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립편집위원
이경립편집위원

지난 11월3일은 ‘학생독립운동 기념일’이었다. 1929년 10월30일 광주-나주 간 통학열차에서 일본인 학생들이 댕기머리를 한 조선 여학생들을 희롱하자 광주고등보통학교(현 광주제일고등학교) 학생들과 일본인 학교인 광주중학교 학생들이 충돌한 것이 도화선이 되어, 며칠 후인 11월 3일 일왕 생일행사에 참여한 학생들이 광주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고, 이듬해 3월까지 전국 300여 개 학교에서 5만 4천여 명의 학생이 동맹 휴교와 시위에 참여했다. 이를 기념하여 ‘학생의날’이 제정되었고, 2006년부터는 그 명칭을 ‘학생독립운동 기념일’로 변경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학생독립운동은 3·1만세 운동, 6·10만세 운동과 함께 국내 3대 독립운동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데, 이를 기념하는 기념식은 지역 교육청에서 소규모로 진행되어 오다가 2018년부터 정부 기념식으로 격상되었다. 올해는 정세균 국무총리가 주재하여 기념식을 치렀고, 첫 정부 기념식이었던 2018년과 90주년이었던 작년에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기념식을 주재했다. 11월3일이 갖는 정치사회적 의미는 그만큼 크고 중요한 것이다.

국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각 당 대표의 11월 3일 일정을 보면,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오전 9시 당 중앙위원회, 10시 주한중국대사 면담, 오후 2시 자치경찰제 도입방안 토론회 참석, 오후 5시 이륜차 배송노동자 현장간담회가 있었다. 앞의 세 가지 행사 장소는 국회였고, 현장간담회는 서초구였다. 물리적으로 광주에서 열린 ‘학생독립운동 기념일’ 기념식에는 참석할 수 없었다. 그리고 실제로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낙연 대표가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오전 10시 광주동행 국회의원들과 광주 광역·기초단체장 정책협의, 11시 ‘제91주년 학생독립운동 기념식’ 참석, 오후 1시 10분 광주전남 중소기업인 간담회, 오후 3시 전남동행 국회의원들과 전남 광역·기초단체장 정책협의를 가졌다. 하루 종일 국민의힘의 불모지인 광주와 전남에서 시간을 보낸 것이다. 이날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91주년 학생독립운동 기념식’에 정당대표로 참석한 사람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유일했다. 이낙연 대표의 큰 실수가 더 도드라져 보이는 이유다.

이낙연 대표는 국무총리이던 2018년 ‘제89주년 학생독립운동 기념식’ 개회사에서 “저의 모교인 광주제일고등학교 교정에는 광주 학생독립운동 기념탑이 자랑스럽게 서 있습니다. 기념탑에는 이렇게 새겨져 있습니다. ‘우리는 피 끓는 학생이다. 오직 바른길만이 우리의 생명이다’ 저는 이제 피 끓는 학생은 아닙니다. 그러나 기념탑의 글귀는 학생 때와 똑같이 지금도 제 심장에 뛰고 있습니다. 세월이 더 흘러도 기념탑의 그 스물네 글자는 두고두고 제 가슴에 살아 숨 쉴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랬던 이낙연 대표가 아무리 코로나19로 인하여 행사가 100여 명 규모였다고 해도 뜻깊은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내년 4월에 치러질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더불어민주당 추천 후보를 내기 위한 중앙위원회 당헌개정안 통과가 시급했다고 해도 이 기념식을 왜소화시킨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지난 4.15 총선 당시 상한가를 쳤던 이낙연 대표의 차기대통령 선호도는 반년 만에 반 토막이 나면서 이재명 경기지사와 하향평준화를 이뤘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제자리걸음이라고 자못 여유를 부리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모습을 보면 30년 집권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민심은 잔잔한 바다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거친 바다 속에서 휘몰아치고 있음을 알지 못하는 것 같다. 집토끼가 언제나 집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다. 임기 2년을 다 채우는 이낙연 대표의 모습이 보다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낙연형! ‘너 자신을 알라’고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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