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스병]
도파민 복용량 줄이고 근력위축 회복 위해 기력 보강

고령사회의 가속화로 노인성 뇌질환의 발생률도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치매(알츠하이머), 뇌졸중(중풍)과 함께 3대 질환으로 꼽히는 '파킨슨병'도 이 중 하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 자료를 보면 2010년 6만 2361명이던 파킨슨병 환자는 2017년 11만5천679명으로 최근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연령대별로 보면 80대 이상이 47%, 70대 38%, 60대 12%, 50대 3% 등으로 50세 이상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세계적으로는 600만 명 이상이 파킨슨병 진단을 받고 치료 중이다.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은 중뇌의 흑질에서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하는 특정 신경세포들이 점차 파괴되면서 나타나는 만성 퇴행성 뇌질환이다. 흑질의 신경세포는 기저핵과 연결되는데 이것은 인체의 운동을 부드럽고 정확하게 하는 뇌간(腦幹) 등 여러 부위와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도파민 분비를 통해 신경전달기능이 활성화된다. 흑질의 신경세포가 파괴됨에 따라 도파민 분비가 부족해지면서 운동 관련 증상이 나타나는데 떨림(진전), 근육 경직(굳음), 느린 운동(서동), 자세 불안정 등의 4대 증상이 특징이다.

파킨슨병은 신체적인 운동 기능 저하만 가져오는 게 아니다. 4대 운동증상 이외에도 후각 저하, 위장기능 저하, 수면장애, 불안 및 우울장애, 배설장애(변비, 야간의 잦은 소변), 치매 등의 비운동성 증상들 또한 겪게 된다. 증상의 종류와 정도는 개인차가 있고 진행 단계에 따라 증상의 종류와 양상이 심화되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QOL(삶의 질)이 심각하게 떨어진다. 따라서 파킨슨병이 의심이 되는 경우 빠른 진단과 치료가 시행되어야 심각한 진행을 막고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

다음은 파킨슨 병 자가진단 리스트로 3개 이상에 해당되면 전문적인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가만히 있을 때 손을 떤다(특히 엄지와 검지로 돈을 세는 모습과 유사)  ▲얼굴표정이 굳고 무표정이다 ▲글씨체가 비뚤고 점점 글씨가 작아진다. ▲팔 다리가 뻣뻣해 펴기가 힘들고 몸이 앞으로 굽는 느낌이다 ▲침대에서 일어날 때 몸이 무겁고 힘들어 오래 걸린다 ▲다리에 힘이 없으며 바닥에 끌게 된다 ▲보폭이 점점 좁아지며 중심을 잡기가 힘들다 ▲목소리가 바뀐 것 같으며 발음이 부정확해진다 

현재 파킨슨병 치료의 중심은 아직까지는 서양의학적 약물치료가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대표적으로 도파민 저하에 대응하기 위한 레보도파(도파민을 공급하기 위한 선구물질), 도파민 수용체 자극제(브로모크립틴), 아세틸콜린의 기능을 억제하는 항콜린제, 도파민방출 촉진제인 아만타딘 등이 있다. 오랜 약물 복용으로 그 효과를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수술을 받게 된다. 수술에는 손상된 뇌 조직을 부분적으로 절단시키는 뇌조직파괴술과 과민해져 있는 뇌를 전기로 자극시켜 신경전달을 차단시키는 방법인 심부뇌자극술(DBS)의 방법이 대표적이다.

중국 최고의 한의학 서적인 <황제내경>에는 '떨림과 경직, 머리를 웅크리고 눈은 한 곳을 응시하며, 몸통은 앞으로 숙이고, 걸을 때 떨림이 있다'라는 표현이 있는데 현대에 파킨슨병으로 진단 받은 환자들의 모습과 매우 흡사하다. 이를 진정성 마비로 칭했으며 중풍과 유사하게 생각하여 병리적 원인으로는 간기울결, 간양상항, 간풍내동 등으로 변증했다. 하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파킨슨병을 간의 문제로만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도파민 부족으로 인한 운동증상 이외에도 자율신경장애로 인한 정신적 문제, 위장기능 문제, 비뇨기질환, 치매 등의 증상이 비, 신, 심 등 다양한 장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문제를 일으키기에 뇌 이전에 전신의 문제로 보아야 한다.

파킨슨병의 한방치료 첫 단계로는 자율신경기능의 안정 상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파킨슨병 증상이 자율신경계가 불안정한 상태에서 비운동성증상이 발생하고 이 때문에 오히려 운동증상까지 심해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파킨슨병 중기에 자율신경계이상으로 발생하는 위장기능장애는 위부 팽만감, 구역, 식욕부진 등으로 나타나며 이와 동시에 레보도파의 혈중농도의 개시가 악화되어 약효가 나타나지 않는 No-On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이런 경우 한약 육군자탕(六君子湯)을 통해 억제된 소화기능 증진과 위배출기능을 개선시켜 레보도파의 혈중농도를 안정화시킬 수 있다.

또한 수면장애의 경우 황련, 시호제의 조합을 통한 한약으로 상기, 불안, 초조, 불면 등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파킨슨병의 장기진행 시 발생하는 마비성 장폐색에는 대건중탕을 통해 예방 및 치료가 가능하며 대황제제가 포함된 한약을 통해 변비를 대처할 수 있다. 야간 빈뇨와 같은 비뇨기 문제는 토사자, 금앵자, 산수유와 같은 삽정축뇨약을 통해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만약 자율신경 저하가 안정되고 비운동증상들이 어느 정도 호전되었다면 기력보충을 시켜서 신체의 회복 능력이 생기게 해야 한다. 파킨슨병이 장기화된 환자들의 대부분은 기력이 많이 떨어지고 오랜 약물 복용 때문에 몸의 회복능력이 저하된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십전대보탕, 팔미지황탕 등으로 파킨슨병 치료에 필요한 에너지를 보충할 필요가 있다. 기력이 보충되지 않은 상태에서 근력의 위축은 회복되기가 쉽지 않다.  

파킨슨병은 몇 개월의 치료를 통해 완치가 가능한 질환이 아니며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다. ‘병’ 의 치료가 아닌 병의 진행을 지연시키고 환자를 힘들게 하는 여러 가지 증상들을 경감시킴으로써 삶의 질을 개선시키는 ‘인간중심’ 치료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파킨슨병 환자들은 한의학의 도움으로 도파민 약물의 복용량을 줄이고도 병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게 하면서, 기타 비운동성 증상들에 있어서도 더 이상의 양약을 추가하지 않고도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 지금까지 기존의 약물치료만으로 증상을 관리하는 데 만족스럽지 않았다면 전인적 접근을 통한 한의학적 관리와 치료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한동화 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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