사 사망 소식’ 대응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전국 1184개 학교서 
‘ABS’소재 사용 중
“안전관리 사각지대 방치”

지난달 10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열린민주당 강민정 의원이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아 최초 수합한 ‘3D프린터 보유 및 유해 프린팅 사용 현황자료’에 따르면 6년 전 전국 초·중·고 5222개교에 1만8324대의 3D 프린터 기기가 보급됐다. 

이중 유해 프린팅 소재로 지목되는 ABS 소재를 사용하는 학교는 전국 1184곳에 달했다. 3D 프린터가 보급된 학교 10곳 중 1곳은 3D프린트 유해물질에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일요서울은 3D 프린트 소재 안전관리와 인증 재검증 등 후속관리가 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교육부 학교안전총괄과로 문의했지만 연결되지 않거나 담당자가 자리를 비웠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관련 정부 부처도 상황은 비슷했다.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국가기술표준원에서도 ‘3D 프린트 소재의 인증·관리’가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하기는 쉽지 않았다. 사실상 정부는 작업 환경에 대한 안내지침 발표를 끝으로 이후 ‘3D 프린트 소재나 작업 환경’에 대한 재점검 등 후속관리에 대해서는 별다른 얘기가 없는 상황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