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소송 판결문 제출해도 ‘속수무책’… 결국 법정싸움 이어지나

제보자 A씨가 본지에 제공한 의료소송 판결문, 감사원에 요청한 감사 자료, 확약서, 진료확인서 등이다.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교보생명이 보험 서비스 가입자에게 부당 합의를 제안했다는 제보가 ‘일요서울’에 접수됐다. 보험금을 한 번 지급 받으면, 이후 지급 사유가 충분하더라도 더 이상 보험금을 신청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도록 강요했다는 주장이다. 제보자 A씨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2016년과 2018년, 2020년 세 차례 부당 합의를 제안했고, 이를 거부한 A씨에게 현재까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교보생명은 본지에 A씨의 보험금을 지급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A씨는 지급해 주겠다는 내용을 전달 받지 못했다며 교보생명을 상대로 검찰 고소를 준비하고 있다.

제보자 “3번의 부당 합의 제안… 횡포 고의적이고 집요하다”

배홍 금소연 국장 “보험사들의 부당 합의… 정당한 권리 박탈”

제보자 A씨의 아내는 8년 전 뇌경색으로 서울의 유명 대학병원에 방문했다. 하지만 병원 측의 의료사고로 뇌경색의 범위가 확대돼 한쪽 뇌 기능을 60%가량 상실했다. 당시 병원 측은 의료 사고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6년간의 긴 소송 끝에 A씨는 1심 재판에서 승소했다.

법원 판결문에는 “원고(가입자)의 급성 뇌경색은 피고(C병원)의 의료과실 없이 정상적인 의료행위가 이루어졌더라도 완치되지 않고 후유증을 남길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보면… (이하 생략) 피고의 원고의 재산상 손해액에 대한 책임을 전체의 30%로 제한함이 상당하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3번의 부당 제안
월 보험료 15만 원

이후 A씨의 아내는 교보생명에 판결문을 제출하고 의료사고 재해 통원치료비를 받아오고 있었다. 앞서 A씨의 아내는 13년 전 ‘무배당교보큰사랑CI보험’에 가입했고 각종 특약으로 매달 보험료 15만 원을 납부하고 있었다. A씨의 아내는 그동안 청구하던 대로 일당 3만 원씩 75일간 치료받은 통원치료비 225만 원을 청구했으나, 교보생명은 지난 5월 “이번만 지급하고 다음부터는 지급하지 않는 것으로 약속을 한다면 지급하겠다”라는 제안을 했다. A씨의 아내는 제안을 받아들일 이유가 없었기에 거절했다. 교보생명의 이 같은 부당 합의 제안은 2016년, 2018년, 올해까지 총 3번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교보생명은 2016년 A씨의 아내에게 “금번 신청한 입원비는 지급하는 것으로 하고 향후 성인병입원비는 지급하지 않는다”는 확약서를 결국 받아갔다. 이에 교보생명은 그 확약서를 근거로 600만 원을 지급하지 않은 적이 있었다. 2016년도에 있었던 일에 대해 제보자 A씨는 “그 당시에는 제가 없었고, 아내도 수술을 끝내고 병실에 들어온 지 몇 분 안 됐을 때였다”며 “그런 상황에서 아내는 확약서에 사인을 했고 교보생명은 그 확약서를 가져갔다”고 말했다. 이후 2018년에도 교보생명이 의료사고 판결문에 있는 병원의 의료과실 퍼센트만큼만 보험금을 지급하겠다고 제안했다. A씨가 강력히 항의하자 결국 그대로 보험금을 지급한 적도 있었다. 제보자는 교보생명의 이 같은 행동을 계속하는 것에 대해 “횡포가 고의적이고 집요하다”며 “체계화된 프로세스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교보생명은 이후 자회사 소속 손해사정사를 A씨의 아내가 입원한 병원에 파견했다. 손해사정사는 자체적으로 만든 진료확인서 양식을 A씨 아내 주치의에게 건네줬다. A씨 주장에 따르면 주치의는 A씨 아내의 질병은 알고 있지만 의료사고로 병이 더 심해진 것은 몰랐기 때문에 손해사정사가 건넨 진료확인서에 사인을 했다. 이후 교보생명은 “뇌경색은 질병이니 재해에 해당되지 않아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보험급 지급을 하지 않았다.

A씨는 교보생명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이유라도 알고 싶었다. 이에 지급거부사유서를 보내 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교보생명은 현재까지도 사유서를 보내주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제보자는 “교보생명 측이 아내가 근무했던 전 직장으로 발송했다고 해, 지금 그쪽에 없으니 현재 살고 있는 자택으로 보내 달라고 재차 요구했다”며 “여러 번의 요구에도 교보생명 측은 직장으로 보내 수취인 불명이 됐다고 하는데, 손해사정사에게도 말했고 교보생명 측에도 말했지만 여전히 지급거부사유서는 자택으로 오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급 거부에 대한 이유를 A씨 아내와 A씨는 여전히 알지 못했고, 결국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교보생명 측은 본지에 “지급거부사유서를 자택으로 안 보낸 이유에 대해서는 현재까지도 내부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현재 민원 접수가 돼 처리 중에 있으며 민원인이 주장하는 재해통원비도 지급하겠다고 통보한 상태다”라고 말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의료사고 후) 당시 병원에서는 질병코드로 진단서가 발급되면서 부득이하게 재해통원비 지급이 보류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험사 대변하는 금감원?
수 차례 민원에도 해결 없어

책임은 교보생명뿐만 아니라 금감원에도 있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사건과 관련해 A씨는 금감원 생명보험국에 수차례 민원을 넣었지만 여전히 해결되는 것은 없었다. A씨는 이미 수차례 자택으로 보내 달라고 요구했고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금감원 쪽에서는 교보생명 대변인 역할만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금감원 생명보험국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급사유서를 안 보낸 것이 아니라 보내긴 했는데… 잘못 보낸 것으로 안다. 결과적으로 (A씨 측이) 받지는 못했다”며 “손해사정사는 주소가 회사인지 자택인지 잘 몰랐던 것 같다. 민원인이 여러 차례 교보생명에 관련 서류를 자택으로 보내라고 한 것에 대해 전달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A씨는 지난 6월8일 금감원 생명보험국에 “현재 아내가 몸이 불편해 교보생명에 의료자문결과, 법률자문결과, 지급거절사유와 관련된 일체 서류를 자택으로 서면으로 보내 줄 것을 요구했다”며 “교보생명 심사부서에서는 발송했다고 했으나 현재까지 받지 못하고 있다”고 민원을 제기했다. 민원을 제기한 후에도 지급거부사유와 관련된 서류를 계속해서 받지 못하자 A씨는 재차 민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금감원 생명보험국 관계자는 A씨 측에 “교보생명에서 등기로 발송했는데 수취인 불명으로 반송됐다고 한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배홍 금융소비자연맹 국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명백하게 판결문이 있는데… 이는 보험사들의 아주 나쁜 행태로 금감원은 소비자 불만을 더 키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잘 모르는 소비자들은 보험사들의 부당 합의에 ‘이렇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받을 수 있는 건가’ 라는 생각을 하는데, 원래는 다 받아야 하는 것이고 보험사는 혼돈을 주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배 국장은 소비자들은 보장을 받기 위해 보험료를 내는 것인데 정작 보험금을 받아야 할 때 보험사들의 딴짓으로 인해 정당한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것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한편 A씨 측은 교보생명을 상대로 검찰에 고소장을 접수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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