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조주형 기자]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도 여야 모두 사람이 문제다. 2022년 20대 대통령선거의 전초전이나 다름없는 내년 보궐선거에서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정당의 사활(死活)이 걸렸기 때문이다. 지난3일과 4일, 국회에서 만난 여야 관계자들은 모두 하나 같이 “누가 나오느냐가 핵심”이라고 입을 모은 까닭이다. 일요서울이 보궐선거를 준비하는 국민의힘을 따라가 봤다.
 

국민의힘이 5일 새 당사로 매입한 서울 여의도 남중빌딩에서 현판식을 열고 여의도 복귀를 알렸다. 국민의힘은 김종인 비대위원장 취임 후 당명·당 색·로고 개정 작업과 함께 새 여의도 당사인 남중빌딩을 400억 원대에 매입했다. (공동취재사진) 2020.10.05. [뉴시스]
국민의힘이 5일 새 당사로 매입한 서울 여의도 남중빌딩에서 현판식을 열고 여의도 복귀를 알렸다. 국민의힘은 김종인 비대위원장 취임 후 당명·당 색·로고 개정 작업과 함께 새 여의도 당사인 남중빌딩을 400억 원대에 매입했다. (공동취재사진) 2020.10.05. [뉴시스]

 

-당 정체성 vs 중도 확장성···갑론을박(甲論乙駁) 속 갈팡질팡?

우선, 여기에 ‘답’은 없다. 선거 전략의 성패에 평가가 갈린다. 제아무리 백가쟁명(百家爭鳴)이라 할지라도 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무의미하다. 정체성이나 선명성 경쟁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누구도 알지 못하고 지지받지 못하면 권력 창출은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일요서울은 이번 1384호에서 선거 전략을 두고 당 안팎에서 압박을 받고 있는 국민의힘을 들여다본다.

정치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는 ‘인물·이슈·구도’다. 누가 어떤 쟁점으로, 어떻게 배치되느냐에 따라 정체성이 나오고, 당론이 모아지는 까닭이다. 이를 얼마나 잘 짜느냐에 따라 정치권력의 창출 여부가 결정된다. 결정되는 통로는 바로 ‘선거’다. 역시나 정치권의 화두는 내년 선거다. 202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대선 전초전이다. 대선·지선·총선 등 내리 3번씩이나 패배한 국민의힘은 이번 선거에 정당의 생사가 걸렸다. 일종의 배수진이나 마찬가지다.
 

국민의힘 김종인(가운데)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왼쪽)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실로 들어오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0.22. [뉴시스]
국민의힘 김종인(가운데)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왼쪽)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실로 들어오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0.22. [뉴시스]

 

국민의힘, 당규상 경선규칙 수정 ‘모험 중’

국민의힘의 ‘선거 전략’을 알아보기에 앞서 국민의힘이 처한 상황을 살펴보면, 녹록지 않다. 핵심은 ‘누구를 후보로 내세울 것이냐’이다. 국민의힘은 현재 당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선명성’과 양적 팽창을 위한 ‘확장성’ 사이에서 많은 목소리를 듣고 있다. 당 밖에서는 “확실한 보수 정당으로서 볼륨을 높이라”는 요구가 넘치고 있고, 당 내에서는 ‘중도층 확장을 위한 방법 모색에 총력을 쏟으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연스럽게 ‘선거 전략’에서도 이견이 나온다. ‘선명한 보수당 인물’과 ‘중도 확장성 인물’이라는 밑그림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누구를 후보로 내세워야 하느냐로 모아진다. ‘선거 전략’은 결국 ‘인물론’으로 연결된다. ‘인물 찾기’에 앞서 국민의힘은 ‘경선’부터 변화를 주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지난 5일 부산 예산정책협의회 시작에 앞서 ‘경선준비위원회’의 경선 규칙을 두고 주호영 원내대표가 변화를 주겠다고 밝혔다. 주 원내대표가 밝힌 변화는 지방선거 공직후보자 추천 규정인 ‘당규31’을 겨냥한 것이다. 현행 당규 제22조(경선방식)에 따르면 ‘지방선거 공직후보자 선출을 위한 경선은 선거인단 유효투표결과 50%, 여론조사 결과 50%를 반영하여 결정한다’고 돼 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경준위와 의견 교환을 하지는 않았지만, 시민 여론조사와 당원 투표 비율이 9대1 혹은 8대2 정도에서 결정나지 않을까 한다”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경준위는 정치 신인과 여성 후보에 가산점을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중에서도 ‘여성 정치인’에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故 박원순·오거돈 前 시장의 혐의를 겨냥한 것으로 파악된다. 경준위가 내부적으로 준비 중인 이번 경선안은 이번 12일 전체회의를 거쳐 오는 20일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경준위가 고심 중인 이번 개정은 작지 않은 변동을 예고한 것이다. 국민의힘이 대선 전초전을 앞두고서 당원과 시민 참여 비율에 변화를 준 것 등 규칙 수정은 이번 경선을 둘러싼 정치적 환경이 더욱 척박해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민의힘 후보로 거론되는 정치권의 주요 인물은 누가 있을까.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김상훈 국민의힘 경선 준비위원장 등 6일 서울 마포구 제일라 아트홀에서 열린 '서울 시민후보 찾기 공청회'에 참석한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1.06.[뉴시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김상훈 국민의힘 경선 준비위원장 등 6일 서울 마포구 제일라 아트홀에서 열린 '서울 시민후보 찾기 공청회'에 참석한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1.06.[뉴시스]

 

"국민의힘 후보내자" 주인공은 누구?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관심이 주목되는 ‘자당 내 인물’은 바로 나경원·유승민 前 의원을 비롯한 현역의 권영세 의원 등이다. 여기에 이혜훈 前 의원을 비롯해 김용태·김성태 前 의원과 오세훈 前 서울시장도 물망에 올랐다. 이들은 모두 차기 서울시장 후보로 야권 일대에서 꾸준히 거론되는 인물들이다. 바로 ‘자당 인물론’의 주인공들인 셈이다.

앞서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지난 2일 서울 종로구의 어느 음식점에서 위의 인물들 대부분과 저녁 회동을 가진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 직후 ‘오늘 만찬의 의미가 무엇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다선을 했던 지역의 위원장들을 만나 선거 전략에 관한 의견을 들어보려 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약속이 예정된 이들을 서울 시장 후보로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특별히 어떤 분을 지정해서 후보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원외 인사가 아닌 원내 인사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저는 임차인입니다”라는 국회 연설로 신드롬을 일으켰던 윤희숙 의원이다. 최근 문재인 정부가 ‘임대차3법’을 비롯한 부동산 정책 강공에 대항마로 나와 세상의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자당 내 인물론’에 이어 ‘야권연대론’이 나온다. 부산시장으로는 서병수 의원과 박형준 前 공동선거대책위원장, 이언주 前 의원이 예열 중이다. 그렇다면 정치권 밖에서는 이를 어떻게 읽고 있을까.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6일 서울 마포구 제일라 아트홀에서 열린 '서울 시민후보 찾기 공청회'에 참석,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1.06. [뉴시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6일 서울 마포구 제일라 아트홀에서 열린 '서울 시민후보 찾기 공청회'에 참석,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1.06. [뉴시스]

 

국민의힘 ‘시민 후보’는 결국 安?

일요서울은 지난 5일 저녁 서울 서초구 일대에서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바라보는 ‘국민의힘 시민후보론’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 신 교수는 이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필두로 한, ‘야권연대’나 마찬가지인 ‘시민후보론’에 대해 “안 대표가 대선을 나가려고 하는 것인지는 확실치 않는데, 대선을 택할 경우 내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국민의힘과의 연대는 기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면서 “안 대표 혼자서는 아무 의미가 없지만, 서울시장에 뜻이 있다면 좀 더 나은 후보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도 이날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안철수 대표를 비롯한 야권 후보론의 주안점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국민의힘이 공천을 통해 안 대표 등을 당 내부에 마련하는 것보다는 다른 정당이나 시민사회 등의 연장선상에서 대응하는 것이 조금 더 낫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결국 전문가들이 밝힌 공통 소견은 ‘당 내부보다는 당 외부’에서 경선을 준비하는 게 좀 더 경쟁력 있다는 것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뉴시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뉴시스]

 

정체성 vs 확장성···선택은 국민 몫

국민의힘 4·7 경선준비위원회의 발족에 이어 등장하는 문제는 바로 ‘선명성’으로 통용되는 ‘정체성 문제’다. 선명한 보수당 후보론과 중도층 확장 후보 범용론을 두고 보수진영에서 갑론을박(甲論乙駁)이 나오는 것이다. 최근 국민의힘 경준위는 당규상 명시된 시민 여론조사와 당원 투표 비율을 조정하겠다고 ‘모험’에 나선 만큼 절박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당의 존재 이유가 정체성을 위해서 혹은 권력을 잡기 위해서인지, 혹은 권력을 잡은 이후 회복할 것인지를 다시금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정당이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 국민들은 설득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는 결국 선거를 통해 드러날 것이다.
 

국민의힘 새 로고와 당색 사용한 배경현수막 [뉴시스]
국민의힘 새 로고와 당색 사용한 배경현수막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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