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고 지루하게만 여겨지던 고전을 짤방을 보듯 쉽게 재미있게 풀어낸 책이 있어 화제다.

도서출판 헤르몬하우스에서 발행한 짤라보는 고전(이하 짤고) 시리즈가 그것이다. 시리즈를 여는 첫 번째 책 짤고 군주론은 리더십의 바이블로 통하는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명저 <군주론>을 짤방을 보듯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큐레이션(curation) 됐다.

이 책은 다른 번역본처럼 복잡한 서사구조를 그대로 풀어내는 것을 지양하고, 책 전체를 141개의 의미 단위로 짤라 동시대의 언어로 재구성했다. 또한 매 단락마다 시의적절한 타이틀과 메시지를 배치해 군주론의 현대적 가치와 의미를 재해석했다. 저자는 “500년 전 이탈리아의 유배당한 전직 관료가 오직 생존을 위해 쓴 글이 오늘을 살아내야 하는 동시대인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 것인지에 주목했다고 밝혔다.

시대를 막론하고 고전이 끊임없이 회자되는 이유는, 그것이 가지고 있는 가치와 메시지가 동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고전을 소비하려 노력하지만 고전이 가지고 있는 행간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아 완독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짤라보는 고전시리즈는 뭐든 쉽고 빠르게 소비되는 짤방전성시대에, 고전만 고귀하게 무게를 잡고 있을 필요가 있겠냐는 반문과 동시에 다이어트에 성공한 고전이라면 더욱 매력적인 텍스트가 될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기획되었다.

짤고시리즈는 원문이 가지고 있는 서사적 완결성을 다른 번역본들에게 양보하는 대신, 원저의 가치와 메시지를 동시대인의 눈높이에 맞추는데 중점을 두고 큐레이션(curation)’ 됐다.

불필요한 서사는 과감히 제거하고 엑기스를 뽑아내 듯 핵심만 요약해 현대의 언어로 재해석했고, 고전과 동시대의 적절한 긴장감을 위해 매 단락마다 현실과의 콘텍스트(context)를 시도했다.

잡지판, 선거판, 광고판을 오가며 쓰기를 반복하던 글쓰기 난민이 현대인의 눈높이에 맞게 군주론의 가치와 메시지를 풀어냈다. ‘짤고시리즈가 고전을 제대로 이해하는데 가장 적합한 형태로 구성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 미로처럼 얽혀 있는 텍스트 사이를 유영하면서 한 문장, 한 문장 행간에 내포돼 있는 의미까지 곱씹으며 고전의 가치를 느껴 보길 원하는 이들에게 짤고시리즈는 한없이 가벼울 수 있다. 감독의 세계관이나 연기자의 섬세한 선을 따라잡기 위해서 짤방보다 본방을 봐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고전의 가치를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원문을 가장 충실하게 번역한 책을 읽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짤방 전성시대에 익숙한 독자들을 위해, 책장에 모셔 놓는 고전보다는 읽혀 소비되는 고전을 위해, 그리고, ‘짤고시리즈를 읽고 획득한 고전의 가치와 메시지를 통해 고전을 통달한 것처럼 간지(かんじ [])나게 얘기할 수 있다면, ‘짤고의 목표는 이룬 셈이다.

한편, 115일 정식 발매되는 짤고 군주론은 현재 온라인에서 사전 예약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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