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정재호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4월 치러질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에 후보를 내기 위해 당헌개정을 했다. 박원순, 오거돈 전 서울·부산시장이 성비위 문제로 자리에서 물러나 재·보궐 선거가 치러지는 가운데 논란이 예상된다. 정치권 안팎에선 차기 대선의 바로미터가 될 내년 재·보궐선거를 두고 민주당이 그냥 보고만 있을 순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이 여론의 비난을 감수하고서라도 당헌개정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요서울은 민주당의 내년 재·보궐 선거 전략을 알아봤다. 

-이낙연 “후보 내서 유권자 심판 받는 것이 오히려 도리”

투표 [뉴시스]
투표 [뉴시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은 지난 4월23일 “한 사람에게 5분 정도의 짧은 면담 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했다. 이것이 해서는 안 될 강제추행으로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어떤 말로도 어떤 행동으로도 용서 받을 수 없다. 이런 잘못을 안고 시장직을 계속 수행한다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 생각했다”고 밝히며 성추행 사실을 시인하고 시장직을 사퇴했다. 

앞서 오 전 시장은 지난해 10월5일 자신에 대한 성추행 논란이 일자 SNS에 “불법 선거자금과 미투 등 황당한 이야기들이 떠돌고 있다. 소도 웃을 가짜 뉴스, 모조리 처벌하겠다”며 “가짜뉴스는 아니 땐 굴뚝에도 연기를 만들어 내는 참 무서운 것이다. 척결해야 할 사회악이자 개인에 대한 인격살인, 공동체를 파괴하는 범죄행위에 대해 형사상 고발에서부터 모든 조치를 다 하겠다”고 말했다. 자신의 의혹에 대한 오 전 시장의 반박은 적반하장 격이 되고 말았다. 
오 전 시장에 이어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지난 7월9일 자신의 비서가 집무실 등에서 성추행을 당했다며 박 전 시장을 고소하자 유서를 남기고 잠적한 뒤 야산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2022년 대선을 앞두고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과 제2의 도시라 불리는 부산에 시장 자리가 공석이 되며 박원순, 오거돈 전 시장이 소속됐던 더불어민주당은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또한 민주당 당헌 제96조 2항에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라고 명시돼 있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민주당은 진퇴양난에 빠지고 말았다. 특히 해당 당헌을 규정한 것은 당시 당대표인 문재인 대통령이어서 민주당으로선 서울·부산 재·보궐 선거에서 후보를 낼 경우 여론의 질타와 야당의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민주당은 재·보궐 선거 후보 추천에 관한 당헌·당규 개정 문제를 두고 전 당원 투표를 결정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꼼수를 부린 것이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지난달 29일 의원총회에서 “최고위원들의 동의를 얻어 후보 추천 길을 여는 당헌 개정 여부를 전당원 투표에 부쳐 결정하기로 했다”며 “당헌에는 당 소속 선출직 부정부패 등 중대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을 실시할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당헌에 따르면 우리 당은 2곳 보선에 후보를 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대표는 “그에 대해 오래 당 안팎의 의견을 들은 결과, 후보자를 내지 않는 것만이 책임 있는 선택이 아니며 오히려 공천으로 심판을 받는 것이 책임 있는 도리라는 생각에 이르렀다”며 “순수한 의도와 달리 후보를 내지 않는 것은 유권자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약한다는 지적도 들었다”고 밝혔다. 사실상 민주당 지도부는 내년 4월 치러지는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에 후보를 공천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달 31일과 지난 1일에 걸쳐 전 당원 투표를 실시한 결과 86.64%의 당원들이 당헌 개정과 공천에 찬성했다”며 지난 2일 “내년 재·보궐 선거에 서울·부산 시장 후보를 내겠다”고 밝혔다.  

- 엄경영 “내년 재·보궐은 2022년 대선 바로미터”

일요서울은 더불어민주당이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결정한 상황에서 어떤 선거 전략을 계획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지난 5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이라는 배경을 믿고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에 후보를 낸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 민주당이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당헌개정을 하면서까지 서울·부산 재·보궐선거에 후보를 냈다.
▲ 지난 4.15 총선 때 확인됐지만 수도권의 정치지형이 민주당에 유리하게 변해 있다. 특히 수도권 지역은 다른 지역보다 지지율 평균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분리하다 볼 수는 없다. 그리고 당헌 개정은 비난 여론이 많고 투표율 논란도 있긴 하지만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이 압도적으로 찬성했다. 또 민주당의 권리당원이 80만 명 가까이 되기 때문에 지지기반도 어느 때보다 확장돼 있는 상황이다. 정리하면 민주당의 유리한 정치지형, 핵심 지지층의 공천 요구, 2022년 대선 바로미터이기 때문에 후보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민주당에 분리한 상황 아닌가. 
▲ 집권 후반기임에도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높다. 민주당으로선 문 대통령이 든든한 배경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야당의 반문 선거 전략을 활용해 재신임을 묻는 방식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비춰본다면 분리한 상황이라 볼 수 없다. 
- 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정세균 국무총리가 거론되는데. 
▲ 정세균 국무총리가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것은 유승민, 오세훈, 안철수 등 야권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들이 대선주자 급이니 민주당도 그에 걸맞은 중량감 있는 인사를 물색하다 보니 나온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정 총리가 내년에 총리를 그만두고 차기 대선을 준비한다 해도 마땅한 활로가 없는 상황에서 선당후사를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여전히 가능성 있는 카드다.
엄 소장이 지적한 것처럼 민주당은 문 대통령의 지지율을 믿고 재·보궐 선거에 출마하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내년 재·보궐 선거에서 민주당에 유리한 상황만 있는 것일까? 

이낙연 대표 [뉴시스]
이낙연 대표 [뉴시스]

 

- 민주당 관계자 “與, 승리 자신하기 어려워”

한편 더불어민주당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한 관계자는 지난 6일 일요서울과의 만남에서 “민주당이 당헌 개정까지 하며 서울·부산에 시장 후보를 내는 것은 소탐대실이 될 수 있다”며 “야당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을 믿고 승리를 자신해 후보를 냈지만 오히려 2022년 대선엔 득보단 실이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 대통령의 지지율과 별개로 민주당이 재·보궐에서 패할 수도 있다”며 “승리 가능성을 마냥 자신하긴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당헌 개정까지 강행하며 서울·부산 시장 재·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결정했다. 민주당의 이번 재·보궐 선거가 문 정부의 임기 말 레임덕과 2022년 대선까지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 어느 때보다 내년 민주당의 재·보궐선거 승패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