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규 대표
박동규 대표

한때 ‘아메리칸 드림’은 세계인들이 한번쯤 자국에서보다 미국 땅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자신의 꿈과 희망을 맘껏 실현할 수 있을 것이란 유토피아적 바람에서 나타난 현상이었다. 그 아메리칸 드림의 가장 근본적인 힘의 원천은 ‘민주주의의 교본’, ‘민주주의 종주국’ 미국의 잘 짜여진 국가사회 시스템과 인간 존중의 가치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미국인들의 자부심은 민주주의의 핵심인 선거와 투표에 의한 권력의 창출과 위대한 미국의 존속을 유지 발전시켜 가고 있다는 것에서 나오기도 한다. 그런 민주주의 종주국 미국이 지금 다시 한번 전 세계인들에게 과연 ‘미국의 민주주의가 교본인가’, ‘미국의 대선은 과연 민주주의를 배우게 하고 있는가’, ‘미국의 대선이 과연 위대한 미국의 존속을 지속시키는 제도인가’라는 회의감을 심어주고 있다.

4년 전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며 당선된 트럼프는 당선되자마자, 맥시코 불법 이민자들을 막는다는 이유로 거대한 ‘철의 장벽’을 쳐 나가기 시작했고 모든 것을 선과 악, 좌와 우, 흑백과 차별화, 미국 이익 우선주의 등 ‘미국의 힘’을 이러한 모든 정책에 동원했다.

그는 공화당과 자신의 추종자들만 보고 미국을 경영했다. 고령의 대통령이었지만 ‘트윗 대통령’이라 불리울 정도로 사사건건 트윗을 통해 중요 뉴스를 만들어 왔다. 가벼운 입바른 소식들부터 백악관 자신의 핵심 참모를 자르는 일, 심지어 김정은과의 핵 협상, 중국 시진핑 주석에 대한 중대한 메시지도 그랬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트윗으로 ‘말 잔치’를 즐겨 했다. 반면 자신에 비판적인 언론과는 언제 어디서든 맞짱뜨는 것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검투사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미국인들뿐만 아니라 세계가 ‘트럼프 쇼’ 같은 정치 행보에 불안과 종잡을 수 없는 처신에 혼돈의 세월들을 보내 왔다. 혈맹과 동맹국들은 날아오는 청구서에 전전긍긍했다. 코로나 역병이 미국을 휘청거리게 할 때도 그는 마스크는 거추장스럽다며 불신하다 결국 코로나 감염자 신세도 겪었다. 참 ‘이상한 미국 대통령’이란 표현밖에 나올 게 없었다.

그런 트럼프가 재선을 위해 온갖 위협과 겁박을 주면서 대선을 달려왔고, 이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세계인들에게 ‘익숙한 미국’, ‘정상적인 아메리카’로 되돌아가고 싶어하는 다수의 미국인들에 의해 백악관을 나와야 할 지경에 온 것 같다.

대선 결과가 트럼프냐 바이든이냐도 중요하겠지만, 이젠 미국 민주주의, 혼란과 갈등과 분열을 야기시키는 ‘美 대선 시스템’에 대한 강한 불신에 더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의 양대 정당정치 제도인 공화당과 민주당은 이러한 대선 제도를 고칠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트럼프가 개표 중에도 승리를 주장하고 자신이 믿지 못하는 주에 대한 개표중단 소송을 제기했다. 자신에게 불리한 우편투표 개표를 막으려는 시도 등 우리가 생각하는 민주주의 ‘선거 교본’과는 한참 거리가 먼 일들이 민주주의 종주국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음에도 말이다.

‘대선 불복’이란 말이 언젠가 우리의 대선에서도 종종 오르내린 적이 있지만, 우리의 대선은 그래도 쿨한 편이다. 이제 美 대선은 또 크나큰 상처를 남기고 또 새로운 백악관 주인을 맞이하겠지만, 미국은 승자독식의 대선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보다, 트럼프의 잘못된 국가경영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에만 그칠 듯하다. 그나마 흑인차별 사건으로 수많은 폭동과 갈등을 겪고 있는 미국인들이 잘못된 대통령이 초래한 위대한 미국의 위상 추락에 뼈아픈 교훈을 받았으면 한다. 새삼 ‘민주주의 종주국’, ‘세계 경찰’로서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세계인들에게 익숙한 미국의 모습, ‘미국의 정신’을 되찾기를 기원할 뿐이다.

 "우리는 더 이상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를 의심해선 안 된다. 이 정신은 여전히 살아 있다. 이 미국에 매우 분명하게 살아 있다"라는 바이든의 원론적인 말이 더 절실해지는 미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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