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철 소장
장성철 소장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이번에 스스로 자신이(?) 대권후보로서 자격 미달임을 고백했다. 내년 4월 서울시장 및 부산시장 보궐 선거에 민주당이 후보를 내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민주당의 당헌 92조 2항을 보면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 선거를 실시하게 되는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전임 故 박원순 시장과 오거돈 시장은 성추행 등 성범죄 의혹으로 사퇴했거나 혹은 더이상 그 직을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럼에도 해당 지역에 당원투표를 빌미로 공천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 대표가 몇 번이나 대국민 사과를 하기는 했지만, 보궐 선거에 후보자 공천을 강행 할 태세다. 공천을 해서 국민의 심판을 받는 것이 공당의 책임정치라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책임정치는 약속을 지키는 것이지, 상황이 바뀌었다고 국민과의 약속을 깨는 것은 비겁한 자기 합리화일 뿐이다. 

문제의 당헌 92조 2항은 2015년 당시 당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의 작품이었다. 당시 문 대표는 “정치개혁 차원에서 개정한 것으로 이 혁신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당 대표직을 사퇴하겠다”며 배수의 진을 친 결과 도입된 것이다. 그 결단을 이번에 이낙연 대표가 발로 차버린 셈이다.

이낙연 대표는 당대표를 넘어 차기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한 사람이다. 지도자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결심한 사람은 눈앞의 이익보다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약속과 명분을 지키는 결기를 보여줘야 한다. 그래서 국민들에게 감동을 줘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당원의 뜻이라는 장막 뒤에 숨어 보궐선거에 후보를 ‘공천’하기로 결정한 이낙연 대표의 꼼수는 “나는 지도자 감이 아닙니다”라는 자기고백이다. 앞으로 이번 결정은 대선가도에 두고두고 덫이 될 것이다.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정치인을 과연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는 공격에 적당한 방어 논리가 떠오르지 않는다.

향후 이 대표에게 가장 치명적인 시나리오는 내년 선거에 민주당이 억지로 후보를 냈음에도 서울과 부산에서 모두 패하는 상황이다.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고, 대권 후보에서 사실상 탈락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이다. 

만약 이 대표가 이랬으면 어땠을까? “국민 여러분, 당원 동지 여러분. 저 이낙연은 내년 서울, 부산시장 선거에 우리 당 후보를 공천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선거 승리라는 당면한 눈 앞의 이익보다는 국민과 당원과의 약속은 목숨을 걸고 지키겠습니다. 그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책임정치이고, 명분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항상 국민과 당원 동지들을 바라보며 큰 정치 하겠습니다”라고 했으면 많은 성원과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었을 것이다.

본인은 공천 강행의 승부수로 ‘꿩도 먹고 알도 먹는’ 효과를 노리고 싶겠지만, 민심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국민들은 이 모든 것을 지켜봐왔으며 이미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있다. 자당의 자체 여론조사에 참여한 당원들의 뜻을 따른다는 것은 속보이는 자기 변명이다. 당심은 민심을 이길 수 없다. 정치권에서 통용되는 만고의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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