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부처 예산, 한국판 뉴딜에 부합하지 않아"
비슷한 사업 두고 한국판 뉴딜 포함 사업 엇갈려
연차별 투자계획 없어…정확한 정보 알기 어려워
"3차 추경 예산 중 51건 실집행 실적 전혀 없어"
국회 심사 본격화…종합정책질의·부별심사 돌입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일요서울] 야당이 내년 21조원이 넘는 '한국판 뉴딜' 예산을 대거 삭감하겠다고 벼르는 가운데 국회 내 전문위원마저도 사업의 불명확성 등을 문제 삼았다.

한국판 뉴딜과 부합하지 않거나 불명확한 사업이 포함됐을 뿐 아니라 투자계획도 명확하지 않아 중장기적인 계획 수립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556조원에 달하는 내년 예산안에 대한 본격 심사를 앞두고 '한국판 뉴딜' 사업에 대한 비판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국회 통과까지 기사밭길이 예상된다.

정부는 2025년까지 114조원을 투입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기 침체를 극복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응하고자 한국판 뉴딜을 추진한다. 내년 예산에는 디지털 뉴딜 7조9000억원, 그린 뉴딜 8조원, 안전망 강화 5조4000억원 등 21억3000억원을 편성했다.

하지만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수석 전문위원은 '2021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검토보고서에 한국판 뉴딜 대상 사업 선정기준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검토 의견을 달았다. 일부 사업이 한국판 뉴딜에 부합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보건복지부의 '호흡기 전담 클리닉 설치운영 지원'(500억원) 사업은 전액 디지털 뉴딜로 지정돼 있으나 웹캠 구입 등 일부 비용 외에는 디지털과 관련이 없는 음압장비 구입비·시설 개보수비 등의 예산이었다. 국방부의 '부대 방문 및 강사초빙 자체 교육'(3억원)은 전 장병을 대상으로 4차 산업 혁명 등에 대한 소양 교육 실시로 뉴딜 사업으로 보기 어렵다고 짚었다.

그린뉴딜 엑스포 참석한 정세균 국무총리 [뉴시스]
그린뉴딜 엑스포 참석한 정세균 국무총리 [뉴시스]

 

유사한 사업 간에 어떤 사업은 한국판 뉴딜인 반면, 다른 사업은 지정되지 않은 사업들도 있었다. 국토교통부의 '공공건축물 그린 리모델링'(2276억원)은 그린뉴딜이지만, 민간 건축물의 그린 리모델링을 지원하는 '그린 리모델링 활성화'(70억원)는 제외됐다. 외교통상부의 '재외공관 그린스마트 리모델링'(73억원)도 그린뉴딜에 포함되지 않았다.

보고서는 불명확한 사업도 디지털 뉴딜에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소비자상담센터 운영'(56억원)은 콜센터 상담원 인건비 등인데도 디지털 뉴딜로 지정됐다. 반면 조달청의 '차세대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 구축'(231억원), 행정안전부의 '모바일신분증 플랫폼 구축 및 운영'(7억원)은 디지털 기술을 적용하는 사업이지만 한국판 뉴딜에서는 빠졌다.

보고서는 "2025년까지 각 사업의 연차별 투자계획이 명확하게 마련되지 않고 있어서 실제 사업을 추진하는 부처가 중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기 어렵고 민간기업도 정확한 정보를 알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연차별 투자계획이 없는 상태로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수립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올해 3회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편성된 한국판 뉴딜 사업의 집행실적을 점검한 결과 9월 말 기준 실 집행률은 예산액 대비 53.5%로 나타났다"며 "실 집행 실적이 전혀 없는 사업도 51건으로 나타나 사업별 실 집행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국회 예산정책처(예정처)도 '2021 예산안 총괄 분석' 보고서를 통해 한국판 뉴딜 사업 보완이 필요하다고 봤다. 보고서는 "한국판 뉴딜 사업에 신규 편성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사업 중에는 시범 사업의 성과가 부족했거나 예산의 집행 가능성이 부족한 사업들이 있어 사업계획에 대한 면밀한 점검과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업계획이 구체화돼 있지 않거나 집행실적이 부진했음에도 불구하고 증액된 사업들도 있다고 짚었다. 환경부의 '스마트 지방 상수도 지원 사업'의 경우 내년 예산안에 올해보다 66.6%(1809억2500만원)가 증액된 4525억5500만원이 편성됐으나 9월 기준 실 집행률은 29.8%에 불과했다. 2021년도 예산안에 20억원이 편성된 국토교통부의 '디지털 물류 시범도시 조성'은 현재까지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수립되지 않았다.

한국판 뉴딜 연계 스마트시티 추진전략 보고대회 [뉴시스]
한국판 뉴딜 연계 스마트시티 추진전략 보고대회 [뉴시스]

 

성과가 불확실한 사업들도 한국판 뉴딜 사업에 포함됐다. 산림청의 '미세먼지 차단 숲 조성' 사업은 모니터링 결과 미세먼지 차단 숲이 조성된 주거지의 미세먼지 농도가 공업단지보다 더 높게 측정됐다. '소상공인 온라인 판로지원' 사업의 경우 중소벤처기업부에서 구축한 소상공인 전용 온라인 판매 플랫폼의 입점 업체 수와 매출액 성과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사업효과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한국판 뉴딜 예산을 두고 야당인 국민의힘 의원들도 최소 50% 이상 삭감을 주장하며 벼르고 있다. 국회 예결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한국판 뉴딜예산을 "간판만 바꾼 재탕사업"이라며 최소 10조원을 감액하겠다고 밝혔다. 그 재원을 긴급아동돌봄, 맞춤형 재난지원 등 코로나19 대응 예산으로 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야당에 이어 국회 전문위원마저 한국판 뉴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 가운데 '한국판 뉴딜' 예산을 둘러싼 여야 간의 치열한 줄다리기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국회 예결위는 4~5일 종합정책질의를 시작으로 9~10일 경제부처별 부별 심사, 11~12일 비경제부처 심사를 진행한다. 오는 16일부터는 예산안조정소위에서 사업별 감액 및 증액 심사를 시작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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