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기우 언론인] 옵티머스자산운용(옵티머스) 펀드 사기를 둘러싸고 정치권 공방이 매우 뜨겁다. 그 중심에는 청와대 이진아 전 민정수석실 소속 행정관이 자리 잡고 있다. 여권 인사들과 친분이 두터운 이 전 행정관이 옵티머스의 정관계 로비 창구 혹은 수사 무마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야권에서 집중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이 전 행정관이 더불어민주당에 처음으로 발을 디뎠던 2012년 문재인 캠프 법률지원단이 주목을 받고 있다. 대선 패배 직후 한반도희망포럼이라는 단체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중 일부 인사는 옵티머스와 인연이 있기도 하다. 특히 이번 정부에서 중요 역할을 맡는 등 2012년 법률지원단의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말도 야권 일각에서 적잖게 흘러나오고 있다. 그들의 과거 발자취를 살펴봤다.

뉴시스
뉴시스

문재인 대선 캠프 법률지원단 인맥 숨은 권력자등장
변호사 출신 대통령 검찰개혁 명분 내세워 율사출신 '신뢰'

2012년 대선 때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치열한 대선전을 치르면서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캠프에서는 변호사 200여명 규모의 법률지원단을 발족시켰다. 법률지원단은 선거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다른 후보의 공격을 방어하고, 때에 따라서는 선제공격도 하는 업무를 맡았다.

법률지원단의 핵심인사들은 대부분 노무현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문 대통령과 함께 근무했던 변호사들로 구성됐었다. 문병호 전 의원이 단장을 맡았고, 산하에 법률지원, 공명선거지원, 정책검증, 신속대응, 조직 등 5개 분과에 변호사만 200명이 넘었다. 이중 핵심적 역할을 하는 곳은 정책검증분과와 신속대응분과다. 정책검증위원회는 '다른 당 후보의 정책에 대한 검증'을 주로 맡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공격수역할을 한 것이 정책검증분과였던 것이다. 또 신속대응위원회는 상대방의 네거티브 등 각종 현안에 대응하는 이른바 수비수역할을 한다.

2012년 법률지원단 명단 살펴보니...

신속대응위원회는 법조계 출신들로 포진돼 있다. 옵티머스자산운용(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의 키맨으로 지목되고 있는 청와대 이진아 전 민정수석실 소속 행정관이 문재인 캠프 법률지원단 산하 신속대응위원회 자문위원으로 몸담고 있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이 전 행정관은 2012년 변호사 개업과 동시에 대선 캠프에 발을 내딛었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이 전 행정관은 대선 당시 국정원 직원이 있던 강남구 역삼동 오피스텔에 도착한 인물 중 한 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이 안에는 어떤 인사들이 포진해 있었을까. 참여정부 문재인 민정수석 밑에서 청와대 사정비서관을 지낸 신현수 변호사가 신속대응위원장을 맡았다. 그 밑으로 부단장 이성호 총괄 이광철 부위원장 차형근조민행 총무간사 서누리 변호사가 자리했다. 또 이 전 행정관이 속한 자문위원회에는 21명이 포진돼 있었으며, 그 명단을 살펴보면 이석범이병군노정윤정대영신성수안상섭김남국김창일송용확오윤식이원구권택곤조대진정채광신회복오지상조해인신용우조동환김승룡 변호사 등이 이름을 올렸다.

대선 패배 이후 정치계를 떠나지 못한 멤버들은 참여정부 대북정책을 상징하는 한반도와 정권교체를 의미하는 희망이라는 단어를 합친, 한반도희망포럼이라는 단체로 활동을 이어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신속대응위원장인 신현수 변호사는 공동대표를 맡았고, 이 전 행정관은 기획팀장 업무를 수행했다. 한반도희망포럼은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산행을 다녔고, 대선 패배 후 잠행에 들어갔던 문재인 대통령과 서울 관악산을 등반하기도 했다. 또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특별강연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2015년 당대표로 취임하면서 부담을 줘선 안된다는 말들이 나와 해체했다.

이후 일부 인사들은 옵티머스로 인연이 이어졌다. 신속대응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포럼 총괄팀장을 지낸 제1기 로스쿨 대표자협의회 회장 출신 조대진 변호사는 2014년 옵티머스 전신 에스크베리타스자산운용사내이사로 재직했다. 이 전 행정관은 청와대에 들어가기 직전 옵티머스 지분을 보유했다.

특히 이들은 2014년 검찰이 기소한 국정원 감금사건 공동변호인에 들어가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전직 한 의원에 따르면 당시 이광철 변호사가 주임 변호인이었고, 나머지는 민주당 김남국 의원, 서누리 변호사다. 또 이광철 변호사가 청와대 선임행정관으로 발령나면서 조민행 변호사가 담당변호사로 지정됐고, 조대진 변호사도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모두 2012년 문재인 캠프 법률지원단 산하 신속대응위원회에서 활동한 인물들이다. 이로 인해 이들은 민주당 인재풀 명단에 들었다고 한다.

문정부 들어선 이후 주요 자리 임명된 법률팀

광주·전남지역 변호사 119명이 17일 광주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고 있다.(기사와 무관) 2017.04.17 뉴시스
광주·전남지역 변호사 119명이 17일 광주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고 있다.(기사와 무관) 2017.04.17 뉴시스

이들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2012년 신속대응위원회 위원장에 더해 2017년 대선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이 삼고초려한 끝에 법률지원단장으로 문재인 캠프에 합류한 신현수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 초대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을 지냈다.

특히 검찰 출신으로 조직 장악력과 업무 추진력이 뛰어나다는 세간의 평가가 나오면서 노영민 후임 비서실장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와 함께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 핵심 방안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주요 후보 중 한명으로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신속대응위원회 실무운영을 총괄한 이광철 변호사는 2017년부터 청와대에서 일해온 원년 멤버, 민정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거쳐 민정비서관으로 승진했다. 이광철 민정비서관은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은 인물이다.

이광철 민정비서관은 특히 옵티머스 사태의 키맨으로 불리는 이진아 전 행정관을 청와대에 근무할 수 있도록 추천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실제 이 전 행정관은 검찰에 이광철 비서관의 연락과 추천을 받아 청와대에서 근무하게 됐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2012년 총선에서 민주당 여주양평가평 지역에 전략공천됐지만 패배한 조민행 변호사는 지난 420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 최고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또 이 전 행정관과 같은 2012년 신속대응위원회 자문위원을 지낸 김남국 변호사는 검찰 개혁 방향에 비판적인 모습을 보인 금태섭 전 의원과 각을 세웠고, 이번 총선에서 전략공천으로 금배지를 달았다.

김 의원은 조 전 장관 일가 검찰 수사를 비판하는 조국 백서필진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신속대응위원회 부단장인 이성호 변호사로, 2017년 금융위 상임위원으로 선임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야권 한 인사는 이들은 2012년 대선 캠프를 인연으로 시작해 2017년 대선 캠프에서도 활동한 이들이다여전히 문재인 정권 내에서 주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권 내 입지를 활용해 청와대에 입성한 것 등 주요 인사들 간의 친분으로 인해 야권에서는 옵티머스 사태가 현 정부 실세가 줄줄이 연루된 권력형 게이트로 보고 특검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이번 국정감사 이후 특검을 재차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손바닥으로 가린다고 하늘이 가려지진 않는다국민의힘은 모든 당력을 결집해 특검을 반드시 관철하고, 라임·옵티머스 권력형 금융사기 게이트의 추악한 실체를 온 국민 앞에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