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추한 직업이다. 하루는 미소를 짓다가도 다음 날엔 당신의 등 뒤에 비수를 꽃는다” 벨라루스(백러시아)의 반정부 지도자들 중 하나인 세르게이 딜레프스키 씨가 지난 8월 털어놓은 말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10월22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벌인 날선 공방을 지켜보면서 딜레프스키의 “정치는 추한 직업” 이라는 대목이 떠오른다. 정치인은 미소 짓다가도 등 뒤에서 비수를 꽃을 정도로 신의가 없다는 말이다.

민주당의 박범계 의원은 작년 6월 윤석열 총장이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되자 그를 찬양했다. 그는 “아마 2000여 명의 검사들이 윤석열 검사의 검찰총장 자격을 의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추켜세웠다.

또 그는 2013년 11월 윤 총장이 국정원 댓글 개입 사건을 수사하다 박근혜 정권에 의해 징계를 받자, 페이스북에 윤 총장을 찬미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윤석열 형, 형을 의로운 검사로 칭할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 검찰의 현실이 너무 슬프다”고 했다. 이어 “형에게 검찰에 남아 있어야 한다고, 불의에 굴하지 말라”고 ‘호소’한다고 했다.

그러나 박 의원은 10월22일 국정감사에서 태도를 180도로 바꿔 윤 총장의 정의감을 의심한다고 질타했다. 그는 “윤석열의 정의는 선택적 정의라고 생각한다. 안타깝게도 윤석열이 가진 정의감. 동정심에 의심을 갖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 밖에도 그는 윤 총장에게 “자세를 똑바로 해 주세요”라고 호통치기도 했다.

여기에 모멸감을 느낀 윤 총장은 큰 소리로 박 의원에게 “과거에는 저에 대해 안 그러지 않았느냐”고 반격했다. 윤 총장의 반격대로 과거 박 의원은 윤 총장을 의롭고 불의에 굴복하지 않는 검사라고 추켜세웠었다.

그러나 윤 총장이 박 의원의 상전인 문재인 권력의 비위를 가차 없이 조사하자 “똑바로 하라”고 질책하고 나선 것이다. 딜레프스키의 지적대로 미소를 짓다가 비수를 꽂는 정치인의 작태를 드러낸 돌변이다.

“윤석열의 정의는 선택적 정의”라는 주장도 억지다. 윤 총장의 정의는 선택적이지 않고 원칙적이다. 윤 총장은 국정원 댓글과 관련, 7년 전 징계를 받아가면서 살아 있는 권력을 성역 없이 조사했다.

이어 그는 문재인 정권의 살아 있는 권력 비리 또한 성역 없이 원칙대로 파헤치고 있다. 그는 여권으로부터 사퇴 압력도 받는다. 그의 정의는 외압에 굴하지 않는 불굴의 정의다. 윤 총장은 13년 전과 똑같이 “의로운 검사” “검찰에 남아 있어야 할” 검사로서 ”불의에 굴복”하지 않고 버티고 있다.

살아 있는 권력을 위해 과잉 충성하며 “선택적 정의”로 굴절하는 사람은 윤석열이 아니다. 도리어 박범계이다. 박 의원은 1년 전 자신의 입으로 윤석열에 대해 “의로운 검사’ “검찰총장으로서 자격을 의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찬양하였으면서도 이젠 문재인 권력의 비리를 캐낸다고 해서 ‘의심’할 수 밖에 없는 검찰총장으로 몰아세웠다는 데서 그렇다.

윤 총장을 때리는 여권의 돌변은 박 의원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다른 여권 인사들도 윤 총장에게 “수사권 배제시킨 데 불만이 있으면 옷을 벗고 정치 영역으로 나가라”, “김봉현의 검사 접대 의혹은 왜 제대로 수사하지 않느냐’는 등 벌떼처럼 일어나 공격했다.

해리 트루만 미국 대통령은 “워싱턴에서 친구를 사귀고 싶다면 개(犬)를 친구로 삼는 게 낫다”고 했다. 정치인은 신의 없다는 말로서 등에 칼을 꽂는다는 딜레프스키의 지적과 맥을 같이한다.

윤석열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신을 찬양했던 정치인들에 의해 등에 비수가 꽂힌 셈이다. 정치인들이 득실대는 서울 여의도에서도 배신 않는 친구를 사귀려면 개가 낫지 않을까 싶다. 트루만과 딜레프스키의 말을 상기하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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