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철 편집국장
홍준철 편집국장

여야가 본격 4월 재보궐선거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자당 후보가 성추행 등 잘못해 재보선사유가 생길 경우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약속을 깨고 당헌을 일사천리로 개정해 내년 4월 서울.부산 시장 선거에 후보를 낼 수 있게 됐다. 국민의 힘은 서울과 부산 시장 선거 출마가 예상되는 후보를 김종인 위원장이 직접 챙기면서 선거 분위기를 달구고 있다. 

일단 민주당은 어차피 후보를 낼 거면 승리해야 한다며 서울시장뿐만 아니라 부산시장 선거에도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서울시장 후보군은 박영선, 추미애 장관을 비롯해 박주민 의원, 그리고 ‘출마’를 고사하고 있는 정세균 총리까지 내세워 필승 전략을 짜고 있다. 서울시장 자리를 내줄 경우 차기대권에서 정권 재창출이 쉽지 않은 데다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 자리에 야당 후보가 참석하는 점도 큰 부담이다.

이에 여당은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 인물과 구도 면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눈치다. 정권 임기 말이지만 정당 지지율이 여전히 국민의힘에 앞서 있고 대통령에 대한 콘크리트 지지율이 40%대로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총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안겨 준 핵심 지지층인 50대가 이탈하지 않고 여전히 문 정권을 지지하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반면 야당은 김종인 위원장이 양대 선거에 ‘현역 배제’로 중진들과 마찰을 빚자 부랴부랴 서울과 부산을 오가면서 단일대오를 취하고 있다. 서울시장 후보로는 오세훈 전 시장, 윤희숙 의원,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거론되지만 불출마를 고사하거나 ‘급’이 약해 당 밖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 등과 반문연대 단일후보를 염두에 두고 있다. 

야권 단일후보 전 국민의 힘은 국민경선을 통해 당 후보를 먼저 결정하고 이후 안철수 대표나 제3지대 후보와 반문단일후보를 내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당사자인 안 대표나 금 전 의원이 난색을 표해 실제로 실현될 지는 미지수다. 

특히 민주당은 사실상 포기했던 부산시장 선거에도 승리를 위해 발벗고 나섰다. 최근에는 이낙연 대표가 부울경 단체장을 만나 최대 화두인 가덕도 신공항 추진을 당론으로 채택해 부산시장 선거 공약으로 내세우려 하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은 부산 시민들의 최대 염원 사업으로 파괴력이 매우 큰 현안이다. 출마가 예상되는 김영춘 국회사무총장은 라임·옵티머스 건으로 이름이 거론돼 주춤했지만 무죄로 나올 것이란 전망이 높아 출마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이마저 잘못되면 친문 주류에서는 ‘조국 차출론’까지 내세울 정도로 승리를 갈망하고 있다. 

국민의힘 부산출신 후보들 간 진흙탕싸움도 여당에게 유리하다. 현재 1군으로 박형준 전 사무총장, 이진복 전 의원, 이언주 전 의원이 움직이고 있고, 2군으로 박민식, 유재중, 유기준 전 의원에 태극기 세력으로부터 지지를 받는 정규재 전 팬앤마이크 대표까지 출마를 선언해 서로  아군끼리 공격하면 난장판이 된다. 여기에 여론조사에서 가장 앞서 있는 서병수 출마 변수까지 겹쳐 후보 결정도 쉽지 않은데다 불복해 무소속으로 나올 경우 단일후보를 내세운 여당의 승리가 꿈이 아닐 수 있다. 

4월 재보선이 여당 출신 광역단체장의 불명예스런 사건으로 발생했고 임기 말 정권 심판성격이 강함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은 구태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해 둘 다 내줄 수도 있는 긴박한 상황에 몰려 있다. 더 큰 문제는 재보선 패배 이후다. 만약 차기 대권에서 여당이 정권 재창출에 성공할 경우 이해찬 전 대표의 말처럼 30년 집권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정권교체에 대한 일말의 기대를 걸었던 전통보수층이든 중도보수층이든 합리적 보수층이던 ‘패배의 상징’이 된 보수정당 곁에 더 이상 머물러 있지 않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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